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이모님 횡포 고용인 울려임금 인상·휴일 수당·퇴직금 등 갑을 전도고용부 4대 보험·퇴직금 예고… 찬반 논란

가사도우미와 서비스 이용자 간 갈등을 그린 드라마(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과거 파출부로 불렸던 도우미의 위상이 높아졌다. 전문성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서비스 이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도 하며 정부를 상대로 안정적인 일자리 공급,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량 도우미의 행태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우미로 나서는 한국인이 희소해지자 갑의 위치에 서게 된 이들이 계약 해제를 무기로 서비스 이용자에게 임금 인상, 휴일 수당 및 퇴직금 지급 등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모님 갑질'에 속수무책

16개월된 딸을 둔 A씨는 최근 육아도우미와 임금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A씨가 월급을 입금하자 육아도우미는 "월급을 200만원으로 들었다. 그래서 소개비 10%인 20만원을 업체에 부쳤는데 180만원이었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며 으름장을 놨다.

결국 A씨는 20만원을 추가로 입금하고 업체에 도우미 교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이모님(도우미)이 강경하게 나오니 껄끄러워서 돈을 더 드렸다"며 "곧 식구가 늘어 오래 같이 일할 이모님을 원했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길까봐 걱정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A씨처럼 도우미의 도를 넘는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우미들이 느닷없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질병 등을 이유로 휴무를 요구하기도 하고 불성실한 일처리로 서비스 이용자의 속을 썩이기도 한다.

직장인 B씨는 근무 약속을 어기는 가사도우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추천받은 가사도우미를 주 1회 4시간씩 고용했지만 가사도우미는 2주 연속으로 오지 않았다.

B씨는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모님이 2주 연속으로 아프다며 못 온다고 출근 1시간 전에 문자를 보내더라. 집도 엉망이고 다시 (사람을) 구할 생각에 머릿속도 엉망"이라며 "(이모님의) 책임감 없는 태도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커뮤니티 회원들은 "일당이 높은 스케줄이 잡혀서 안 왔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집은 (도우미들이) 피하고 싶다고 하더라" "일을 잘하는 분이면 그 부분은 빼고 만족하셔야 할 듯하다" 등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둔 C씨는 어머니의 간병인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C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상주하는 상황에서도 간병인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고령의 어머니를 함부로 대했지만 대체할 간병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C씨는 "어머니가 일으켜 달라는 반응을 보이자 간병인이 짜증을 내면서 어머니를 일으키다가 벽에 머리를 박았다"며 "그날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와서 주무시게 했다. 다음 날 집에 모셔다 드리는데 간병인이 저보고 어머니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면접볼 때 친절하시고 잘 해주셔서 고용했는데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그랬다면 평상시에는 어떨까 싶었다"며 "간병인에게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얘기할수록 (간병인이) 짜증 섞인 말을 해 어머니를 괜히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규칙 부재…중재 나선 정부

고용한 도우미의 태도가 불만족스럽더라도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를 쉽게 지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다수가 선호하는 한국인 도우미는 구하기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도우미 고용 규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도우미 업체에 따르면 가사도우미는 4시간을 기준으로 일급 5만원, 월급제일 경우 주 5일 근무 8시간 기준으로 평균 18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업무는 청소, 빨래에 한정되며 반찬 조리, 식사 준비, 자녀 식사 돌봄 등 서비스가 추가되면 금액 또한 추가된다.

육아도우미 경우 가사는 제외하는 조건으로 자녀 1명일 때는 월급제로 평균 170만원을 받으며 자녀수가 늘어날 때마다 비용이 10만~20만원씩 추가된다. 간병인 경우 월 4회 휴무를 조건으로 월 평균 24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도우미는 없어서 고용을 못하는 실정이다. 조선족, 동남아시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 도우미들의 월급이 10만~20만 원 가량 낮은 편이지만 신뢰성 문제로 고비용의 한국인 도우미를 선호한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이유 없이 매년 10만원씩 비용을 올리는 도우미들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직장맘 D씨는 "우리나라 임금상승률은 안 오르는데 도우미 월급은 매년 오른다"며 "도우미와 중개업체의 몸값 올리기에 엄마들이 휘둘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우미들은 서비스 이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몸살을 겪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등 가사노동 3개 단체의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은 "막무가내로 해고당하고 도둑으로 몰려도 가사노동자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는 게 가사노동자의 현실"이라며 "고용노동부가 가사노동자 직접 고용을 추진해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로서 지위를 갖게 하는 등의 가사노동자 특별법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24일 '가사서비스 이용 및 종사자 고용촉진을 위한 제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에서 인증한 서비스제공 기관이 가사도우미 이용료를 정해 이들을 서비스 이용자와 이어주며, 이용료의 25% 중 서비스제공 기관의 매출을 제외한 비용을 가사도우미의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당시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제도 시행 후 시간당 서비스 이용요금이 현행 1만원 안팎에서 1만 2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용자에게 이용 요금의 15% 정도를 세액 공제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해 가사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도우미와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은 명백하게 갈리고 있다. 도우미들은 안정적인 가사노동환경 조성, 가사노동자들의 가사서비스 지원 확대, 공익적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육성 등을 요구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자들은 비용 상승을 염려하며 실효성과 형평성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앞선 D씨는 "정부에서 시간당 2000원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결국에는 지역맘 카페를 통해 알음알음 도우미를 고용하는 형태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