가사노동 남성의 4.4배… 맞벌이 여성, '외벌이'보다 일 더해

6월 16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원들이 가사노동자 고용개선 입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인구 2,530여만명 남성 첫 추월…가사노동 불균형 스트레스
맞벌이 여성, '외벌이 여성'보다 노동시간 더 많고 남편보다 힘들어
대학진학률 남성보다 높으나 고용률에선 뒤져… 사회진출 일부에 몰려
고위직ㆍ정치분야 진출 취약… 여성 지위 높일 분야 스스로 개척해야

2015년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여성인구가 처음으로 남성인구를 앞질렀다. 사회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성 관련 정책도 다양하게 요구되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활동 영역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따라 여성의 삶도 나아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남성에 못미치거나 불평등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은 2일 여성의 모습을 부문별로 조명하는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이는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이용해 여성의 시간 활용과 의식에 대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여성의 가정과 직장에서의 삶은 남성에 비해 팍팍한 인상을 준다. 하루 생활 중 의무활동시간은 남성보다 많고 여가활동시간은 남성보다 적었다. 가사분담에 대한 만족도도 남성보다 낮았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전체적으로 외벌이 여성보다 많고, 쉬어야 할 주말에 노동시간이 평일보다 많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보다 높지만 고용률은 남성에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여성이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으로 일을 중단하는 비율이 전년에 비해 증가한 것은 여성의 결혼이 늦어지고 미혼으로 남거나 저출산의 한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혼이 증가하고,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의 이혼이 신혼보다 많은 것도 주목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남성보다 우월한 분야가 있지만 대체로 열세를 나타냈고, 특히 정치 분야는 아직 취약하다.

앞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토대로 여성의 삶과 의식,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살펴봤다.

여성인구 처음으로 남성 앞질러

2015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5,061만 7,000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여성인구는 2,531만 5,000명으로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어 남성인구를 약간 앞질렀다.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1990년 101.3명에서 2015년 100.0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저출산ㆍ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령대별 여성인구는 '60세 이상'이 전체의 20.8%로 가장 높고, 다음은 40대(16.5%), 50대(16.0%) 순이었다. 60세 이상 여성인구는 1990년 9.6%에서 2015년 20.8%로 두 배 이상 늘어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면을 나타냈다.

반면 남성은 40대가 전체 인구중 16.9%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16.2%), 50대(16.1%) 순이었다.

2015년 여성 가구주는 531만 3,000 가구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매년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경제력도 갖추게 되면서 여성 가구주 비율은 2015년 28.4%에서 2020년 30.8%, 2030년 34.0%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무활동 많고 여가활동은 적어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편보다 4배가량 많고, 맞벌이 여성의 노동 시간은 일반 가정주부보다 노동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하루 생활시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여성들의 하루를 살펴보면 필수활동(잠, 식사, 운동, 외모관리 등)에 11시간 16분, 의무활동(일, 가사노동, 학습, 이동 등) 8시간 4분, 여가활동(레포츠, 종교, 봉사 등)에 4시간 40분을 썼다. 남성과 비교해 의무활동에 14분을 더 쓰고 여가는 18분 적게 사용했다.

연령대별 여성의 생활로는 30대 여성이 평균보다 의무활동이 1시간 이상 많았으며 여가활동은 60대 이상에서 많았다. 가사노동은 30대 여성이 4시간 55분으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에서도 여성의 가사노동은 3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수입노동(일) 시간이 2시간 26분으로 남성(4시간 8분)의 0.6배인데 비해 가사노동은 여성이 3시간 5분으로 남성(42분)보다 4.4배 많았다. 수입노동과 가사노동을 합친 전체 노동시간은 여성이 41분 많게 나타났다.

특히, 배우자가 있는 여성은 일주일 내내 하루 4시간 17분을 가사노동에 사용했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2시간 28분 가사노동에 사용한 것에 비해 1시간 49분 많았다.

여성의 가정관리 시간은 2시간 27분으로 남성(31분)보다 1시간 56분 많았다. 2009년 비해 여성은 2분 감소, 남성은 2분 증가했다.

맞벌이 여성은 외벌이 여성보다 전체 노동시간이 더 많고 남편보다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2014년 10월을 기준으로 10가구 중 4가구는 맞벌이였다. 연령계층에 따른 맞벌이 가구 비율로는 40대(51.8%), 50대(51.3%), 30대(42.1%) 순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여성은 가정주부보다 가사노동이 2시간 47분 적지만, 수입노동(일)은 4시간 47분 많아 전체 노동시간은 2시간 많았다. 특히 맞벌이 여성은 주 중에 미뤄진 가사노동을 주말에 함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의 가사노동 시간이 평일보다 각각 46분, 52분 많았다. 맞벌이 여성의 여가활동은 1시간 48분 적게 나타나 맞벌이 여성이 직장, 육아, 가사 활동으로 지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20.7%(197만7,000명)는 임신과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일을 중단한 '경력단절여성'으로 드러났다. 2014년 4월을 기준으로 15~54세의 기혼여성(956만1,000명) 중 취업을 하지 않은 여성은 389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경력단절여성 비율(20.1%)보다 2만2,000 명(1.1%) 증가했다. 경력단절여성이 일을 그만둔 사유로는 결혼(41.6%), 육아(31.7%), 임신 및 출산(22.1%) 순이었다.

가사분담에 대한 여성의 만족도는 남성보다 크게 낮았으며 특히 40대(29.3%), 고학력자(23.3%), 유배우자(27.5%) 층에서 불만족 의견이 높았다. 일과 가정에 대한 남녀 역할의식에 찬성하는 남성은 43.3%지만 여성은 28.3%만 찬성했다. 20~29세의 연령이 낮고(46.5%), 학력이 높은 여성(39.5%)일수록 반대의 정도가 높았다.

여성 경제활동 증가…질 개선돼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경제활동 참여 폭이 넓어지고, 각 분야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고 임시근로자가 많으며, 일부 직종에 몰려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의 고용률은 49.5%, 경제활동참가율은 51.3%로 2013년에 비해 각각 0.7%포인트(p), 1.1%p 상승했다. 남성의 고용률은 71.4%로 여성보다 21.9%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은 25~29세 고용률이 68.8%로 가장 높지만, 출산과 육아 시기인 30대에는 54.9%로 최저점을 찍고 40세에 68.0%로 다시 오르는 M자 패턴을 보인다. 40대 이후의 고용률이 2000년보다 증가한 것을 보아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짐을 볼 수 있다.

여성 취업자는 2000년도에 고졸(39.7%)이 대졸 이상(19.2%)을 훨씬 앞섰다가 2014년 대졸 이상(39.3%)이 고졸(38.1%)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대학진학률(74.6%)은 2009년부터 남성(67.6%)을 앞지른 후 지난해 남녀 학생 간의 격차가 7.0%까지 벌어졌다. 전문대학과 4년제 이상 대학의 경우 모두 여학생 진학률이 높았다.

반면 여성의 사회 진출은 교원 분야에서 두드러졌고, 고위직에서는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년 초등학교 교원 4명 중 3명(76.7%)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등학교 교감의 절반(49.2%) 정도를 여성이 차지했다. 2000년에 초·중·고등학교 모두 여교원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대학(원)의 전임강사 이상 교원 중 여성의 비율은 23.6%로 전년에 비해 0.6%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 미만이며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의 비율도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정치권에도 여성 진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미약하다. 1991년 제1회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0.9%에서 2014년 22.9%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1.0%에서 2012년 15.7%로 크게 증가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가정생활 스트레스, 남성보다 12.5% 높아

여성은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51.4%)이 남성(38.9%)보다 12.5%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66.8%가 전반적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가정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는 미혼여성(38.4%)보다 기혼여성(57.8%)이 19.4%p 높았다.

반면, 직장 생활에서는 미혼여성(77.1%)이 기혼여성(69.5%)보다 스트레스를 더 느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 여성(77.9%)이 50대 이상(60.8%)보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높았다.

2013년 인구 10만 명당 여성 사망자 수는 473.4명으로 남성보다 106.4명 적었다. 여성의 사망원인 1위는 암(111.8명)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뇌혈관질환(52.8명), 심장질환(50.4명), 당뇨병(21.8명) 순이었다.

여성 초혼 평균나이 29.8세… 여성 연상 부부 16.2%

이혼은 11만5,000여건… 황혼이혼 4배 늘어

2014년 여성의 평균 초혼 나이는 29.8세로 남성(32.4세)보다 2.6세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연령은 43.0세로 남성(47.1세)보다 4.1세 적었다. 여성의 평균 초혼 나이는 1990년 이후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2000년(26.5세)보다 3.3세 늦어졌다.

초혼부부 10쌍 가운데 2쌍은 여성이 남성보다 연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 부부의 총 혼인 건수 23만9000건 중 여성이 연상인 부부가 3만9000건(16.2%)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동갑내기(16.1%)보다 더 많은 수치다. 남성이 연상인 경우는 전체 초혼부부의 67.7%였다. 여성이 연상인 혼인 건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1.9%에 불과했던 연상-연하 혼인 건수는 2011년 15%에서 2013년과 2014년 16.2%를 기록했다. 반면 연상인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은 감소하고 있다. 2004년 73.4%를 차지했던 남성연상 혼인 건수는 2009년 69.6%로 하락했다.

한편 지난해 이혼은 11만 5,500 건으로 전년보다 200건 많아 0.2% 증가했다. 그 중 '4년 이하 함께 한 부부'의 이혼 비중은 23.5%, '20년 이상 함께 한 부부'는 28.7%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2011년까지 4년 이하 이혼 비중이 가장 컸지만, 이후 혼인지속 기간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황혼이혼을 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며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4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2004년 250건에 머물렀던 60대 이상 이혼상담 건수는 2013년 1,125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대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이혼의 주된 사유는 '성격 차이'(47.2%)가 압도적이다. 이어 '경제 문제'(12.7%) '가족 간 불화'(7.0%) '정신적ㆍ육체적 학대'(4.2%) 등이 뒤를 따랐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