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 불법 구설수 등 악재 속출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우유·매일유업, 협력업체 뒷돈 받아 '구설수'
오너가·최고 경영자 연루로 이미지 실추
남아 도는 우유 재고로 실적 최악 달려
검찰 수사 확대로 더 큰 비리 드러날 수도

지난주 내내 우유 업계는 '갑질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업계 1ㆍ2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과 매일유업이 협력 및 납품 업체에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갑질 논란의 중심에는 최고 경영자와 오너 일가까지 연루돼 있어 충격이 더 했다. 우유 업계의 갑질 만행이 생각보다 뿌리깊게 자리잡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우유 업계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사태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남양유업 사태는 본사와 대리점 간 계약 관계를 동등한 위치에서 맺을 수 있게 하는 '남양유업 방지법'의 탄생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오너일가와 최고 경영자까지 연루된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부터 직원까지 '갑질'

국내 1위 우유 기업인 서울우유와 2위 매일유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협력 및 납품 업체에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조재빈 부장검사)는 서울우유 이동영 전 상임이사와 매일유업 김정석 전 부회장 등 2개 업체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뇌물 4억1000만 원을 건네고 회삿돈 2억47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 등)로 우리나라 최대 우유용기 제조ㆍ납품업체 현대씨앤피의 최모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우유의 이 전 상임이사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최 모 대표에게 납품 계약 유지를 도와주고 불량품이 나와도 무마해주겠다며 현금과 수표 8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상임이사는 지난달 초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사직했다. 이 전 상임이사는 사실상 서울우유의 최고경영자였다.

서울우유의 '갑질'은 경영진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1년부터 4년간 현대씨앤피로부터 2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송 모 경영전략팀장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현금과 수표를 받은 본부장 및 팀장급 직원들도 불구속 기소됐다.

매일유업은 고 김복용 창업주의 차남이자 김정완 회장의 동생인 김정석 전 부회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부회장의 혐의는 매일유업의 납품 중개ㆍ운송ㆍ광고업체 등 별도법인의 대주주나 경영주로 활동하며 2008년부터 회사 수익금 48억원을 빼돌려 생활비 및 유흥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이 사용한 돈은 32억원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외에도 매일유업 임직원들 또한 갑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횡령을 공모한 매일유업의 노 모 전 부장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최 대표로부터 납품 단가 유지 및 물량 확대 청탁, 3000만원짜리 승용차 등 1억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팀장과 과장 2명은 구속됐다. 또 1000만원을 받은 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매일유업의 '스캔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의 횡령 비리를 오너 일가나 경영진이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전 경영진의 횡령설은 당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매일유업은 "전 경영진인 김정석 전 부회장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이는 (김 전 부회장) 자신이 경영하는 별개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 직원 2명의 경우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개인비리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남아도는 재고로 '이중고'

국내 우유업계 1ㆍ2위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공공연한 갑질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유 업계는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우유업계의 갑질은 지난 2013년에도 수면 위에 떠오른 바 있다. 남양유업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퍼부은 폭언이 녹취돼 공개되면서 갑질과 밀어내기 관행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의 골자는 지금까지 사적 계약으로 간주해 온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를 하도급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대리점을 보호하는 것이다. 표준 대리점 계약서를 통해 본사와 대리점이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맺고 거래 거절이나 판매 목표 강제, 반품 금지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본사가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내용도 담았다.

우유 업계의 갑질이 '남양유업 방지법'의 탄생으로 이어졌지만 이번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갑질은 전례 없이 큰 규모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가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고 윗선뿐만이 아니라 아래 직원들까지 연루됐다는 점에선 우유 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갑질 외에도 우유 업계는 남아도는 재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 다르면 우유 업체들은 원유 공급 과잉과 우유 소비 감소 추세로 재고가 쌓이면서 영업 이익이 급감했다. 서울우유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33억원보다 84.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184억원 적자를 냈다. 매일유업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또한 5.2% 하락한 1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우유 가격 연동제로 인해 우유가 넘쳐나도 가격을 맘대로 내릴 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연동제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기계적으로 책정된 탓에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 연동제를 통해 결정된 가격으로 매년 일정한 양의 원유를 구입해야 하는 것 또한 우유 업계의 고민이다.

이번 갑질 논란과 쌓이는 재고로 우유 업계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이어 터진 갑질 논란과 재고가 쌓이는 와중에도 높게 유지되는 우유 가격 때문에 업계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검찰은 우유 업계에 만연한 임직원 비리가 유제품 가격 상승과 연결돼 있다고 파악하고 추가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우유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됐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