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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② 스마트폰 품으로 숨어든 짝퉁

위조상품 판매 갈수록 지능화
SNS 이용해 은밀히 판매… 밀반입 방식도 한층 진화돼
  • 중부경찰서가 압수한 기업형 노점상의 짝퉁 물품 2641점. 사진=중부경찰서 제공
[신수지 기자] 상인들이 짝퉁 상품을 대놓고 진열해 파는 경우는 줄었지만, 요즘에는 앞서 기자가 동행 취재한 바와 같이 위조상품의 상표를 가려 판매하거나 주문 판매 방식을 취하는 등 보다 지능화된 판매가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 상인이 시내버스로 위장한 차량에 매장을 차려놓고 짝퉁 의류 및 가방을 판매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서울 중부경찰서는 서울 동대문상가 일대에서 짝퉁 상품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킨 기업형 노점 상인들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대포차량을 이용해 비밀창고에 숨겨뒀던 물품을 운반하고 판매대금은 대포통장을 이용해 건네 받았다. 이들은 중국을 오가는 소위 ‘나까마’(짝퉁 유통책)로부터 물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판매 행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판매상들은 인터넷 개인 쇼핑몰이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을 이용해 짝퉁 물건을 버젓이 판매한다. 관련 부처의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조상품 제보센터에 등록된 온라인 위조상품 신고는 2,895건으로 전년에 비해 37.4%나 급증했다. 이 건수는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117.6%와 47.5%가 늘어난 바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한 짝퉁 판매 사이트는 가방과 지갑, 벨트, 시계, 구두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각종 명품 브랜드의 위조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상품명을 클릭하니 사이트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과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해 더욱 많은 물건을 살펴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안내됐다.

  • 한 짝퉁 판매사이트의 안내문. '정품을 질러 무얼하나'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먼저 사이트에서 바로 물건을 구매하는 '바로구매' 버튼을 클릭해보았는데, 일반적으로 무통장입금과 카드결제,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결제 방법을 제시하는 보통의 인터넷 쇼핑몰과는 달리 결제 수단으로 무통장 입금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과 연계되는 모바일 상의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의 경우에는 친절하게도 실제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카카오톡에서 아이디 검색을 통해 판매자를 찾아 판매자의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둑판식으로 다양한 짝퉁 상품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 중에서 구매자가 원하는 물건 사진을 캡처해 카카오톡으로 판매자에 문의하면 가격 등 자세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다수의 판매자들이 최근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사이트의 제품 설명 페이지에는 '정품을 질러서 무얼하나'라는 대담한 문구도 적혀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짝퉁 물품이 거래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원하는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검색하면 판매자들이 게시한 수많은 짝퉁 상품 사진이 뜬다. 이 중 원하는 물건을 골라 접속하면 판매자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블로그 주소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거래가 암암리에 온라인 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구청 단속반 관계자는 "노점에 온 손님들에게 접근해 카카오스토리 친구를 맺고 거래 후 물품을 택배로 보내주는 상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온라인 거래를 통해 실제로 물품을 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속절없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직장인 A(34) 씨는 몇 달 전 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짝퉁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입금했다가 물건이 오지 않아 뒤늦게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짝퉁 물품들을 파는 것처럼 광고한 뒤 돈만 받아 챙긴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

  • 스마트폰으로 SNS 인스타그램에서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검색하면 '짝퉁' 물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가품 판매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에 임하는데, 대부분의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자들이 대포폰을 쓰고 사업자 이름을 허위로 둔다"면서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경우도 다수라 수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거래의 경우에는 1:1 채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어 추적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위조상품은 대부분 중국 지역에서 들어오는데, 밀반입 방식도 한층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명 `커튼치기'는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밀수에 주로 이용되는 방식이다. 컨테이너의 뒷부분에 위조품을 싣고 앞 쪽에는 마치 커튼을 치듯이 수입신고한 물품을 쌓아 밀수품을 가리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주로 PVC파이프 등이 `커튼'으로 사용됐으나 엑스레이 검사기가 도입된 뒤 밀수품과 유사한 재질의 화물이 이용되고 있다. `짝퉁' 의류 밀수를 위해 중국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의류를 `커튼'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스피커와 같이 내부 공간이 비어있는 물품에 짝퉁을 넣어 들여오는 ‘알박기’, 짝퉁 물품을 의류 원단으로 둘둘 말아 놓는 '김밥말이' 수법도 생겼다. 일반 넥타이 속에 짝퉁 넥타이를 여러 겹 겹처 숨겨 온 사례도 나왔다.

특히 휴대품이나 우편물을 통해 가방보다 작은 소품들을 들여오는 소형 밀반입과 더불어 해외 직구를 가장한 짝퉁 밀수 행태도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짝퉁 유통상들이 일반 수입화물이 아닌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이용해 다른 사람 명의로 물품을 반입하거나 판매할 물품을 자가사용 물품으로 가장해 소량으로 나누어 밀반입하고 있다. 실제 해외직구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짝퉁 상품은 지난해에만 773억원어치로, 3년 사이 무려 31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세관은 그간 일반 소비자가 짝퉁 물품을 한두 개 들여오는 것은 눈감아줬으나 지난 2월부터 소량이라도 반입을 금지하고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해외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서 위조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동대문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짜 원단의 60%를 공급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동대문 시장의 '짝퉁 큰 손' 일당이 검거됐는데, 이들은 국내에 공장을 차려놓고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고유 문양을 찍어낼 수 있는 금형롤러로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들 일당은 30년 전 국내 가방 제조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무브먼트, 시곗줄 등의 부품은 상표가 없어도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중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후 여기에 유명상표가 새겨진 시계판, 케이스 등을 조립해 판매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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