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무혐의' 나와정명훈 예술감독 횡령 의혹 조사 속도정 감독 조사 결과 박원순 시장에도 영향

왼쪽부터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서울시향 사태가 지난 11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직원들에게 성추행 및 폭언을 일삼은 혐의로 지난 12월부터 경찰의 조사를 받아온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향 사태는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 전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그가 주장해온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불투명한 자금운용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업무비 횡령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서울시향 사태가 정 예술감독의 횡령 의혹 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향 女상사 성 스캔들

서울시향 사태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향 직원 17인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세간에 드러났다. 이들은 "박현정 대표 취임 이후 직원들은 성희롱, 폭언, 막말 등으로 처참하게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사무국 남성 직원인 곽모 씨는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2013년 9월 회식자리에서 박현정 전 대표가 자신의 넥타이를 잡아 끌어당긴 후 신체 부위를 더듬었으나 이를 증언해주는 동료가 없어 당시에는 사건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은 박현정 전 대표의 폭언 사례들을 공개했다. "마담하면 잘할 것 같아" "(손실을) 니들 월급으로는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라"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등의 막말로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달 앞서 정명훈 예술감독은 피해 직원들을 대표해 박현정 전 대표에 대한 해임 탄원서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했다. 서울시 측은 지난해 10월 박 전 대표에게 사안을 설명했고, 박 전 대표는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일 박현정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사임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은 바로 다음 날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의 퇴임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박현정 전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원들에게 대놓고 욕한 적은 결코 없다. 과장과 왜곡이 심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서울시향 대표직을 계속 유지해온 이유는 자리에 대한 미련이 결코 아니다"며 "개인의 명예 회복이 중요하지만 더 이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서울시향의 운영 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현정 전 대표는 8개월 만에 강제추행 및 명예회손 혐의를 벗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남성 직원은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막말 모욕을 당했다는 여성 직원도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종로경찰서 지능수사팀 관계자는 "박현정 전 대표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상황 역전…정명훈 수세에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상황은 역전됐다. 정 예술감독 측은 시민단체인 사회정상화운동본부와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의 업무비 횡령죄 고발로 인해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4월 서울시향 측에 지난 10년간 정 예술감독에게 지급한 업무비 내역 자료를 요구했다. 그 결과 퍼스트권 88매, 비즈니스권 18매 등 총 52건의 출입국항공료로 13억 1,000여만원이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13억 1,000여만원의 거액이 실물 항공권이 아닌 인보이스(청구서)만을 토대로 지급됐다는 점이다. 해당 청구서들은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MoM(미라클오브뮤직)에서 발행한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정명훈 예술감독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시민단체를 향한 민ㆍ형사상 처벌을 고려하고 있다. 정 예술감독 측 최모 변호사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정 예술감독을 둘러싼 횡령 등의 의혹에 관한 질문에 노코멘트 입장을 취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횡령 혐의에 대해 서울시향 측은 사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향 측은 "정 감독을 고발한 단체가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라 서울시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향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고 요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사건이 빨리 마무리돼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 사태 후폭풍 박원순 흔드나

서울시향 사태는 역풍을 맞아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은밀한 관계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현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박현정 대표는 "(정 감독이) 11월 안에 저를 (서울시향 대표직에서) 바꾸지 않으면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재계약 안 한다고 해서 생긴 일"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당장 나가라고 했다. 시향의 평양공연을 위해 정명훈 감독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고 사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서울시로부터 한해 13억~15억원 내외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연봉 2억 2,000만원에 회당 4,800만원의 지휘료를 추가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항공권이 제공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돼왔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은 건 2005년부터로 올해 10년째다.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세 명의 서울시장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향과 정 예술감독의 계약관계는 변함없이 유효했다.

뿐만 아니라 박 시장은 2002년 비영리기구인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할 당시 홍명희 현 MoM 이사를 이사직에 임명한 바 있다. 사건을 조사했던 종로경찰서 측은 홍 이사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관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정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계약은 올해 12월까지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문제들과 관련해 서울시와 정 예술감독과의 재계약 여부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계약 문제와 관련해 박현정 전 대표 후임으로 취임한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9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악마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자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이어 "정명훈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 12월 말까지다. 2016년 시즌을 대비하려면 올 9월에는 정 감독의 계약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며 "현재 재계약에 대해 정명훈 감독과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향 안팎에선 정명훈 감독에 대한 횡령 의혹 수사 결과가 그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윤소영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