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 시작해절반 이상이 80~90대 고령… 사망전 상봉 시급이산가족 상봉 대변화 5·24 조치 해제 단초되나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가 가동에 들어간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조장금 할머니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대화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이 추석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7일 갖기로 했다. 북한이 우리의 실무접촉 제안에 이례적으로 빨리 호응하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순탄히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의기투합한 만큼 정부는 이번 기회에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를 전면적으로 확인하고 상봉 행사를 상시화하는 등 이산가족의 근본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다음 단계로 이산가족 6만200여 명의 생사를 전면 확인하기 위해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북한에 요구할 방침이다. 지난 15년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9,698명인데 이 중 6만3,406명(48.9%)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통일부는 매년 3000~4000명의 이산가족이 숨지고 있으며 이는 15년 동안 하루에 약 12명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 중인 이산가족의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의 고령이기에 이번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만여 명 이산가족 생사 확인 착수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일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명단 교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15일까지 이산가족에 대한 본인 의사 확인 작업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 강당에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를 운영한다.

봉사원과 조사인력을 포함한 100여 명의 센터 상담요원들이 이산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와 더불어 연락처와 거주지 같은 이산가족 정보를 현행화 작업한다. 또한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해 생사확인을 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15년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9,698명으로 이 중 1만6,799명(14.5)만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났고 나머지 85%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 중 6만3,406명(48.9%)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 중인 이산가족의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조사작업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할 계획이며, 통일부와 협의해 연내에 명단교환을 할 계획이다. 명단교환에 동의한 이산가족 인적 사항은 남북당국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는 북한 금강산 면회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소는 협의해야겠지만 금강산에 면회소가 있기 때문에 북측에서 그렇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하루 12명꼴로 사망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7월 31일 기준으로 현재 생존자는 6만6,292명이다.

이들의 구체적 현황으로는 연령별로는 80세 이상∼90세 미만 생존자가 2만8,101명(42.4%)으로 가장 많았다. 70세 이상∼80세 미만이 1만8,126명(27.3%), 90세 이상 고령자가 7,896명(11.9%), 60세 이상∼70세 미만이 6,874명(10.4%), 60세 미만이 5,295명(8%)이었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이산가족의 절반을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많은 이산가족이 오랫동안 다시 가족을 상봉할 꿈을 꾸다 결국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2만9,698명이 이산가족으로 등록했으나, 그동안 절반 가까운 6만3,406명이 사망했다. 생존자가 7만1,480명이었던 2013년 12월 말과 비교해도 1년7개월 만에 5,188명이 숨졌다. 통일부는 매년 3,000~4,000명의 이산가족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15년 동안 하루에 약 12명꼴로 사망한 것이다.

생존자 중 남자가 4만1,790명(63%)으로 여자 2만4,502명(37%)보다 많았다. 가족관계별로는 부부ㆍ부모ㆍ자녀가 3만222명(45.6%)으로 가장 많았고, 형제·자매 2만7,513명(41.5%), 3촌 이상 8,557명(12.9%) 순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의 성과도 있었다. 1985년부터 모두 2만2,704명이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5만5,412명이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고 2000년 이후 19차례 대면 상봉 행사를 통해 1만895명이 가족을 직접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다. 7차례 화상 상봉으로 3,748명이 화면과 음성으로나마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서신을 교환해 서로의 안부를 전한 이산가족은 679명이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횟수와 참가 인원이 제한된 탓에 가족 재회의 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차례 행사 때마다 남북한 각각 100가족 정도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에 2~3차례씩 하더라도 10년에 2,000~3,000가족 정도만 참가할 수 있다. 전체 이산가족 수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특단의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0년 이후 19번 성사돼 1만8,799명이 상봉했지만, 이는 전체 상봉 대기자 12만9,698명의 14.5%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아직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한 연구원은 상봉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은 연 2,380명에 달하며 상봉신청자가 사망 전 한 번이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매년 6,000명씩 상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석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남북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대적인 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상봉신청자가 사망 전 한 번이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나려면 매년 6,000명씩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남북이 실질적인 화해 무드를 이어가려면 남북경협의 걸림돌인 5ㆍ24 조치가 풀려야 하는데 이산가족 상봉의 대대적인 변화가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5ㆍ24 조치 해제의 전제로 요구되는 북한의 천안함 사태 사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대변화가 북한 태도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면서 5ㆍ24 조치 해제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