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에 신체 접촉 등 도 넘어남교사 5명, 여학생·여교사 130여 명 성추행개교 창립멤버, 진학 전문… 교장 알고도 눈감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수업 중 여학생에게 "원조교제를 하자"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
최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서울 서대문구의 G고등학교에서 교사 5명이 약 2년간 동료 여교사와 여고생 130여명을 연쇄 성추행 및 성희롱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교장이 교내에 끊이지 않던 성추행, 성희롱 피해 제보를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바로 교단에서 퇴출시키도록 하겠다"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한편 교육청 감사관도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도둑 보고 도둑을 잡으라는 것' 이였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교육계의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

교과 관계없는 성희롱 발언 추태

서울 서대문구의 G고등학교에서 50여명의 교사 가운데 5명의 간부 교사들로부터 여학생과 여교사가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렸다. 학생들에게 '춘향이', '황진이'같은 별명을 지어주고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하는가 하면 동료 여교사들까지 성추행한 의혹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G고교 학생들은 "2학년 담임인 A교사는 성희롱하면서 쾌락을 느낀 것 같다"며 "연예인과 성관계한 생각을 수업 중에 얘기하고 특정 별명을 여학생에게 붙인 뒤 수시로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2학년의 한 학생은 "미술 담당 B교사는 미술실에서 여학생들의 팔뚝이나 허벅지 등을 만지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친구가 놀라면 그것을 보고 오묘한 표정을 드러내는 변태적인 기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교사는 대학 진학을 잘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지난해 겨울쯤 여학생에게 '대학가고 싶으면 말 잘 들어라'하면서 어깨나 허벅지를 만졌다"고 털어놨다.

피해 여교사들에 따르면 한 교사는 지난해 2월 동료 교사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 동료 30대 여교사를 강제로 끌어안았다. 그 과정에서 여교사가 피하며 옷이 찢어지는 등 강압적으로 성추행을 했다. 다수의 동료 여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과 몸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도 지속했다. 해당 여교사는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장은 중재한다는 이유로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다.

'창립멤버'사이의 암묵적 연대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G고교 '창립멤버'였던 그들간의 암묵적인 연대가 있었고, 입시 전문가 교사라는 점이 더욱 사건을 공론화하지 못했던 점으로 꼽힌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G고교는 신설 학교로 가해 교사로 지목된 이들의 상당수는 개교시절부터 함께한 '창립멤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 6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이미 지난 4월 검찰에 송치된 교사 C씨는 신설학교가 개교할 때 함께한 교사이자 '입시 전문가'로 알려졌다. 서울대를 비롯해 명문대에 여러 명을 진학시키는 실력있는 교사로 꼽혔다고 전해졌다. 그는 심화반을 만들어 각 학년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 30명씩을 뽑아 별도로 운영했고, 가혹한 벌점제도로 학생들을 평가해왔다.

한 학생은 "3학년이 돼 대입 원서를 쓸 때가 되면 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밉보이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있었고 그래서 신고가 늦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성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고등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사건에 대해 밝히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교사들이 어떠한 징계와 평가를 하느냐에 있어서 대학 입시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C교사는 심화반 3학년 학생들에게 2학년 학생들의 성추행 주장은 거짓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최대한 많이 써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청 감사관도 성추행 논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학교 성범죄 대책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내에 문제가 발생해도 아이들이나 피해를 받은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은 모두가 철저히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교내 권위주의 문화를 성범죄의 토양으로 지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자치활성화와 학부모 참여 제도화를 통해 학교내에 잔존하고 있는 권위주의 문화를 씻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G고교 사건의 경우 1년이 넘는 기간을 학교당국과 교육청 등의 수수방관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 당국이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G고교 사건을 조사중인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 본인이 음주감사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교육계가 흔들리고 있다.

당국은 뒤늦게 교사들의 학내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는'4대악 근절대책회의'를 열어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대응하지 않을 경우 최고 '파면'까지 징계가 가능하도록 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6일 서울시교육청은 한번이라도 성범죄 연루되는 교원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사건 담당 형사에 따르면 현재 이번 사건의 피해자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학생 조사는 직접적 조사진행 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학부모 면담을 통해 학생의 피해 사항에 대해 조사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를 먼저 조사하는 이유는 원하지 않는 기억을 학생이 억지로 상기하게 되는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억지로 수사 진행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가해자는 피해자 조사가 마무리 된 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속도전 보다는 정확하고 차분히 조사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힐 예정이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