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주도권 놓고 전·현직원장 충돌용역 깡패, 조폭까지 동원해 사찰 대결전·현직 총무원장 등 승려 13명 기소

2015년 1월 25일 총무원장 퇴진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내분을 겪어온 태고종에서 총무원 측과 반대파 비상대책위원회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출입이 통제된 서울 종로구 태고종 중앙회 앞에 한 스님이 서 있는 모습.
한국불교 2대 종단인 태고종이 종단 주도권을 놓고 망치와 흉기는 물론 조폭까지 동원하는 막장 사태로 시끄럽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지난 23일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64ㆍ본명 이영식) 스님과 전 총무원장이자 반대파인 비상대책위원장 종연(68·본명 송석창) 스님을 구속기소하는 등 태고종 소속 승려 1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종단 빚 청산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분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태고종 폭력사태를 살펴봤다.

폭력사태 왜 일어났나

태고종의 전ㆍ현직 총무원장이 극심한 내분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월 23일 총무원장 퇴진을 둘러싸고 태고종 총무원 측과 반대파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스님들이 물리적 충돌을 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폭력조직 '이리 배차장파' 부두목 출신의 이모(54)씨는 태고종 총무원장을 지냈고 비상대책위원장인 종연 스님의 사주를 받아 총무원 사무실을 접수할 계획을 세웠다. 종연 스님은 태고종 비대위의 경비와 의전을 담당하는 호종국장 자리를 주며 이씨를 포섭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의 태고종 총무원 청사에 비대위 측 스님 10여 명이 몰려가 문을 부수고 사무실을 점거했다. 비대위 측은 당시 총무원 안에 있던 스님과 신도 등 15명가량을 밖으로 내보내고 안에서 문을 잠갔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장인 도산 스님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3일 오후 5시 비대위 스님 10여 명이 망치 등 흉기를 들고 총무원 사무실을 불법 난입해 (도산스님을) 포함해 종무원 등을 폭행하고 총무원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대위 측은 '종단사태에 대한 성명서'에서 "승가의 일원으로 오늘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그러나 도산(스님) 집행부를 방치한다면 불교계 전체의 큰 암 덩어리로 남을 수밖에 없기에 총무원사 진입을 결행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몸싸움은 2월에도 계속됐다. 이씨 등에게 밀려난 총무원장 측 승려들이 반격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비용역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건물 출입을 통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이 동원한 용역 직원과 승려 20여 명은 빼앗겼던 사무실로 급습했다.

"비대위를 다 쓸어버려라"는 총무원장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연장으로 창문을 뜯어내 청사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산스님의 지시를 받은 이들이 각목을 휘두르며 비대위 측을 공격했고 조폭 출신인 이씨도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했다. 이씨는 결국 옷이 벗겨지고 실신한 채 총무원 사무실 바깥으로 끌려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측의 한 승려는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돼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수년 전부터 종단 빚 등으로 극심한 갈등

조폭과 경비용역까지 동원된 태고종의 내분 사태는 전ㆍ현직 총무원장 간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3일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태고종 비대위 위원장 종연 스님과 현 총무원장인 도산 스님을 구속 기소하고, 양측의 승려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도산 스님은 2013년 9월 총무원장에 취임 후 부채증가, 불교대학 폐쇄 등의 문제로 종연 스님 측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임시 중앙종회에서 도산 스님에 대한 불신임이 가결되자 종연 스님 측은 그의 총무원사 퇴거를 촉구했다. 도산 스님은 이를 거부한 채 총무원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몽둥이를 든 경비 승려를 배치했다. 이후 내부 주도권을 둘러싸고 폭력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태고종은 수년 전부터 종단 권력, 종단의 빚 청산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분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총무원장들이 잇달아 탄핵당하며 2013년 7월 18일 제25대 총무원장으로 도산 스님이 선출됐으나 내분은 계속됐다.

도산 스님이 종회 절차에 따라 호법원장에 당선된 수열 스님을 인정하지 않는 등 임기 내내 독단적으로 인사ㆍ행정을 강행했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비대위 측은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했고, 종연 스님을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이에 도산 스님을 비롯한 집행부 측은 앞서 중앙종회의 불신임 결정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 효력정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비대위가 태고종 총무원장의 자격으로 행하는 일체의 직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집행부의 손을 들었다. 도산 스님은 "전 집행부 시절 쌓인 50억 원의 종단 부채를 해결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면서 독단적인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부채 발생에 책임이 있는 일부 세력이 집행부 무력화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속된 총무원장·비대위원장 직위 해제

태고종 전·현직 총무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는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데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며 "지난 2월 발생한 폭행사건은 수행자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 3일 구속된 총무원장과 비대위장의 직위를 오늘 자로 해직한다"며 "현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 총무원장 홍인곡 스님께 종단 사태수습의 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태고종은 당분간 총무원장 인곡 스님 대행체제를 유지한 후 내분이 가라앉는 대로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태고종은 24일 중앙총회에서 새로운 의원들의 선출로 종단 정상화를 위한 새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회의 의장 덕화 스님은 "종단의 아픔을 마무리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애종심을 갖고 종도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원만한 종단사태 정상화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종회 의원들은 연찬회 과정에서 현재 구속 수사 중인 전·현직 총무원장의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서명받는 한편 12월 15월에 첫 종회를 개회해 종단 현안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