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특집①] 누가 '이우환 예술'을 테러하는가

■ 실체 없는 '이우환 위작설' 3년 만에 재개 왜?
고미술계 실력자 '위작설' 재점화… 감정평가원 간부 '가짜몰이' 앞장
  • 이우환 화백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작설' 논란을 질타하며 문화풍토 개선을 기대했다.
고미술계 핵심 사감(私感) 작용… 특정인 대상 '위작' 수사 재개
감정평가원 간부 허위 감정으로 고소당하자 진품도 '가짜' 주장


2013년 8월 불거진 '이우환 위작설' 논란은 3년이 지났지만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오히려 파문만 확산된 양상이다.

미술관계자들의 이권 다툼에서 비롯된 위작설 논란은 이내 수그러들었다가 올해 들어 고미술계 실력자의 사감(私感)에 의한 수사착수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고위 간부의 부적절한 '가짜몰이'행보로 재점화ㆍ확산됐다.

여기에 수사기관이 '위조품 확보 후 조사'라는 미술품 수사 원칙을 무시한 채 선량한 거래관계까지 해치는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소장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심지어 신원불명의 위작범을 내세워 진품을 가짜로 만들려는 의심스런 정황으로 인해 수사의 공정성 시비까지 낳았다. 더구나 당사자인 이우환 화백의 감정 요청을 외면하고 타기관에 감정을 맡기려는 상식밖의 시도로 예술인들의 공분을 샀다.

위작설 논란을 둘러싼 국내 상황을 접한 해외 한국예술인들은 "국가가 문화국력의 상징인 이우환을 테러하면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지난 3년간의 '이우환 위작 논란'을 심층 취재한 <주간한국>은 세계적 거장 이우환 화백의 예술을 훼손하려는 세력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고미술협회 실력자의 사감이 부른 파장

지난 3년간 미술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낳은 '이우환 위작설' 논란은 실체가 없는 허구로 마무리될 사안이었으나 고미술협회 실력자가 사감(私感)을 갖고 개입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화된 측면이 강하다.

'이우환 위작설'은 2013년 8월 서울 인사동의 한 골동가게에서 시작됐다. 당시 임모씨 가게에 모인 고미술 상인들이 이우환 위작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모(66)씨를 성토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골동가게 주인 임모씨와 고미술상 천씨, 또 다른 임모씨 등이 모인 가운데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모(65)씨가 우연히 들렀다가 이씨를 비난하면서 이우환 위작 얘기를 꺼낸 것이다. 현씨는 "이씨가 2010년 내가 일본에서 그린 10여 점의 이우환 위작을 팔아 큰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돌려준 게 없다. 2억원을 갚지 않으면 고소할 것이다"면서 이씨를 험담했다.

현씨의 말은 10여일 후 고미술상 임씨를 통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 S씨 등에 전해지면서 '이우환 위작설'로 확대ㆍ증폭됐다. 위작품도 10여 점에서 100여 점으로 늘어났고 판매액도 80억∼100억원으로 소문이 났다.

  • 김종학 작품 : 한국미술품평가원이 '진품'으로 감정했다가 나중에 '위작'으로 감정번복한 김종학의 '설악산 풍경' 작품. 작품 소장자는 감정평가원 책임자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위작설'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위작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위작범 현씨와 판매책이라는 이씨가 위작 및 판매 사실을 부인했고, 광역수사대에서도 이우환 화백의 프랑스 민화기증까지 알아보는 등 노력했으나 위작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씨와 이씨는 '위작설' 파문이 커짐에 따라 미술계를 비롯해 사정기관까지 진상파악에 나서자 2013년 11월 미술계 유력인사에게 '위작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실제 현씨는 2010년 일본에서 위작했다고 했지만 2010∼2011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씨는 '이우환 위작' 운운한 것과 관련해 지인들에게"호리다시(값을 떨궈 편취함) 당한 것을 감추기 위해 지어낸 얘기"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도 고미술(특히 민화) 전문가인데 이씨한테 싼값에 넘겨 이씨만 돈을 벌게 한 것이 창피해 엉뚱하게 '이우환 위작'으로 돌려 얘기했다는 것이다.

현씨는 지난 3월 이씨를 만나 '이우환 위작' 문제로 곤경에 처하게 한데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2013년에 불거진 '이우환 위작설' 논란은 그해 말을 지나 2014년에 이르러 거의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올해 초 고미술계 실력자 김모씨와 위작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 사이에 얽힌 분쟁이 돌발하면서 '위작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미술계 실력자 김씨는 2002년 이씨의 소개로 약 200억대 고미술 수십점을 H상사 김모 대표를 통해 구입했다가 강도를 당한 작품으로 밝혀져 30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본 적이 있다.

고미술 관계자와 사정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우환 위작설'에 연루됐던 이씨와 현씨 사이의 거래내역이 담긴 내용증명을 입수하게 되자 이를 경찰청 정보계 K씨에게 건네 수사를 의뢰했다. 이씨를 압박해 거액의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조치로 김씨는 지난 4월 현씨와 이씨를 모두 알고 있는 고미술상 김모씨를 불러 "이씨를 엮을 수 있도록 강하게 진술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미술상 김씨는 경찰의 네 차례 조사에서 "현씨와 이씨와의 거래관계 자체를 알지 못하고, 더욱이 현씨로부터 이우환 위작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이러한 과정은 언론을 통해 '이우환 위작'사건으로 알려졌다. 이를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는 6월 22일자 '위조된 이우환 그림 100억대 거래 의혹' 기사에서 '경찰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A씨(65) 등 7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중략) 경찰은 A씨 등이 이 화백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 A씨는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다.

경향신문은 7월 13일자 '이우환 화백의 위작, 150점 이상 국내외에서 유통' 기사에서 '서울경찰청이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100억 대의 수입을 올린 위조 전문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경찰발(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씨는 100점이 넘는 이우환 위작을 했고 이씨는 이를 유통시켜 100억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현씨는 고미술(민화) 전문가로 이우환 위작을 하지 않았고, 이씨 또한 위작 유통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이우환 위작으로 100억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고미술계 실력자 김씨의 사감에서 비롯된 이씨에 대한 수사는 '이우환 위작설' 로 둔갑돼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 이로 인해 국내외에서 이우환 화백의 명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고미술계 실력자 김씨는 이씨와 현씨가 소송중이고 현씨와 또 다른 위작범으로 알려진 이성0 사이의 작품 횡령 소송사건을 알게 된 뒤 이성0이 이우환을 비롯해 한국 대가의 위작을 한 배후로 그의 신원을 수사 당국에 제보한 것으로 화랑가에 알려졌다.

경찰은 이성0을 집중 수사했고 현씨와 함께 이우환 위작을 주도한 것으로 인식했다. 이는 한국경제신문 11월 10일 '가짜 그림 월 5~7점 그려 수억원에 팔았다' 제하의 기사에서 '미술품 위작 기술자 현모씨와 이모씨가 2011년 8월 미술품 유통상 이모씨를 만나 위작 유통과 자금 문제 등을 협의하고 2012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위작을 제작해 판매상 이모씨를 통해 국내와 일본에 팔았다'고 보도한 데서 나타났다. 기사에서 위작 기술자 이모씨는 이성0이다.

신동아 12월호는 '이우환 화백 위작(僞作) 의혹 문서' 제하의 기사에서 '위작범 현씨가 경기 일산 특실에서 2012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 한 달에 5~7점을 위작해 판매상 이씨를 통해 유통시켰다'고 했다. 또 현씨가 일산에서 '화가'가 그린 그림을 경기 남양주로 가지고 가 '노후화' 작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일산 특실', '일산 화가' 등을 종합하면 앞서 한국경제신문의 위조 기술자 이씨(이성0)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주간한국>은 제2604호(12월 1일자)에서 이성0의 정체와 함께 그가 장안평 등 도깨비 시장에서 100만∼400만 원에 판매되는 '위작'을 거래해 왔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우환 위작' 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성0이 그린 위작은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에게 전달된 적이 없고 국내 도깨비 시장에서만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성0이 위작을 도깨비 시장에 몰래 내놓으려다가 현씨에게 알려져 횡령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책임론 부상

실체 없는 허구로 밝혀진 '이우환 위작설' 논란이 확대되고 수사경찰이 판단오류를 하기까지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고위 간부 A씨의 '가짜몰이' 행보가 상당하게 작용했다는 설이 화랑가에서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A씨는 평가원이 김종학 작품을 잘못 감정해 고소를 당하자 가짜 변호사를 등장시켜 '가짜몰이'를 시도했는가 하면 이우환 작품 판매에 실패하자 소장가의 이우환 진품을 가짜라고 했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재력 있는 미술관과 거래에 실패한 이후 미술관 소장품 다수에 대해 가짜라는 설을 퍼트리는 바람에 미술관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대한 압수수색요청을 주도해 감정 자료를 넘겨주고 수사 경찰을 호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13년 8월에 불거진 '이우환 위작설' 논란은 2014년에 이르러 거의 마무리됐다가 그해 10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저명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잘못 감정해 고소를 당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재점화됐다.

미술품 컬렉터인 Y모 회장은 감정협회의 진품 감정서(2013년 10월 25일)를 믿고 설악산의 작가 김종학의 '설악산 풍경' 작품(캔버스에 아크릴, 2003. 45.4x52.9cm)을 수천만원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후 감정번복(2014년 4월 24일)으로 작품값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자 2014년 10월 감정평가원 책임자를 고소했다.

Y 회장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용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받는 과정에 이우환 변호사라고 하는 사람이 Y 회장이 구입하지도 않은 이우환 작품 20호 1점이 가짜라고 하면서 질책한 황당한 일도 있었다. Y 회장은 어이가 없어 조사경찰관을 통해 감정평가원 쪽에서 이우환 변호사를 내세운 것을 알게 됐고 나중에 '이우환 고문 변호사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누가 가짜변호사까지 만들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냐"면서 불편한 심정을 주변에 표출 하기도 했다.

여러 정황상 감정평가원 A씨 등은 '이우환 위작'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호도하는데 실질적인 영향을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올해 8월 말 감정평가원은 겅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자 이우환 감정 자료는 물론 영상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평가원 A씨 등은 경찰에 출석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감정서를 발급해 준 것까지 '무조건 가짜'라는 식으로 수사관계자들을 강하게 오도시켰다는 얘기가 미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을 지켜 본 미술계 인사들은 "30년을 전문적으로 연구해도 부족한 미술품 보는 안목을, 식견도 없는 순수한 수사담당공무원들이 '무조건 가짜'라고 억지주장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공무원들이 그런 태도를 보인 배후로 감정평가원 측을 의심했다.

평가원 A씨 등은 자신들이 판단할 수 없어 위작으로 했다가 이우환 화백이 직접 확인 정정해 진품보증서를 발급한 작품까지 가짜로 매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바람에 수사공무원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진품감정서가 있는 작품까지 가짜로 오인해 압수를 하려다 소장자들의 격한 반발과 함께 건전한 거래를 해치는 '사회기본질서 파괴행위'란 비판을 듣기도 했다. 경찰은 10월 16일 인사동 K화랑에서 이우환 작품 6점을 압수했으나 위작을 입증하지 못했고, 부산의 J 소장자에게 전화해 "작품이 가짜"라고 했다가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오랫동안 감정평가원을 운영하면서 A씨의 갖가지 비예술적 행태들이 사정기관 관계자 등에 제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A씨는 국내의 많은 일 처리를 남겨두고 지난 11월 돌연 미국으로 장기 출국해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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