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생사, 은닉 재산 풀 '열쇠'?조씨 부인, 중국 내연녀 '조희팔 사건' 핵심 증인조씨 '목숨보다 중한' 가방 맡긴 30대 女 '몬순이' 추적 최측근 강태용ㆍ배상혁와 '몬순이' 은닉재산 밝힐 '키'

조희팔 일당의 4조 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에 가담한 배상혁(44)이 10월 22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찰은 배씨가 금융다단계 사기 범행에 중 추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할 방침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 조희팔(58)의 최측근들이 하나둘씩 체포됨에 따라 조씨의 생존 여부, 정ㆍ관계 로비, 재산 은닉 등 의혹 규명을 위한 검ㆍ경의 수사 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10월 10일 중국에서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54)을 체포한 데 이어 10월 22일 강태용의 처남이자 다단계 사기 설계자로 알려진 배상혁(44)을 잡아들이며 '조희팔 리스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조희팔 측근들이 잇따라 체포됨에 따라 '조희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는 가운데 조희팔이 중국 밀항 직전 '의문의 가방'을 맡긴 한 여인을 경찰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은 "내 목숨보다 중요한 가방"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방을 믿을 만한 여인에게 맡겼다고 한다. 경찰은 그 가방을 확보하면 '조희팔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보고 문제의 여인을 은밀하게 추적 중이다.

'조희팔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여인과 조희팔의 사망과 관련 있는 또 다른 여인을 중심으로 조희팔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짚어봤다.

조희팔 생사와 은닉 재산

조희팔(58)은 2004∼2008년 5년간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통해 3만여 명의 투자자를 속여 4조 원을 가로챈 뒤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했다. 조씨는 중국에서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조한 뒤 중국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2월 중국에서 치러진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의 장례식 모습. 사진은 경찰이 조희팔 가족으로부터 압수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이다.
경찰 추적에도 행방이 묘연했던 조희팔은 2011년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수면위로 부상했다. 당시 조씨의 사망을 놓고 사실 여부 논란이 일었다.

조씨 유족들은 조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조씨가 2011년 12월 19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약물 중독으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된 조씨의 조카이자 조씨 밀항을 주도한 유모(46)씨는 "외삼촌(조희팔)은 오전에 스크린골프를 치고 내연녀를 만나러 갔는데 오후 9시쯤 조선족 운전기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병원에 가보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맥박이 멈췄고 한쪽 발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조씨의 사망을 추적하고 2012년 5월 조씨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조씨의 최측근 강태용이 체포되면서 조씨 생존설이 부상했다. 특히 조씨의 운전사인 최모씨가 "조씨와 얼마 전까지 통화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조씨의 생존 여부가 논란이 됐다. 경찰 또한 10월 21일 "조씨 사망을 확신할 수 없다"며 "본청에 조희팔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희팔 사건에 직접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조씨의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씨의 생존 여부가 논란이 되자 경찰 관계자를 중국에 보내 조씨의 행적을 추적했지만 '소문'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조희팔 사건은 이제 생존 여부보다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팔의 부인과 중국 내연녀

경찰은 조희팔 사건과 관련된 세 여인을 주목했다. 우선 조씨의 부인이다. 조씨는 본처사망 후 현재의 부인 정모(65)씨 사이에 아들과 딸을 뒀다. 이들은 중국으로부터 조씨 사망 소식을 듣고 2011년 12월 21일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씨의 죽음을 공식 확인했다.

또 다른 여인은 조씨가 사망할 당시 함께했던 내연녀 김모(55)씨이다. 경찰이 확보한 중국의 응급진료 기록에 따르면 조씨는 2011년 12월 19일에 김씨와 중국 옌타이 시의 한 샤부샤부 집에서 식사한 뒤 오후 8시 30분경 호텔 내 노래주점에 갔다. 그곳에서 양주 몇 잔을 마신 조씨는 노래를 부르다가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객실로 돌아온 조씨는 복부 통증과 급체 증상을 보였고 병원으로 가던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사인은 췌사 및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박동 정지였다.

지난달 20일 자살한 조씨의 조카 유씨는 한 방송에서 조씨의 죽음에 내연녀 김씨와 관련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유씨는 "평소 심장 질환을 앓은 적도 없고 돈 문제로 사업 파트너 등과 문제가 생겨 살해당했을 것이다. 내연녀와 외삼촌의 지인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는 조씨가 사망 전 식사가 곤란할 정도로 속이 답답하다고 했고 조씨가 쓰러진 뒤 김씨와 지인들이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돼 있다. 중국 공안은 김씨에 대한 어떠한 혐의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희팔의 '목숨보다 소중한' 가방 행방

조희팔은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 전 '몬순이'라 불리는 여인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니 잘 보관하고 있어라"며 가방 하나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몬순이'라는 30대의 여인은 조씨 측근들이 얼굴이 못생겨 그렇게 불렀다는 말이 전해지며 조씨의 신뢰는 상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몬순이'라는 여인이 보관하고 있는 가방이 '조희팔 사건'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여인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가방 안에 조씨의 다단계 사기 사건과 대규모 은닉 재산의 행방을 밝힐 수 있는 서류와 장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찰은 조희팔이 생존해 있기보다는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남은 중요 과제는 은닉 재산을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조희팔로부터 사기를 당한 공식 피해 규모는 2만 4459명, 2조 562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총 피해액이 8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체포된 강태용ㆍ배상혁을 통해 은닉 재산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조씨가 '목숨보다 소중한 가방'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 '몬순이'에 대한 추적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언이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