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금관리 핵심 꼬리 잡았다"… 회장 측근 관련, 수상한 자금 포착의문의 통장 관리인 검찰 주목… 농협긴장 내막최원병 회장 집사 구속… 집사-농협 여직원 자금 흐름 관여 수사최 회장 부인-집사 농협 관련 사업 개입 정황도 수사선상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사 건물.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은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의 측근들이 농협 비리와 관련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이들이 챙긴 수익금의 최종 정착지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최 회장의 측근들을 수사해 이들이 조직적으로 농협의 외주사업에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챙긴 부당이득을 차명계좌 등을 통해 세탁한 흔적을 찾아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정황들도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이 조만간 농협중앙회 내 핵심 간부들에 이어 최 회장까지 소환할 가능성을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하고 있다. 일단 검찰이 최 회장의 집사로 알려진 최측근을 구속한 이후 최 회장 또는 가족 등 주변 최측근이 추가로 소환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 칼끝 농협 회장 겨눌까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임관혁)는 전날 체포한 경주 안강농협 전 이사 손모(63)씨를 4일 구속했다. 손씨는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물류의 협력업체 A사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사업 수주를 알선해주고 A사로부터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농협물류 일감을 대량으로 수주하면서 급성장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A사와 손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업 수주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해왔다.

특히 검찰은 손씨가 1990년대부터 10여 년 동안 안강농협에서 최 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사실과 2007년과 2011년 두 차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조직ㆍ자금책을 맡아 최 회장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내용 등을 파악하고 그를 주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씨는 최 회장의 부인인 손모씨와 경주 안강 지역에서 식당 사업도 여러 차례 벌이는 등 최 회장 가족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손씨가 최 회장의 집사라는 말이 회자됐다.

실제로 손씨는 그동안 특정 직업이 없이 최 회장의 집사역할만 맡아오면서 최 회장뿐만 아니라 최 회장 집안 대소사를 모두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손씨가 최근 구속됨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 "손씨 구속으로 손여사 등 최 회장 가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관계자들이 19일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동구 NH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압수품들을 옮기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열쇠가 손씨라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들린다. 손씨는 최 회장이 안강 농협에 근무할 때부터 최 회장의 집사였고, 농협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흔적이 적지 않은데다 손여사와 특수관계인으로 같이 식당운영도 했고 매입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시 최 회장과 손여사에 되팔기도 했다. 이런 점 등 외에도 경주 안강 지역에서는 최 회장 가족과 손씨의 각별한 관계, 그리고 '그들만의 비즈니스'에 대한 각종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은 이 소문들 중 상당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파악하고 손씨가 농협의 여러 이권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검찰은 최 회장의 집사 손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를 다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차명계좌를 통해 입출금된 자금 규모와 자금 관리내용을 살피고 있다. 동시에 차명계좌의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지난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손씨가 보유한 차명계좌 10여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계좌가 손씨의 농협 이권 개입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수상한 자금 내역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최 회장를 비롯해 손여사와의 관련성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강농협의 여직원 박모씨가 손씨의 차명계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준 것으로 파악하고 최근 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해당 계좌의 입ㆍ출금을 실제 관리해 왔으나 검찰에 이 같은 사실은 숨겨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씨는 손씨의 차명계좌를 관리해줬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 검찰이 해당 내용을 문의했을 때 대부분의 내용을 누락시킨 채 알려줬다"며 "손씨 구속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박씨가 손씨의 차명계좌 입출금 내용을 일부 감춘 부분과 그가 손씨의 통장을 관리한 사실을 밝혀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박씨의 남편도 농협에 근무 중인데, 남편도 손씨 등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된 정황이 있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박씨가 손씨의 차명계좌 내용을 고의로 검찰에 누락시킨 채 알렸다면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강농협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검찰로부터 통장에 대한 내용확인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분명히 내용을 그대로 다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박씨는 누가 보더라도 손씨와 매우 가까워 보였다. 손씨는 차명통장 정리를 위해 안강농협을 찾을 때마다 꼭 일을 박씨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안강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손씨는 통장 10여개를 넣은 손가방을 늘 들고 다녔으며, 이 손가방을 통째로 박씨에게 전달하면 박씨가 알아서 통장정리를 해주곤 했다는 것이다.

집사 입 막고 있는 '손' 정체

그러나 손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차명계좌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협력업체에서 거래관계 유지ㆍ납품단가 인상 등의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손씨는 이 외에도 다른 이권에도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손씨가 경주 안강읍 일대 농지 3필지를 최 회장 일가에 시세보다 싼 값에 팔아넘겨 수억원의 재산상 수익을 안겨준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손씨가 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부동산 매입 등의 방법으로 이를 최 회장 일가에 넘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농협 이권 개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손씨가 최 회장에게 일종의 '보은'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해당 토지에 대해 재산신고를 하면서 매매가를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또 검찰은 농협이 그동안 여러 이권 사업에 대해 부실감사를 한 정황을 잡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이 리솜리조트 부실대출 건에 이어 농협의 부실감사를 집중 수사할 경우 이성희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 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매우 막역한 관계로 농협에서 7년간 최장기 감사위원장을 역임해왔다. 그는 최 회장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농협의 주요 이권 사업에 대해 감사를 소홀히 해 최 회장의 측근이 각종 이권에 개입할 수 있도록 감사를 느슨하게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열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은 ▦농협 목우촌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최원병 회장 아들 농협대학 입학 특혜 의혹 ▦낙하산 인사문제 ▦금융사기 ▦PF대출 부실 등 농협의 문제를 거론하며 농협 내외적으로 감사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농협중앙회 고문에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감사원 등의 출신이 다수"라며 "비리 등 구조적인 문제를 내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외부감사라도 실효성 있게 감사될 수 있는지에 대단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최원병-이성희-손씨 등으로 이어지는 최측근 라인이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며 "특히 이성희씨를 비롯해 임태희 전 비서실장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이 농협의 주요 자리에서 최 회장의 비선라인 역할을 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정권의 핵심 실세인 임 전 실장의 측근 2명이 농협 이권과 그 뒤를 봐주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박민수 의원실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의 매제(여자형제의 남편)인 김모씨가 2008년부터 농협중앙회의 손자회사인 '협동기획'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8년동안 대표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인데, 공교롭게도 임 전 실장의 측근인 이 위원장과 근무 기간이 비슷하다.

김 대표는 2008년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해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두 차례(당선인 시절 포함) 역임했고, 대북 비선을 담당할 정도로 신임을 받은 이 전 대통령측 핵심인사다.

김 대표가 8년째 재직하고 있는 협동기획은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NH개발이 100% 출자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6일 "농협 계열회사 대표를 한 곳에서 8년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NH개발에 지나친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국감에서 제기됐다. 신정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NH개발과 농협중앙회, 지주회사, 산하기관, 회원조합 등으로 부터 계약한 건수는 총 2563건으로 1조500억 규모에 이른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모가 상상초월"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5년 여간 농협이 발주한 1억 원 이상의 전체 공사 2707건의 90.9%에 해당하는 수치로 연평균 450건, 1900억 원 상당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NH공사에 몰아줬단 설명이다. 같은 기간 농협이 외부업체와 계약한 244건 3300억원 계약 건에 비해 액수로는 3배, 건수로는 10배가 넘는다.

신 의원은 "특히 농협 내부규정에서 수의계약을 단서조항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협측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협 계약규정(제6조) 및 계약사무처리준칙(제37조 20호)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일반경쟁을 부쳐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수의계약을 하도록 허용할 뿐이다

손씨와 관련해 주목할 또 다른 점은 그의 여동생 등 측근들이 하나로마트에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씨는 손여사와 함께 측근들에 하나로마트 부스를 내주고 영업을 하도록 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조사하지 않고 있지만 손씨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주변인들에게 하나로마트 입점권을 줬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도 살피고 있다. 손씨는 이렇게 입점권을 주변인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이권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손씨와 더불어 손여사가 포항 하나로마트 등 운영에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 "검찰이 손씨에 이어 손여사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농협 안팎에서는 손여사와 손씨가 사업뿐만 아니라 평소 운동도 같이하고 아파트도 최 회장의 아래층 집을 매입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점 등을 들어 "검찰이 손여사를 불러 조사할 경우 여러 이권 개입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