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식 선언에도 피해자 남아정부 "더 이상 메르스 위협 없다" 사실상 종식 선언메르스 환자 사투 중… 사망자 유족 고통 지속, 소송 진행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맨 왼쪽)이 7월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황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국민은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달 6일 이후 메르스 신규 환자 및 추가 사망자의 부재를 발표해오고 있다.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았던 메르스가 총 감염자 186명ㆍ사망자 36명의 피해를 끝으로 조만간 소멸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메르스 감염자와 사망자 및 유족이 입은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이 있고 고통을 호소하는 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개인 중에는 메르스 사태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메르스 사태를 살펴봤다.

46일간의 메르스 공포

5월 20일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양성 판정을 받은 1번 환자와 2번 환자는 부부다. 서울시의 역학조사 결과 1번 환자는 올해 4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메르스의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업무차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1번 환자가 진료를 받았던 충남 아산서울의원과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6월 6일까지 34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이 중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해당 병원은 5월 29일부터 휴원에 들어갔고 직원들 또한 6월 13일까지 자가격리 조치에 취해졌다.

90명의 최다 확진자를 발생시킨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역학조사 결과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14번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의료진, 환자, 방문객들이 2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6월 13일 일부 병동을 폐쇄하고 병원 내 메르스 2차 감염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같은 달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에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메르스 전염에 부실 대응한 건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은 법정에 서게 됐다. 건양대병원에서 감염된 후 사망한 고(故) 45번 환자의 유가족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감염 위험에 놓였던 가족, 강동성심병원에서 감염된 고(故) 173번 환자의 유가족이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메르스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46일간의 공포는 지난달 4일 186번 환자를 끝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신규 환자는 지난달 4일을 기준으로, 사망자는 같은 달 10일 사망한 고(故) 157번 환자 이후로 추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지난달 28일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종식일은 80번 환자의 상태가 음성으로 전환되는 이후다. 또한 이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메르스 최종 종식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人 양성반응 3人 불안정

현재 국가지정 중점 치료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메르스 환자는 10명이다. 이 중 9명은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PCR)에서 최근 음성 판정을 받아 병실에서 추가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1명인 80번 환자는 6월 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기저질환으로 앓고 있어서 완전한 음성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음성판정을 받은 9명 중 3명은 메르스 바이러스는 퇴치했지만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에 의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35번 환자, 74번 환자, 152번 환자가 이들 3명이다.

이들이 폐 손상을 입은 이유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털에 옮겨 붙는데 폐 속에 섬모세포가 많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메르스 감염의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호흡이 어려운 상황으로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화장치(ECMOㆍ에크모)를 장착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가 귀띔했다.

특히 35번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현재 상태까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을 당시 감염된 35번 환자는 메르스 감염 상태로 재건축조합 행사와 세미나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더욱이 박원순 서울시장은 35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일인 6월 4일 심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35번 환자의 신상과 이동 경로를 밝혀 논란을 가중시켰다. 다음날 35번 환자는 한 종편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현재 35번 환자는 폐 이식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바대로 폐 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메르스와 관련해서 35번 환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보호자가 엄격한 보안을 요구해 환자 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추가 메르스 소송 검토 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과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들을 대리해 총 3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해당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장을 접수해 현재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원고는 고(故) 45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격리된 가족 3명, 고(故)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이다. 피고는 건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으로 의료법 제47조에 따라 적절한 감염병 관리 및 치료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관건이다.

고(故) 45번 환자의 유가족은 건양대병원 측에 메르스 감염에 노출시킨 과실을 물었다. 고(故) 45번 환자는 역학조사 결과 5월 28일 부인의 폐암 치료차 방문한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경희대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 원고는 남편, 부인, 아들로 구성된 일가족 3명이다. 원고 측은 6월 남편의 신장 투석을 위해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네 차례 방문했다가 이곳에서 기침이 심한 165번 환자를 목격, 격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함께 치료받았다.

고(故) 173번 환자의 유가족은 강동성심병원의 오진으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6월5일 강동성심병원을 방문했던 고(故) 173번 환자는 이날 고(故) 76번 환자와 접촉했고 몸에 이상을 느껴 같은 달 17일 병원을 다시 찾았으나 메르스 검사를 거부당한 바 있다.

소송 제기 이후 소송 진행 상황부터 추가 소송 여부까지 다양한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에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6월 9일 2건의 소장을 접수했고 173번 환자의 케이스도 그 다음에 바로 제출해 3건 모두 사건 배당된 상태다. 구체적인 진행 일정이 정해지면 곧 알리겠다"고 전했다.

이어 90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소송 가능성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 팀장은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추가로 받고 있다"며 "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은 기존의 틀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이다. 소송 의사가 있는 분들에 한해 참여 변호인단을 꾸리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소영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