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전과범 매년 증가… 우범자 관리체계 미흡우범자 인권과 충돌… "우범자 사회적응이 대안"

'트렁크 시신'살인사건의 범인 김일곤(48)의 첫 범죄는 1987년 스무 살에 저지른 절도죄였다. 1년 6개월 복역 후 출소한 그는 26세인 1993년에는 제과점에서 여주인을 과도로 위협하고 옆구리 등을 찔렀다.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출소하자마자 다시 절도죄로 3년 6개월을 복역했다.

2004년에는 오토바이로 날치기하다가 출동한 경찰을 들이받고 칼을 휘둘러 4년을 복역했다. 그는 출소 직후 한복대여점에서 여성을 상대로 회칼을 들고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전과 22범이 됐지만 김씨는 교화되지 않았다. 끝내 한 여성을 또 다른 범행을 유인하기 위해 납치했다가 도망가려 하자 30여 차례 찔러 죽였다.

많은 흉악 범죄자의 패턴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2004년 21명을 연쇄 살인하고 검거된 유영철은 전과 14범으로 특수절도, 성폭력 등으로 11년 동안 수감됐었다. 2009년 부녀자 7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전과 9범이었고 2010년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범 김수철은 전과 14범이었다.

올 1월 의붓딸과 아내의 전남편을 무참히 살해한 안산 인질 살해범 김상훈은 전과 13범, 2012년 주부 살인사건을 저지른 서진환은 전과 11범이었다.

이런 범죄자들은 범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는 분석도 나오며 우범자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이 우범자들의 첩보를 파악할 때 우범자들이 이를 따라야 할 의무조항이 없어 경찰의 첩보활동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실형을 받고 나온 전과자를 대상으로 범죄 전력과 재범 위험성 등을 평가해 우범자로 지정ㆍ관리한다. 우범자 관리 대상으로는 조직폭력 범죄와 살인, 방화, 강간, 마약 등 8개 죄종에 한정된다.

김씨가 2013년 3월 출소 당시 교도소 측이 출소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고, 김씨는 우범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측에서는 우범자로 지정되더라도 납치와 살인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의 우범자 동향파악이 간접적으로 멀리서 지켜보는 수준에 그쳐 우범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범자 첩보수집 활동에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우범자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모호한 규정에 따른 우범자의 동향 파악은 반대로 우범자의 인권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경찰이 무리하게 탐문을 벌이면 우범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범자 첩보관리 규칙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반영하고 우범자의 강제 수용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3년째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경찰관이 법에 근거해서 적합한 직무 행위로서 첩보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사생활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어 규칙에 근거해 우범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첩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범자를 관리하기보다는 우범자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범자의 재범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우범자가 재범하게 되는 이유 중 사회 부적응 때문이 많다"며 "우범자 관리가 오히려 사회 적응을 실패하게 해 재범의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