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운영자… 검은돈은?

부인 벤틀리 몰고 남편 페라리에 고의 사고
올 3월 결혼… '서약서' 깬 외도 의심 보복
페라리 남편 세무 조사…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택시기사 부부 상대로 갈취… 공갈죄로 구속

지난 6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취한 부인이 자신이 몰던 벤틀리로 남편이 탄 페라리를 들이받은 '벤틀리-페라리 부부'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남편 박모(37)씨가 한 때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사실이 밝혀지고, 젊은 부부가 고가의 자동차를 몰고 다닌 의문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페라리를 몰았던 남편 박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관리한 혐의로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만취한 상태로 벤틀리 차량을 몰던 부인 이모(28)씨는 평소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왔고, 술을 마시고 홧김에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차량 충돌로 앞에 정차해 있던 택시기사 김모(45)씨는 고의사고를 말하지 않겠다는 것을 빌미로 2,000만원대 합의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물의를 빚었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벤틀리-페라리 부부' 사건을 추적했다.

'11억 원'짜리 부부싸움

지난 6월 13일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앞 테헤란로에서 벤틀리를 탄 부인이 페라리를 탄 남편을 들이받았다. 남편 박씨와 아내 이씨는 올해 3월 9살 차이를 넘어 결혼에 성공했다. 이들 신혼부부는 결혼 전 귀가 시간 및 특정 장소 출입에 관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3개월도 안돼 깨지고 말았다. 6월 13일 밤, 이씨는 박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씨는 친구와 술자리를 갖다가 새벽 3시쯤 박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박씨를 찾아 나섰다. 이씨는 박씨의 외도를 의심해 박씨가 자주 다녔던 유흥주점을 찾아가던 중 마침 신호대기 중이던 박씨 차 페라리를 발견했다. 옆자리에 탄 여자를 본 이씨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자신이 타고 있던 벤틀리를 몰고 남편의 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남편의 페라리는 앞에 있던 김모씨의 택시까지 추돌했다.

사고 난 페라리와 벤틀리 차량의 시가는 각각 3억 6,000만원과 3억원 이었다. 추돌 사고로 수리비만 3억 원이 넘게 나왔다. 부부는 아내가 음주운전이었다는 것과 고의 사고라는 것을 감춰 수리비를 보험처리 하려 했다. 이에 택시기사 김씨가 고의 사고라는 것을 알아채고 부부를 협박해 2,000만 원 이상을 갈취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부부를 추궁했고 조사 끝에 택시 기사 김씨가 갈취한 사실과 고의 사고라는 것을 자백받았다.

외제 차 지인 명의로 등록돼

남편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중고차 매매업자라고 진술 후 이후 조사에서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고 말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량의 실소유주인 남편 박씨는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빌라에서 보증금 1억 원에 월 700만 원 월셋집에 살면서 수백만 원의 리스비를 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벤틀리와 페라리 차량 명의는 중고차 매매업자인 지인 장씨로 돼 있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씨에게 돈을 빌려 해당 외제 차를 구입한 뒤, 담보 명목으로 장씨 이름을 등록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재산을 숨겨 재산세 납부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압류를 피하려 자동차를 차명등록 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이들 부부가 무직이라고 밝힌 상태에서 거액의 외제 차를 타고 다녔고, 차량 소유관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 등 타인 명의를 이용해 탈세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불법도박 전과 있는 남편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박씨와 이씨가 타고 있던 슈퍼카가 한 대당 3억 원이 넘는 고급 차량이라는 점 때문에 박씨의 직업과 수입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무직이며, 재력가 집안도 아니라고 진술해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박씨는 피의자가 아니라 전과조회도 할 수 없었고, 수입에 대해서도 조사할 부분이 아니어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씨 부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경찰과 세무당국은 수입 루트와 탈세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박씨가 지난 2011년부터 약 1년 동안 지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관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박씨는 이 사이트에서 충전과 환전 업무 등을 보며 그 대가로 매월 약 900만 원의 업무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지난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박씨가 도박사이트 관리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박씨 부부가 몰던 슈퍼카와 호화로운 생활도 이렇게 불법적으로 모은 돈으로 누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씨에 대한 탈세 혐의 및 범죄 혐의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무 당국에서 탈세나 범죄 수익 은닉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정식 수사를 의뢰해 올 경우 해당 혐의에 대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씨의 페라리 차량을 고의로 추돌하고, 그 충격으로 그 앞에 정차 중인 개인택시를 연이어 추돌한 혐의로 이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 흉기등폭행)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한 벤틀리가 만취한 상태로 페라리를 고의 추돌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살인미수'라고 협박하고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2,700만 원을 챙긴 개인택시 기사 김씨는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본 건과 유사한 음주운전 고의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이 따르고 보험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일부 운전자들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첩보수집 및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