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구속에 정·재계, 연예계 초긴장굴지 대기업 회장 백억원대 불법 해외도박 횡령 의혹 증폭이틀 사이 수백억 원대 도박 자금세탁 A씨 행적 추적

해외 카지노 전경. 사진 출처=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화장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N사가 위기에 빠졌다. 경쟁업체의 추월 때문이 아니라 검찰수사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로 이 업체 대표 J(50)씨를 지난 6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J씨는 폭력조직의 알선으로 2012년부터 작년까지 마카오ㆍ필리핀 등의 불법 도박장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력조직의 새로운 사업

J씨는 6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도박 관련 범행 일체를 자백하는 자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화장품 신규 브랜드 업체를 창업해 업계 1위로 올려놓은 뒤 LG생활건강에 매각해 화제를 낳았다. 그는 당시 매각가 34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화장품 업계의 성공신화로 떠올랐다. 이후 2010년부터는 이 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은 해외 원정도박 수사에 착수한 뒤 도박장 개설ㆍ운영, 도박 알선 등에 가담한 국내 폭력조직원 8명, 이들과 연계돼 상습 도박을 한 기업인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외에도 해외 원정도박에 가담한 기업인 5∼6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업인의 해외도박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 등 다수의 인사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의 유명 유흥주점 관계자와 연예인들까지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해외도박 수사가 연말 핫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해외 원정도박 뒤에는 알선책인 폭력조직이 있었다. 검찰은 하나의 조직이 모든 원정 도박을 알선했는지 아니면 여러개의 조직이 경쟁적으로 알선사업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폭력조직원들이 기업인들에게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강력부장 심재철)는 마카오에 있는 호텔 카지노에 VIP룸을 빌려 이른바 '정킷방'을 운영하며 도박을 알선하고 도박자금을 빌려준 혐의(도박장소개설 및 외국환거래법위반)로 광주송정리파 행동대원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씨는 2011년 10월께부터 2014년 9월께까지 마카오에 있는 한 호텔 카지노 측에 보증금을 납부하고 VIP룸을 빌려 이른바 '정킷방'과 '경성방' 등을 운영하면서 해외 원정도박자들에게 카지노 칩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부하 직원과 함께 불법 환전영업을 하며 2011년 8월께부터 2012년 4월께까지 모두 800여회에 걸쳐 각각 73억원 상당의 한화와 홍콩달러화를 불법 환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기업인들에게 최대 14억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제공하며 이들이 바카라 도박을 수백회에 걸쳐 하도록 유도, 회당 판돈의 1.24%가량을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원정도박 수사에 떨고 있는 이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더해가면서 수사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김범수(49)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시간 51분 동안 도박을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김 의장의 도박 내용이 기록된 미국 당국의 문건을 검찰이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는 김 의장이 2007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김 의장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이 문서에는 당시 김 의장이 라스베이거스 최고급 호텔인 벨라지오의 카지노에서 5만 달러(약5,800만원)규모의 도박을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는 당시 김 의장의 1회 평균 베팅 액수가 2440달러(280만원)이며, 도박 이후 그는 하루 사이 총 1만6993달러(약 2000만원)를 잃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서에는 김 의장이 별도의 카지노 계좌도 보유한 사실도 드러나 있어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그의 이전 도박 행적도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문서에는 또 김 의장의 영문 이름과 함께 그가 NHN 소속으로 직업은 글로벌 CEO라고 적혀 있어 이 문서가 진본일 경우 구속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법상 내국인이 국내에서 도박하는 것보다 국외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되면 처벌이 훨씬 무겁다. 검찰은 이 문서를 비롯해 김 의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당국은 김 의장이 2000년대 중반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 2곳에서 도박을 한 내역 과 2007년 500만달러가 넘는 저택을 매입한 과정 등을 조사했다. 김 의장은 이 사건을 위해 미국 뉴욕 월가의 유명 변호사 등을 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인은 김 의장 외에도 더 있다. 굴지 대기업 회장인 A회장도 조만간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A씨는 구속된 정 대표와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라는 말이 적지 않아 사정기관이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인 측근들을 통해 이들의 해외 도박자금 세탁을 도운 인물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인물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들 기업인 중 일부는 도박뿐만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과 어울리며 막대한 유흥비도 사용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소식통은 "일부 기업인이 여자 연예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적지 않은 현금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 돈의 규모가 얼마이고 출처가 어디인지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