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방송사 '주가조작' 첩보… 연예인 해외 진출 과정서 뒷돈도

연말 방송·연예가 괴담 반복되나… 사정기관 내사 중
유명 연예인 소속 연예기획사와 지상파 방송사 검은커넥션 의혹
A사 걸그룹 통한 주가조작 로비 정황 방송사 PD들에 거액 뒷돈 B사도 타깃


연말연시만 되면 연예계 각종 괴담이 고개를 드는 일이 해마다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 올 연말에도 연예계 괴담이 방송가를 어지럽게 휘저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조작 범죄를 조사 중인 검찰은 연예기획사 등이 PD 등 방송사 관계자들과 짜고 주가조작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연예기획사들이 연예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으며, 특정 연예인을 방송에서 띄우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것이다. 또 스타급 연예인의 해외진출 등을 도모하는 과정에서도 방송사 관계자들이 개입하고 해외연예 관계자들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검은 커넥션

연예계 일각에서 "연예계에서 암약하고 있는 기획사 소속의 브로커나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장자연 사건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그 검은 커넥션의 뿌리가 매우 깊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사의 PD 등 관계자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연예인을 유명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는 식의 비리는 오래된 범죄다. 1960년 TV보급이 대중화 된 이후 지금까지 100여명의 PD들이 사법처리를 받았지만 아직도 그 비리사슬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출연 여부와 관련해 PD의 입김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출연과 관련된 평가가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법적으로 명백한 증거를 찾기 힘들어 수사가 쉽지 않다.

전직 방송사 관계자인 A씨는 "아이돌 가수나 신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을 대가로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방송에 노출돼 스타대열에 오르면 회사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데, 로비를 통해 연예인을 띄울 경우 주가조작으로 연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정기관은 40여페이지 분량의 연예계 비리관련 문건을 입수하고 위법 혐의가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유명 기획사들의 이름과 기획사들의 비리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 A팀 등이 소속돼 있는 ○○사의 경우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방송가에 살포한 정황이 있다.

이 회사는 음악 프로그램 PD들을 비롯해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으며, 회사의 주식을 로비에 사용했다는 말도 무성하다.

또 □□사는 흥행메이커 MC가 이끄는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MC와 PD 등에 5억원을 썼다는 소리도 돌고 있다. 이 문건에 살펴보면 이 회사의 대표 L씨는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잘 모르는 연예인이 오락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개인기 또는 신곡발표 등을 할 경우 대부분 기획사에서 로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렇게 출연할 경우 홍보차원이기 때문에 출연료를 다시 상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웃돈을 더 얹어주고 출연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관계자들과의 은밀한 거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랜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그러한 거래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 확대됐다. 특히 기획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고 주가상승이 중요해지면서 기획사와 방송사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분야 관계자들과의 친밀한 커넥션이 불가피하게 됐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 방송사가 절대 '갑'인 때는 부적절한 거래가 상당했지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문화권력으로 성장하면서 방송사와의 갑을 관계도 예전과 달라졌고 역전됐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부적절한 커넥션도 상당히 정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엔터테인먼트기업이 직상장한 것은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고 에프엔씨가 지난해 12월 4일 코스닥시장에 세 번째로 상장했다. 에프엔씨는 상장 첫날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프엔씨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현재 14.68% 오른 2만8900원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나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6년 12월에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가수 씨엔블루, FT아일랜드, AOA와 배우 윤진서, 이동건, 이다해 등이 소속돼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주가상승에 따라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를 대표하는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오너인 이수만 대표와 양현석 대표는 연예인 주식부자 1ㆍ2위를 차지해왔다. 주식을 보유한 소속 연예인 또한 알짜 부자로 알려졌다.

에프엔씨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96억원, 28억원이다. 에프엔씨의 시가총액은 약 1800억원으로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에 이어 연예기획사 중 4위로 뛰어올랐다. 한성호 에프엔씨 대표(지분율 37.99%)와 동생 한승훈이사, 부인 김수일씨 등 일가가 총 64.0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장으로 1100억원대의 주식부자가 됐다.

또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코스닥 시장에 본격 입성, 상장 첫 날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홍보관에서 신규 상장 기념식을 가졌다. 상장 당일 큐브엔터 시가는 전일 대비 3.88%(145원) 상승한 3880원로 출발하는 강세를 보이며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8년에 설립, 2009년에 포미닛과 비스트의 성공적인 데뷔를 시작으로 지나, 비투비, 비, 트러블메이커, 노지훈, 신지훈, 씨엘씨 등 케이팝 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처럼 상장할 경우 연예인의 활동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 순식간에 수백억원에서 천억원대 주식부자로 등극하게 된다.

연예가 비리 핵폭탄급 있나

사정기관이 입수한 연예계 비리 관련 문건은 기획사들의 로비 행각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여기에는 유명 연예인들과 더불어 대형 기획사 관계자 그리고 방송사 관계자들의 이름이 그대로 담겨 있다.

A사의 비리를 살펴보면 이 회사가 과도한 투자와 사업실패로 인해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자 이 회사 대표 K씨가 소속된 유명 가수 B씨를 지상파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로 하고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 로비에 사용된 돈은 6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B씨가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탈 경우 B씨의 수입 10%를 매달 방송사 특정 인사에게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또 A사는 지상파 방송사 고위 관계자 등에게 해외여행, 명품, 고액상품권 등의 로비를 했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이 문건에 적혀 있다. 특히 여기서 로비를 받은 방송사 인사는 다른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도박자금을 지원받아 해외에서 도박을 즐기기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음악관련 프로그램에 로비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고발도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모 음악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과 방송사가 음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수익이 로비자금으로 변질돼 방송사 전반에 타고 흐른다는 것이다.

또 음악관련 프로그램 로비 내용 안에는 가수가 유명세를 탈 경우 공연수입에 대한 분배도 로비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문건에 적혀 있다.

특정 가수에 대한 고발을 보면 유명 H씨는 음악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문제로 기획사에서 5억원 상당의 로비를 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H씨와 기획사는 공연과 음원 수입으로 5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적혀 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 주말 예능프로램과 관련된 비리제보도 있다. 이 프로그램의 비리에는 PD, MC, MC와 출연자들이 소속된 기획사 대표 등이 연결돼 있으며, 이 프로그램으로 얻어지는 CF, 콘서트, 캐릭터제작 등 막대한 수익금을 투자금 형태로 출자해 로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프로에 객원으로 출연하는 이들에게서 로비를 받아 생기는 수익을 MC와 PD가 나눈다는 폭로가 이 문건에 담겨있다.

로비 방법에 대해 기획사의 한 내부고발자는 "특정 업체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형태로 돈을 전달하기도 하고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꾸미기도 한다"며 "이외에 별도 출연한 법인회사에 차명으로 들어가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라디오출연이나 드라마 등에 출연하기 위해 모 연예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거액을 예치금 형태로 전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