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용' 민간 자격증 넘쳐나… 실질적 도움 안 되고 피해 양산넘쳐나는 민간자격증, 사회적 활용도 고려해 선택해야2015년 10월 등록 민간자격 중 공인 자격은 0.6%에 불과자격증 취득 이유 '취업', 기업 채용 현장에선 도움 안 돼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년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찾은 한 여성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취업난의 가중으로 '스펙용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민간자격증의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하지만 공인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난립하며 피해도 커져 취준생을 울리고 있다.

민간자격증은 1만7300여 개로 우리나라 표준 직업 수 약 1만1400개보다 훨씬 많지만, 이중 공인 자격증은 97개(0.6%)에 불과했다. 또한 대부분 민간자격증이 실제 공기업이나 일반기업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자격증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매년 150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자격증 관련 불만상담 약 만 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 7월 한 영어학원의 영어연극 뮤지컬교사 자격증반에 12주 과정을 등록하고 228만 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6번째 수업을 앞두고 함께 수강하던 다른 1명이 수강 계약을 해지하며 박씨도 수업 당일 아침 일방적으로 수업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뮤지컬 수업의 특성상 단독 수업은 불가해 박씨는 학원 측에 환급을 요구했지만, 학원 측은 입학금과 교재비 등을 제외한 120만 원만 돌려주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6일 박씨의 사례처럼 민간자격증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매년 1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민간자격증에는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 자기주도학습지도 자격증, 영어연극 뮤지컬교사 자격증,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이 있었다.

소비자원은 2010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자격'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은 총 9060건이며 피해구제 501건을 분석한 결과 '자격증 취득 학원 피해'가 절반이 넘는 51.5%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고소득 보장 등 허위·과장광고'(24.9%), '자격증 교재의 품질 및 계약'(23%)으로 인한 피해 순이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등록된 민간자격은 1만7300여 개로 우리나라 표준 직업 수인 약 1만1400개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이중 공인자격은 97개(0.6%)에 불과했다.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하지만 도움 안 돼

창원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심모씨는 지난해 12월 교육원의 전화권유로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교재 지급, 교육 1회, 100% 취업 알선'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총 100만 원 중 97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애초 약속된 강사가 방문교육과 취업알선을 이행하지 않았고 연락도 끊어졌다. 이에 심씨는 취업을 미끼로 강요한 자격증 교육에 대해 환급 조치를 했다. 지난 5월 교육원 측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교육원은 5월 말까지 취업을 되지 않을 경우 50%를 환급해주겠다고 약속한 후 환급을 지연하고 있다.

취준생을 울리는 피해사례는 이뿐만 아니라 계약할 당시 안내받은 정보와 다른 자격증을 취득하게 돼 취득 수강료를 환급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작년 12월 국제공인자격증인 EEHA 과정에 등록하고 350만 원을 결제했다. 12월 4일부터 12월 7일까지 강의 수강 후 자격증을 수령한 이씨는 광고와 다르게 자격증에 'EHHA'문구가 누락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설명과 달리 호주에서 발행된 국제공인자격증이 아닌 단지 호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자격증인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이씨는 내용증명을 보내 자격증 반납과 수강료 환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기관은 자격증에 'EHHA' 문구가 없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해당 자격증이 EHHA 자격증임을 알 수 있고, 호주에서 허가를 받은 자격증이니 국제자격증이 맞다고 주장하며 환급을 거부했다.

이처럼 취준생을 노리는 취업ㆍ고소득 보장 등 허위ㆍ과장 광고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1월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은 63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2000명(14.7%)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취준생 숫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분석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취준생 810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26만8600원을 취업 사교육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민간자격증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20~30대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자 10명 중 8명(81.3%)이 '취업에 활용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각종 자격증 취득과 언어능력시험을 응시하는 등 사교육 지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취업에 가점이 안 되는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고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민간자격증 취득자 중 무려 61.3%는 본인이 취득한 민간자격을 국가전문자격이나 국가기술자격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민간자격이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21.9%에 불과했다.

자격증의 취득 이유는 '취업'이지만 정작 채용현장에서는 민간자격을 우대해주지 않고 있었다. 소비자원이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2주 동안 공기업과 일반기업 채용 31건을 분석한 결과 지원 자격으로 명시된 '필수 자격증'과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우대 자격증'에 민간자격증이 포함된 건은 한 건도 없었다.

21개 공기업의 채용 건 중 지원 자격으로 명시된 '필수자격증'은 국가전문자격증과 국가기술자격증뿐이었고 이중 민간자격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우대자격증'에 공인ㆍ등록 민간자격증이 포함된 채용 건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 또는 등록 민간자격증 입력은 가능하더라도 별도 가산점은 없었다.

10개 일반기업의 채용 건 중에서는 지원 자격으로 명시된 '필수자격증'과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우대자격증'에 포함된 공인·등록 민간자격증은 한 건도 없었다.

민간자격증 1년에 6253개 신규 등록돼

자격과 관련해 매년 1500여 건의 소비자 불만상담이 접수되는 가운데 다양한 유형으로 민간자격증을 미끼로 한 피해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경남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구모씨는 작년 10월 요양보호사 교육과정 문의를 위해 교육원을 방문했고 임시 교재로 2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보도록 권유를 받았다. 샘플강의를 수강한 구씨는 교육비 50만 원을 결제하고 수강등록을 했다. 계약 당시 구씨는 개인 사정으로 11월 교육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교육원 측은 11월 교육은 보류해 주겠다고 말했다. 11월에 구씨가 다시 개인 사정으로 수강이 어려워 계약해제를 요청하자 교육원 측은 첫 방문 당시 샘플강의 수강으로 교육이 개시됐었다고 주장하며 교육비의 3분의 1을 차감 후 환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씨는 계약 내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샘플강의 수강으로 교육이 개시되는 것에 관해서도 설명을 듣지 못해 계약해제 및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이처럼 부당한 위약금이 청구된 강습 계약해제 요구뿐만 아니라 관련 계약의 문제로 발생한 피해사례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10대 남성 박모씨는 작년 학교 강의실에 찾아온 판매원이 제공하는 IT 자격증 교육용 프로그램 CD를 받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후 34만7000 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임을 알게 됐고 부모의 구매 반대로 청약철회를 통지했다. 하지만 교육원 측에서는 이미 부모의 동의를 받았으니 계약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씨는 계약 당시 미성년자였고 부모 동의가 없었으므로 해당 계약 및 대금의 청구 취소를 요구했다.

이처럼 민간 자격증과 관련한 불만 상담이나 피해가 끊이지 않지만, 새로 등록된 민간 자격증은 2013년 2748개에서 지난해 6253개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0월 교육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자격은 총 1만7289개로 2013년 민간자격 사전등록제가 의무화된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6253개의 자격증이 신규로 등록됐다. 등록민간자격을 운영하는 기관은 총 3847개였고 이 중 법인이 1952개, 기타 단체 개인이 1895개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누구나 관련 부처의 장관에 신청하기만 하면 민간자격을 등록ㆍ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자격증 등록 시 국가자격과 동일한 명칭이나 특정 금지분야만 제한하고 있었다. 이에 명칭이 아예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격이 중복적으로 등록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심리상담사'라는 명칭의 자격에는 195개가 중복으로 등록되어 있고, '심리운동사' '심리상담지도사' '청소년심리상담사' 등 유사한 명칭까지 포함하면 275개의 민간자격이 등록돼 있었다. '독서지도사'라는 자격도 동일 명칭이 83개, '독서지도상담사' '독서토론지도사' 등 유사한 명칭까지 포함하면 236개에 이를 정도로 중복해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자격증 취득 전 소비자 주의해야

한국 소비자원은 민간자격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기 전에 해당 민간자격증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자격증 취득을 구실로 비싼 학원 수강이나 교재구매을 유도하지는 않는지, 소비자 불만·피해가 많이 접수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잘 알아보고 취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하고자 하는 민간 자격증이 실제 취업현장에서 쓰이고 있는지 등의 활용도를 살펴 선택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 전 이를 취득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해당 민간자격이 실제 취업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한 후 취득해야 한다.

또한 허위ㆍ과장광고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격증 취득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민간자격정보서비스(pqi)'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해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해당자격의 등록 여부 및 자격정보, 검정·교육정보 등을 확인하여 허위·과장광고 또는 미등록 자격증에 의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격증 취득을 구실로 고액의 학원 수강이나 교재구매를 유도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자격증을 직접 발급하고 관리하는 '발급기관'과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강의 등을 진행하는 '교육기관'에서 자격증 취득에 꼭 필요하다며 고액의 학원 수강 또는 교재구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격증 취득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강료, 교재비, 검정료, 자격증 발급비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알리는 경우 각 항목에 대한 개별비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 오상아 조사관은 "해당 부처와 협의 통해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민간자격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