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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③ 짝퉁 세계에도 '급'이 있다

B급·A급·SA급 등으로 등급 나뉘어
'미러급'·'1:1급' 등 새 용어도 등장
정품과 구별 어려운 소량생산·최상급 제품 늘고 있어
  • 짝퉁도 제품의 질에 따라 판매자들이 구분해 부르는 등급이 있다.
[신수지 기자] 직장인 A씨(40)는 가방과 지갑 등 '짝퉁' 제품을 종종 구매하는 짝퉁 애호가다. 그가 수소문해 구입한 제품들은 진품이 아닌 가품이지만 '급'이 높아 가격대가 백만 원대를 넘을 정도다. 그럼에도 A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했다는 생각에 자부심마저 느낀다. A씨는 "가격대가 어느 정도 있는 A급 이상의 가방을 구입해 들고 나가면 사람들이 진품인지 아닌지 잘 구별을 못 한다"면서 "예전에는 짝퉁 루이비통 가방은 태닝(루이비통 제품에 쓰이는 연한 갈색의 카우하이드 가죽이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돼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아예 안됐다지만 요즘 나오는 상급 제품들은 가죽에도 어느정도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판매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 명확한 기준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A씨의 사례처럼 짝퉁 세계에도 제품의 질에 따른 등급이 존재한다. 짝퉁의 등급은 보통 C급부터 B급, A급, SA(스페셜 에이)급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를 표현하는 용어가 더욱 많아졌다. SA급과 동일한 개념, 혹은 상위 개념으로 거울을 보듯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미러급, 커스텀급, 1:1급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 중 C급이나 B급 제품의 경우 보통 지갑이나 가방의 내피를 가죽 대신 비닐로 마감한 것들이 많고, 일반인도 쉽게 짝퉁이라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이 조악한 편이다. A급 이상의 상급으로 갈수록 정품과 쉽게 구별이 안될 정도로 부속품 등의 질이 높아지는데, 수입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고 정품처럼 더스트백과 개런티 카드가 제공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내부의 TC코드(루이비통 제품의 생산지와 생산일이 표기된 코드)까지 재현하거나 A/S가 가능한 제품도 있다. 실제 한 가품 판매자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들은 가죽 질도 허접스럽고 지퍼나 박음질 등이 매끄럽지 않지만, 우리는 최상급인 커스텀급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질이 높은 가죽을 수입해 수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죽의 수입 원가에 따라 제품 가격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류를 판매하는 또 다른 업자는 "정품 시계에 들어가는 수동식 무브먼트를 동력원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이 낮은 제품을 최상급 제품인양 속여 파는 경우도 많아 판매자들의 설명이 모두 진실인지 일반 구매자들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국의류산업협회 산하 지적재산권 보호센터 이재길 부장은 "판매자마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부르는 용어라 짝퉁의 급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보통 가죽 등 부자재의 차이와 공법에 따라 질이 좋은 가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에는 과거처럼 조악하고 바로 식별이 가능했던 위조상품에 비해 훨씬 정교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명품 감정회사 마이스타우트의 조진석 대표도 "중국이나 국내에서 하급 가품도 만들지만 최고급 가품을 만들기도 한다"면서 "일반인들이 자세히 들여다봐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조 상품이 상당히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예전에는 짝퉁 판매업자들이 가품을 주로 대량 생산했으나 요즘 들어 세밀한 작업을 거쳐 소량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토리버치나 코치 같은 준명품 브랜드 제품보다 사넬, 에르메스 등 명품 중에서도 고가인 제품들로 갈수록 비싸고 정교한 가품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품 가격이 1,000만원 이상인 브랜드 에르메스의 상급 가품은 가격도 수백만 원까지 올라가며 정품과 흡사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이러한 고가 가품의 경우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해 피해를 입기 보다는 가품으로 인지를 한 상태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통적으로 "짝퉁은 어쨌거나 짝퉁"이라고 강조했다. 위조 상품은 명품과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없을뿐더러 진품과 다른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가품을 감정하면서 한 번도 정품과 완벽하게 똑같은 제품은 본 적이 없다”는 게 2003년부터 명품 감정을 해온 조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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