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밀항 도운 최측근 조카 음독 자살경찰청 '조희팔 사건' TF팀 본격 가동조씨 오른팔 강태용 송환… '입' 열까?

일당의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에 가담한 배상혁(44)이 22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배씨가 금융다단계 사기 범행에 중추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할 방침이다.
희대의 사기꾼 (58)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씨의 최측근인 조카 유모(46)씨가 음독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씨의 생존 여부를 밝히는 것이 더 힘들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유씨 자택에서 압수한 컴퓨터 기록을 분석해 조씨 일당과의 접촉 관련 정보 등을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에는 조씨의 오른팔로 불리는 (54) 일당에게 수사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가 검찰에 송치됐고 다단계 사기를 실질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배상혁(44)이 검거되는 등 ' 리스트'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 여부 논란, 광범위한 검ㆍ경 로비 의혹과 중국 밀항 등 조씨를 둘러싼 8년간의 의문점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의 핵심 측근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둔 가운데,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의 주범들을 체포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결정적 증인 조카 숨져

'4조 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인 (58)의 중국 밀항에 중추 역할을 한 외조카 유모(46)씨가 20일 오후 대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상 등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음독자살 가능성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조씨 누나의 아들인 유씨는 2008년 12월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할 때 중국 공해상에서 조씨를 만나 밀항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가족들은 2011년 12월 조씨가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1년 말까지 줄곧 조씨 곁에 있던 인물이 유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씨가 지난 10일 (54)이 중국에서 현지 공안에 검거될 때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그의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조희팔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0분쯤 대구 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유씨가 소파에 앉아 탁자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친구 이모(46)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엎드려 있어 이상해서 흔들어보니 의식이 없어 병원으로 옮겼다"며 "유씨는 의 측근 이 검거된 후 자신과 가족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예비 부검을 한 결과 유씨의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알갱이 형태의 약독물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 유서가 나오진 않았으나 유씨는 숨지기 전 오전 10시 37분부터 지인에게 '조용히 (저 세상으로) 가고 싶지만 딸이 눈에 밟힌다'는 내용의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를 네 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구지검은 유씨 자택으로 수사관 등을 보내 컴퓨터 2대를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압수한 컴퓨터 기록을 분석해 중국으로 달아난 일당과 유씨의 접촉 관련 정보 등을 추적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행적을 확인해 생사 논란을 규명할 결정적 정보를 찾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5대의 컴퓨터 가운데 4대에 자료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씨가 숨지기 전 내용을 지웠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복구 작업을 해 정보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 사건 TF팀' 구성

강신명 경찰청장이 이달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사건을 본청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씨가 숨지고 진상 규명 여론이 불거지자 '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청에 별도 조직이 편성됐다. 21일 경찰은 "본청에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에 직접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F는 수사기획관을 단장으로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계 등 12명의 혼성팀으로 구성된다. 범죄정보과는 범죄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부서이고, 지능범죄수사대는 과거 은닉자금을 수사하고 사망을 발표했던 곳이다. 경제범죄수사계는 다단계 사건인 유사수신 사건을 다루는 부서다. TF는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을 비롯한 지방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강태용
경찰청은 대구지방경찰청의 수사 상황을 철저히 점검ㆍ지휘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전했다. 제보의 진상을 확인하고 경찰 유착 비리를 직접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씨의 오른팔인 강씨가 중국에서 검거된 후 장기간 관망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TF팀을 만든 것에 대해 '뒷북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조씨의 뇌물 사슬에 엮인 경찰관들이 아직 내부에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도 TF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 리스트', 측근 강씨 주목

대구지방경찰청은 22일 조씨의 오른팔인 강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개업하며 강씨 측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지난 16일 구속된 정씨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한 결과 정씨가 뇌물을 챙긴 지 1년여 후인 2008년 10월께 강씨 일당에게 수사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를 밝혀냈다. 경찰은 강씨 등이 운영하던 다단계 업체 본사 서버에 대구경찰청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정씨가 강씨에게 수색 날짜를 미리 알려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당시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강씨와 조씨 일당의 다단계 유사수신조직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자 강씨 측이 매수해둔 정씨에게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에게 부정처사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가 2007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만 23차례 드나들었고 이 가운데 21번은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한 2008년 12월 이후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정씨가 조씨측과 접촉한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강씨가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지 이틀 뒤인 지난 13일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광저우 공항에서 입국 거부된 뒤 강제 송환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사건 송치 후에도 정씨가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본인 명의 휴대전화 2대의 통화내역을 추적, 조씨 일당과의 접촉 여부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한편 강씨는 지난 1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열흘이 넘게 지났으나 아직 국내 송환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법무부, 대검찰청 등이 중국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강씨의 송환 일정이 확정되면 수사 관계자들을 중국에 보내 신병을 건네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제송환은 양국 간의 협의를 거쳐야 해 송환 시기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지만, 우리 당국도 조속한 송환을 요청하고 있어 조만간 송환 일정이 조율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검찰은 강씨 송환에 대비해 계좌추적, 수사기록 검토 등 주변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