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설' 주범 사실과 달라… 경찰 수사 근거 오류, 작가 감정 묵살 파문'국과수 감정=불능' 음모론 제기돼

이우환 화백은 경찰의 작품확인 거부에 "부모가 자식을 확인하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했다.
위작범 현씨·판매책 이씨 "위작과 무관"… '위작 소문' 음모와 결부 확산돼
경찰 수사 단초에 문제… 이우환 작가 감정 묵살해 파문, 문화 국격 실추돼
경찰 무리한 압수수색, 국과수 감정 논란 도마 위에
'이우환 위장' 사건 어떻게 해결될지 세계적 관심

지난 3년 간 미술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이우환 위작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부정하고 사건을 미궁 속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미술계 불순세력이 개입한 정황이 나타난 상황에서 '이우환 위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위작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작품 감정을 타 국가기관(국과수) 등에 의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미술계 특정 세력이 사건 수사를 연장하고 흐지부지 끝내려는 노림수에 이용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우환 화백의 세계적 위상은 추락하게 되고 이는 이 화백의 개인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국격을 실추시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우환 위작설'의 단초가 됐던 위작범과 판매책의 정체 및 구체적 행태, 소문의 진상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주간한국>이 단독 입수한 문건(文件) 등에 따르면 '이우환 위작' 사건은 이른바 위작범과 판매책의 금전거래 충돌에서 비롯됐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위작설'이 미술계에 소문으로 번져 경찰 수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감정 음모론'이 더해지면서 미술계를 대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이우환 위작 판매책으로 알려진 이씨가 자신에 대한 경찰 조사를 촉구하며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
이는 이우환 작품에 대한 위작 시비가 불거진 2012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기자가 다수의 관계자들을 만나 그 실체를 추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을 깎아내리고 미술계를 어지럽혀 온 '이우환 위작설' 논란과 이를 부추기고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는 경찰 수사의 문제를 짚어봤다.

경찰 첩보와 언론 보도 '사실(Fact)'과 달라

'이우환 위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지난 10월 16일 서울 인사동 소재 K화랑을 압수수색해 이우환 작품 6점을 확보했다. K화랑이 이우환 위작을 거래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제보(정보)를 통해서다.

그러나 경찰은 K화랑 관계자와 다른 화랑 및 이우환 작품 소장자들까지 조사했으나 위작품 거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경찰은 느닷없이 위작품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압수한 작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우환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모씨가 판매책 이씨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은 각하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의 11일자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우환 가짜 그림 80여점 최소 수십억대 시중 유통' 제하의 기사에서 경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전했다.

⌜경찰은 최근 이우환 화백 위작 여러 점을 압수하고 위작 유통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경찰은 위작이 2012년부터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지난달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위조 기술자 현모씨(65)와 이모씨, 판매책 이모씨(66) 등을 피의자로 보고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 감정기관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도움을 받아 위작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요약하면 위조 기술자 현모씨가 이우환 작품을 위작했고 판매책 이모씨가 위작품을 유통시켰으며 위작을 밝혀내기 위해 국과수 등에 감정을 의뢰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이른바 '이우환 위작' 사건 보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6월 22일자 '위조된 이우환 그림 100억대 거래 의혹'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1일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A씨(65) 등 7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이 화백의 기존 작품 수 점을 모작(模作)한 뒤 B화랑을 통해 경매에 부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이 화백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위조 전문가로 1990년대에도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한 모작을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

이우환 화백이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과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대표에게 일임한 작품감정 위임서.
경향신문은 7월 13일자 '이우환 화백의 위작, 150점 이상 국내외에서 유통' 기사에서 "서울경찰청은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위조 전문가, 화랑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경매에서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으나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거론된 A씨와 경향신문 기사의 해외로 도피한 핵심 피의자는 한국경제신문이 언급한 현모씨이다. 또한 한국경제신문 기사에서 현모씨와 위작을 했다는 이씨는 장안평 등에서 100∼400만원에 팔리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우환 및 국내 대가들의 작품을 위작한 인물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찰이 이런 범죄인의 진술에 비중을 두는 바람에 위작 논란의 본질과 동떨어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모씨가 이우환 화백 작품을 위작했고 위작범 등이 이를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경찰발(發) 보도는 '사실(Fact)'과 크게 다르다. 즉 경찰이 수사에 나선 '첩보' 내용은 물론, 언론 보도도 사건의 실체와 거리가 있다.

이른바 위작범과 판매책의 정체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된 첩보와 신문 기사에 나오는 이른바 위작범 현모(65)씨는 1980년대부터 서울 장안평을 활동 근거지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고서화(주로 민화류)를 취급하거나 위작해 판매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판매책으로 알려진 이모(66)씨 역시 1980년대 장안평에서 골동품 등 고미술을 취급하였으나 당시에는 서로 왕래가 없었다. 이씨는 1990년대 말 장안평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00고미술연구소를 차리고 고미술을 거래하면서 일본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현씨와 이씨는 2011년 초 고미술상 김모씨 소개로 인사를 나눴다. 이후 두 사람은 현씨가 그린 (위조)민화를 일본에 판매하며 상호간 이익을 취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소량 거래를 하다 점차 수량이 늘면서 2013년 초 현씨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이씨 집으로 자신이 그린 민화와 타인의 의뢰를 받은 고서화, 골동 등 1톤가량의 고미술품을 배달했다. 이때 이씨는 민화 등 대금 중 선수금 명목으로 1억원과 50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5000만원을 현씨 통장으로 입금하고 나머지 대금은 민화 등을 판매한 후 정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씨로부터 민화 판매 대금이 입금되지 않고 이씨가 민화를 팔아 80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을 들은 현씨는 2013년 5월 21일 수입액의 절반인 40억을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한 국내 조폭의 중심세력인 칠성파 간부를 2∼3차례 이씨에게 보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가 이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은 경찰 수사의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허구로 밝혀졌다. 내용증명의 주요 내용은 "1. 2012년 5월부터 이우환 위작을 하였으나 그해는 실패하고…. 2.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상당량 하였는데… 40억원을 받겠다. 3.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극심한 고충과 우울증에 걸려 있음… " 등으로 돼 있다.

하지만 내용증명 작성일이 2013년 5월 21일인데 '그해 10월말까지 위작을 하였다'는 내용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현씨가 2013년 1월경부터 위작을 시작하였다면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감정(2012년 3월-2013년 2월) 중단 이후의 일이고, 그 이전(2013년 2월) 이우환 화백이 이미 감정협회와 현대화랑의 의뢰로 작품 감정을 해 진품으로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이후 현씨가 보낸 내용증명상 날짜(2013년 1월 이후)는 시간상 명백하게 불일치한다. (이우환 작품의 피그먼트가 마르는데만 수년 걸림). 때문에 이우환 화백이 확인해 준 작품에 이른바 현씨의 위작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은 없다.

조폭인 칠성파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은 이씨가 이우환 위작을 판매한 적이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현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한 것도 내용증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현씨가 당시의 민화값을 받지 못해 서울북부지검에 이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으나올해 1월 30일 각하처분을 받은 점도 현씨가 이씨에게 이우환 위작을 건네주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갖게 한다.

현씨는 2013년 8월 서울 종로구 경운동 소재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임모씨 가게에 찾아와 고미술 업자 등과 얘기를 나누던 중 이씨가 100억 원대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소문을 접하자 격분해 '이우환 위작설'을 꺼냈다. 현씨는 "일본에서 이씨와 모의해 2010년 경 이우환 작품을 상당량 위작했고 이 작품들을 이씨가 판매해 100억원대의 빌딩을 구입했고, 또 다른 김씨도 판매에 가담해 50억원을 벌어 외제차를 구입했다는데 나한테는 몇 푼도 주지 않아 분하다"고 성토했다. 당시 현씨의 발언을 들은 고미술상 임모씨가 10여일 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S씨에게 전하면서 '위작설' 소문이 확대ㆍ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태의 파문이 커짐에 따라 미술계와 사정기관에서도 진상파악에 나서자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와 판매책 이씨는 2013년 11월 미술계 유력인사에게 '이우환 위작설'의 실체를 털어놨다. 현씨는 이우환 작품을 위작한 적이 없고, 이씨 역시 위작품을 보지도 못했고, 판매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했다.

실제 현씨는 일본에서 이우환 작품을 위작했다고 했지만 2010∼2011년 사이 일본에 간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씨는 "이씨와는 주로 민화 거래를 했고, 2-3년 전부터 외상거래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져 간 그림 값을 주지 않음은 물론, 그림(민화)을 받은 사실조차 부인해 격분해 있던 중 2013년 8월 우연히 인사동의 안면 있는 임씨(고미술상) 가게에 들렀다가 임씨가 '이씨가 작품을 가져가고 돈을 주지 않는다'고 성토하기에 본인도 맞장구를 치면서 이우환 위작건을 이야기한 것이다"고 실토했다.

판매책으로 지목된 이씨는 "수년 동안 현씨의 민화를 일본에 팔아 돈을 번 것은 맞지만 이우환 위작 판매는 말도 안된다. 허위 소문을 퍼뜨린 현씨와 임씨, 그리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감정협회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기를 수차례 원했으나 수사기관(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범죄혐의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4개월째 출국금지를 시켜 놓아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이씨는 지난 10월 15일 국민신문고에 '경찰의 불합리란 출국규제로 인한 재산상 손해발생'이란 민원까지 넣었으나 기다려 달라는 회신만을 받았다면서 자신을 조사하지 않는 점 등에 대해 매우 답답해했다.

현씨의 지인으로 2011년 초 이씨를 소개한 김모씨 또한 4회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이우환 위작설'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씨와 막역한 사이지만 현씨로부터 이우환 작품 위작에 대해 한마디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우환 위작을 팔아 이씨가 100억대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소문과 위작 판매에 가담한 김모씨가 50억원을 벌어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소문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구입했다는 부산 해운대구 소재 건물은 10억대에 불과했고 구입대금 중 3분의2가 은행융자여서 위작품을 팔아 100억원대의 재산을 증식했다는 부분은 믿기 어려웠다.

또한 위작 판매로 50억원을 벌어 벤츠를 구입했다는 김모씨는 "아직 집도 없고 돈 얘기는 할 형편도 안 된다. 현모라는 사람을 아직 얼굴조차 한번 본 일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시장을 흔드는 불순한 세력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격분했다.

이우환 작품에 관한한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화랑계 인사는 3년 전 경험을 근거로 '이우환 위작설'이 "명백한 오류"라고 확언했다. 그는 미술계에 '위작설'이 돌기에 인사동의 나까마(중간 소개업자)를 통해 '위작'을 구해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위작범 측은 "몸이 아파 그릴 수 없다. 재료를 구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다 결국에는 "위작 시비로 시끄러우니 안되겠다"고 피하기에 '이우환 위작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판매책 이씨를 만난 얘기도 들려줬다. 2013년 당시 도쿄에 머물던 이씨는 "나도 이우환 선생도 외국에 살고 나이가 들다보니 '조국'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우환 선생이 해외에서 조국을 빛내고 있어 존경하고 있다. 그런데 이우환 선생 위작을 팔다니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가 "이우환 위작범으로 국내로 들어오면 체포된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이씨는 바로 국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만나 '소문'에 대한 전후 사실을 털어놨다. 이씨는 "현씨가 민화 판매 문제로 억하 심정 때문에 나를 겨냥해 위작설을 퍼뜨린 것 같다"고 했다.

전술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경찰이 수사의 근거로 삼고 있는 첩보(현씨의 내용증명 포함)와 언론이 보도한 현씨와 이씨가 연루된 위작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작가 감정 묵살과 무리한 수사 파문

지난 3년간 미술계를 뒤흔들고 급기야 경찰까지 나선 '이우환 위작설'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수사가 전혀 상식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미술계는 물론, 문화계와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경찰이 '이우환 위작' 사건의 근본 문제를 간과한 채 인사동 화랑에서 이우환 작품을 압수수색하고도 '위작' 혐의를 찾아내지 못하자 선량한 상거래를 해치는 무리한 수사에다"국과수 감정" 운운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경찰의 조치는 이우환 화백의 압수 작품에 대한 감정을 묵살하는 엄청난 과오를 범한데다 '국과수 감정=불능'이라는 사태를 방치해 미술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문화국격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우환 화백은 지난 10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경찰이 압수한 자신의 작품을 감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경찰은 일거에 거부했다. 이는 이우환 화백의 명성에 비춰 국제적 파문 초래와 함께 문화국격의 위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서명 등)하고 이를 확인(보증)하는 것은 세계각국 공통법이다. 타인이 감정하려면 권리(위임장, 대리권)를 양도(승인)받아야 한다. 이 화백이 현대화랑 박명자 대표와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사장에게 작품감정위임이란 법률적 효력이 있는 위임장을 작성ㆍ교부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작품 확인권은 작가에게 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위조범 검거 및 증거자료(위작품) 확보와 육하원칙에 따른 범죄사실을 제시해야 한다. 이 화백은 경찰이 작품 확인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가 자식을 확인하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격앙했다.

법조계와 문화계는 "우리 헌법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작의 자유를 가진다(제22조 제1항), 저작자ㆍ발명·珝墟閨茱珦悶?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한다(제2항)'고 명시돼 있다"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작가의 작품확인 요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유린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은 인사동 K화랑에 대한 압수 수색 후 혐의를 찾기 어려워지자 '가짜' 색출이라는 명목 아래 K화랑을 비롯해 일반 화랑의 거래처까지 추적하면서 "작품이 가짜다""세무조사 시키겠다"는 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헌법은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였으며(제10조),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제12조 제2항)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 수사기관은 죄형법정주의에 명기된 범죄를 수사함 있어, 무죄추정의 대원칙 하에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범의(고의) 확인 및 증거를 확보한 후 확보된 증거에 따라 관련자들을 신문하면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증거확보 및 제시의무는 국가(수사기관)에 부여 되어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위법한 방법에 의한 증거 수집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또한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거나 범죄와 관련 없는 선량한 거래관계를 들추어내는 등 사회공동체의 근본 질서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따라서 경찰이 선량한 소장가를 압박해 진술을 강요받음은 물론, 더 나아가 감정협회의 감정서 등이 있는 작품에 대해 '가짜'로 몰아부치며 압수하려고 했다가 격렬한 반발로 실패하는 등 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상식 이하의 행위로 납득할 수 없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작가의 고유 권한인 감정권한을 무시하고 국과수 등에 감정을 맡기려는 움직임은 미술계에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타 기관에 감정을 맡길 경우 '불능'으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100%이며 세계적 거장인 이우환 작품이란 점에서 한국 미술계에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법조계는 "법을 집행하는 국가(경찰)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계미술역사에 실로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선 "위작 혐의를 찾지 못한 경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 전문가들은 국과수에서 작품을 감정할 경우 결과는 무조건 '불능'이며, 이후 작가가 다시 감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작가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한 국과수에 작품감정을 하면 불능판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과수 감정=불능'또 다른 음모?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우환 위작설'이 허구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압수한 이우환 작품 감정을 국과수에 맡기는 것은 '불능' 판정을 기대하는 불순 세력에 부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우환 위작설' 과 경찰의 국과수 감정 움직임과 관련해 작가의 감정권을 집요하게 요구한 감정협회와 위작설 관계자 이씨와 악연이 있는 고미술협회를 의심한다.

2013년에 불거진 '이우환 위작설'은 2014년 잦아들다가 2015년 초 다시 수면위에서 회자됐다. 2014년 내내 감정협회는 이우환 작품 감정권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2015년 초부터 감정협회로 의심되는 이우환 화백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우환 위작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심지어 이 화백이 확인해 준 것까지 '가짜'로 만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올 3월부터 홍콩 아트페어 및 베니스 비엔날레 등지에서 감정협회 책임자가 이우환 화백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그림도 보지 못한다'는 식의 망신을 주는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감정협회 관계자가 국내 대형갤러리 대표에게 "이우환 선생이 고소하게 해 달라"고 강하게 당부(압박)했다는 얘기와 함께 경찰에 허위 제보를 했다는 풍문까지 들렸다.

한편, 고미술협회 고위 관계자와 위작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고미술상 이씨와의 '악연'이 경찰 수사를 불러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고미술협회 임원 김모씨는 이씨의 소개로 H고미술상과 거래를 했다가 30억원을 손해봤고 소송 중이어서 이씨를 혼내주기 위해 '이우환 위작설'에 연루돼 있다는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원 김씨의 요구로 경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한 김모씨는 "이우환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폈다.

이에 따라 미술계에서는 '이우환 위작설'과 경찰이 압수한 작품을 국과수 등에 맡기려는 움직임에 감정협회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위작설'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미술계 인사는 "현모씨의 위조설은 실체가 없고, 더 나아가 설령 현모씨가 몇 점 위조했다고 해도 조잡해 장안평 등 도깨비 시장 쪽으로 흘러 나갔을 뿐이란 사실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감정권을 빼앗기 위해 이우환 작가에 대한 인격테러와 한국미술문화의 전령사인 화랑까지 테러하고 있다"며 감정협회를 겨냥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 논란과 미술계 음모론이 난무한 가운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우환 위작' 사건은 작가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국격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종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