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몰카 찍어… 사주자 "소장용"샤워실과 탈의실에서 여성과 아동 얼굴, 나체 그대로 노출피해자 200여 명… 가정폭력 신고하다가 경찰에 검거공범과 3차례에 걸쳐 200만 원에 거래… 유포 과정 수사

몰카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강씨가 27일 검거됐다.
지난 26일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의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에서 '몰카'를 촬영한 최모(28) 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곧이어 몰카 촬영을 지시한 용의자 강모(33) 씨가 27일 체포되면서 워터파크 몰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총 185분 분량의 워터파크 몰카 영상은 샤워실과 탈의실이 찍힌 동영상으로 여성과 아동 등의 얼굴과 나체가 그대로 노출돼 논란이 일었다. 확인된 피해자만 200여 명에 달했다. 최씨는 강씨에게 휴대폰 케이스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넘겨 받아 지난해 7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의 워터파크와 수영장 등 4곳의 여자 샤워실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터파크 몰카'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워터파크 몰카 웹사이트에 유포

지난 26일 워터파크와 야외수영장 등 4곳에서 여성 샤워실 내부의 몰래카메라를 찍은 여성 최모(28) 씨가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최씨는 지난해 여름께 국내 워터파크 3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몰카 촬영을 지시한 강모(33) 씨에게 건넸다. 이 동영상은 2개(총 19분 23초)로 편집돼 인터넷에 유포됐다. 유포된 동영상에는 여러 장소에서 찍힌 동영상을 짜깁기한 것까지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경찰이 파악한 원본 동영상은 모두 4개로 185분 분량이다.

지난 17일 "장소가 정확하지 않은 국내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과 탈의실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이 돌고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해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전체 길이 9분 54초의 영상에는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여성들의 신체 주요부위 등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돼 있었고 이 중 일부는 얼굴까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은 '워터파크 몰카'라는 이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빠른 속도로 유포됐으며 여성과 아동 등 200여 명의 얼굴과 나체가 그대로 노출돼 논란이 크게 일었다.

몰카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26일 체포된 최씨 모습.
이어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출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18일 통신 소위 안건으로 긴급 상정해 접속 차단 등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영상들은 블로그나 게시판, 웹하드 등에 올라가 있었고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에 게시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한 샤워실 안에서 혼자 옷을 입은 채 휴대폰을 왼손에 든 여성의 모습이 녹화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휴대폰을 돌리자 화면이 동시에 돌아가는 것 등을 근거로 촬영자로 추정했다. 이 여성은 다른 여성들과 달리 홀로 초록색 상의에 분홍색 하의를 갖춰 입은 채 샤워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는 휴대폰을 이용해 샤워실과 탈의실을 오가며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하는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찍었다. 특히 몸매가 좋은 여성을 뒤쫓아가 촬영하는 등 특정인을 집중적으로 찍는가 하면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여러 명을 집중해서 찍기도 했다.

촬영 女 가정폭력 신고했다가 경찰에 덜미

26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용인동부서 수사전담팀은 몰카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최씨를 전남 곡성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인터넷에 떠돌던 9분 41초짜리 동영상에서 잠시 거울에 비친 여성을 최씨로 판단했다.

최씨는 우연히 이날 오후 9시께 "아버지에게 폭행당했다"며 신고를 하자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중 최씨 아버지로부터 "몰카를 촬영하면 어떤 처벌을 받느냐. 내 딸이 워터파크 몰카 촬영자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인근 파출소에 가서 피해 진술을 하고 나오다 오후 9시 25분께 파출소 앞에서 용인 동부서 수사팀에 긴급 체포됐다.

유포된 동영상에 휴대폰 케이스 몰카를 들고 있는 최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이 촬영 시점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모 워터파크에서 몰래카메라 영상에 찍힌 한 여성이 올 1월 일산경찰서에 신고하며 "지난해 7월 27일에 워터파크에 다녀왔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내가 찍은 것이 맞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서울 모처에 거주하다가 몰카 사건이 터진 후 고향에 내려와 지내왔다. 친척들의 얘기를 듣고 영상에 찍힌 여성이 자신의 딸인 사실을 알게 된 최씨의 아버지는 파출소에서 가정폭력 사건 피의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이 몰카 촬영자라는 사실을 경찰에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영상이 촬영된 시점에 4곳의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며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촬영 사실을 시인했지만, 어떻게 유포됐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몰카 촬영 지시한 용의자 체포

경찰은 "돈을 벌기 위해 그랬다"는 최씨의 진술을 토대로 온라인상에서 최씨에게 몰카 촬영을 제안한 남성과 동영상 유포자까지 수사를 확대 진행했다. 최씨는 지난해 봄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강씨에게 샤워장을 몰래 찍어 보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생활비가 필요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강씨가 대만에서 수입된 휴대폰 케이스 몰래카메라를 최씨에게 넘겨 주었다고 진술했다. 휴대폰 케이스 윗부분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쓰는 척하면서 영상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처음에는 건당 1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30만~6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강씨에게 3차례에 걸쳐 모두 200만 원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는 최씨가 돈을 받고 지난해 7월과 8월 워터파크와 야외수영장 등 4곳에서 여성 샤워실 내부를 몰래 찍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7일 경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동영상 촬영을 사주한 혐의(성폭력범죄등에관한특례법)로 강씨를 전남 장성 백양사휴게소에서 27일 오후 긴급 체포했다. 강씨는 지난해 여름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최씨에게 돈을 주고 국내 유명 워터파크 세 곳과 야외 수영장 샤워실에서 여성의 신체를 찍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강씨는 자신의 주거지가 아닌 가족 명의의 다른 주거지에 머물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밥을 먹다 붙잡혔다. 경찰은 최씨의 통화기록을 토대로 용의자 강씨의 위치를 추적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난 것을 확인하고 검거했다.

경찰은 강씨가 최씨에게 몰카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정한 직업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던 강씨는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샤워실에 있는 여성 알몸을 보기 위해 호기심에 돈을 주고 촬영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강씨는 최씨와 함께 국외 도피까지 공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소장용 목적으로 범행했으며 몰카와 관련 영상이 담긴 외장하드를 모두 4, 5개월 전 집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추가 동영상이나 다른 공범은 없고 언제 어떻게 동영상이 유포됐는지는 모른다"며 유포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 씨가 동영상 유포 경로를 숨기고 있다고 보고 정확한 유포 경위와 다른 유사 범죄가 없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