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절반 이상 경제적 독립 못해70대 남성 '캥거루족 아들'에 칼부림구직 포기한 니트족 최대 100만 명자녀 뒷바라지로 노후 준비 못하는 부모 늘어

성인이 돼서도 자립하지 않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자식들을 캥거루에 빗대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최근 70대 아버지가 마흔이 넘도록 얹혀 사는 캥거루족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사건이 발생하며 캥거루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졸업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더불어 구직을 포기한 니트족도 급증해 장기적 니트족 생활은 결국 캥거루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 뒷바라지 때문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캥거루족의 실태를 살펴봤다.

경제적 독립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다 가정불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의 반지하 집에 살던 박모(72)씨가 같이 살던 아들에게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고 몸을 찔린 아들은 집 밖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아들은 마흔이 넘도록 직업도 없이 아버지에게 얹혀 살며 생활비를 타서 쓰는 이른바 캥거루족이었다.

박씨는 군 복무 후 20여 년간 별다른 직업도 없이 자신에게 돈을 타 쓰며 생활하던 아들이 "돈을 마련해주면 지방에 내려가 살겠다"는 제안을 해 원래 집은 세를 주고 반지하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도 아들은 박씨 곁을 떠나지 않았고 반지하 집을 담보로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 또한 아들이 걸핏하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 아버지는 집을 비워주고 노숙하기 일쑤였다.

사건 당일에도 노숙한 아버지는 방에서 편히 자고 있던 아들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해 흉기를 들었고 결국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전과가 없는 박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곧바로 자수한 점, 아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과 아들이 인륜에 반하는 행동을 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성인이 된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해 살다 가정불화로 강력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충북 옥천에서는 아들이 특별한 직업 없이 술만 마시는 것에 가정불화를 겪던 70대 아버지가 40대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왜 용돈을 안 주느냐"며 80대 노모와 말다툼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캥거루족ㆍ 니트족 급증…연어족도 생겨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이 대졸자의 51.1%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졸자의 10.5%는 부모와 동거하며 용돈을 받았고, 35.2%는 부모와 동거는 하지만 용돈을 받지 않았다. 부모와 따로 살지만 용돈을 받는 대졸자는 5.4%였다. 캥거루족의 47.6%는 정규직 취업자, 34.6%는 비취업자, 14.7%는 임시직 취업자, 3.1%는 자영업자였다. 일을 하지 않으며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구직을 포기한 '니트족' 또한 급증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중 일할 생각이 없거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2005년 14%에서 2013년 30.5%로 2배 넘게 늘었다. 이 중 3분의 1은 가장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35~55세였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니트족이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구직포기자 중 대졸 이상의 비율이 16%에서 25%로 늘어났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비율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전세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님 집으로 회귀하는 '연어족'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한 뒤에도 부모님 집에 둥지를 트는 일명 '연어 부부'라는 말도 생겨났다.

캥거루족 해결 방안은

장기적 니트족 생활의 경우 대다수는 경제력이 있는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 많다. 그러나 은퇴 후 노후 설계도 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캥거루족 자녀들은 곧 부담이다. 실제로 니트족은 소비 능력이 부족해 경제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고 국내 총생산도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타격을 준다. 또한 실업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캥거루족 증가로 환갑을 맞았지만 미혼인 30대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50대부터 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60대가 넘어서도 자녀들의 생활비를 대고 결혼자금을 모아주는 현실이 노인 빈곤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혹은 갓 취업한 직장인을 둔 부모 세대의 상당수는 1950년대 중반에서 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약 7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파악되며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할 경우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캥거루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청년층이 취업에 성공하고 소득, 고용 안정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에 종사할 경우 캥거루족의 확률이 저하된다"며 "캥거루족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청년층의 악화된 취업난으로 인해 양질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보다 취업을 고려해 진로를 결정한 청년과 대학 졸업 전 분명한 취업목표를 가지고 있는 청년은 캥거루족이 될 확률이 낮아 초ㆍ중등교육뿐 아니라 대학교육에서도 진로교육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