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환 위작설’ 키(Key)맨의 절규와 통한

“‘이우환 위작’과 무관…6개월째 출금으로 부도날 판”
“위작범과 대질 심문해달라” … 경찰, 키맨의 조사요청 외면

'이우환 위작설' 논란의 '키(key)' 맨으로 알려진 이모씨가 현씨로부터 건네받아 일본에 판매한 중국 민화.
‘이우환 위작설’ 논란의 요체는 위작범 현모(65)씨와 판매책 이모(66)씨가 공모해 100억대의 이우환 위작을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또는 현씨가 고용한 이성0(40대)이 그린 위작을 이씨를 통해 일본을 거쳐 국내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위작설’ 논란의 중심에는 판매책 이씨가 등장한다. 이씨를 거쳐 이우환 위작이 판매됐다는 것으로 이씨는 이번 사건의 ‘키(key)’ 맨이다.

하지만 현씨와 이씨 모두 ‘이우환 위작’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그와 관련된 증거는 나타난 적이 없다. 현씨가 또 다른 위작범 이성0을 고용해 한국 대가들의 위작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이씨와는 연결고리가 없다. 이씨는 현씨 모두 고미술 전문가로 두 사람이 서양화를 거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키’맨 이씨는 ‘이우환 위작’ 사건으로 5개월째 출국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한평생 바쳐온 고미술 거래가 끊기고 일본에 설립한 고미술 전문회사가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사 당국은 이씨의 처지를 아랑곳 않고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출금으로 발을 묶어 놓고만 있다.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한 이씨는 급기야 지난 10월 국민신문고에 경찰조사를 자청했지만 현재까지 외면하고 있다.

‘키’맨 이씨가 알고 있는 ‘위작 사건’의 실체와 그의 절규를 들어봤다.

‘위작설’ 주범으로 소문난 현씨와 이씨의 관계

이씨에 따르면 현씨와는 2011년 봄 장안평에 있는 고미술상 김모씨의 소개로 만났다. 위작범 이성0과는 일면식도 없다.

이씨는 2011년 4월 이후 현씨와 소량 거래를 하다 점차 수량을 늘려 그해 말까지 거래 목록과 금액이 기록돼 있는 9300만원을 포함해 모두 1억5000만 원가량을 취급했다. 이듬해 2012년 2월경 현씨는 민화, 고서화, 골동 등 1톤가량의 고미술품을 이씨에게 전달했고 선수금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았으며 이 해에만 4억원 가량을 거래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매월 1000여만 원의 고미술품을 거래했지만 현씨가 5월 한 통의 내용증명을 이씨에게 보내면서 더 이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씨는 그해 5월 21일 자 내용증명에서 이씨가 자신의 민화 등을 팔아 80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절반인 4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내용증명을 보고 “말도 안 된다”며 파기해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부산 폭력조직 칠성파 간부가 이씨를 찾아와 현씨 얘기를 전하며 3억원을 요구했다.

이씨는 조폭의 요구를 물리치고 2014년 상반기 현씨를 만나 내용증명을 보낸 일 등을 크게 나무라면서 거래를 끊었다. 판매 루트를 잃게 된 현씨는 그해 하반기 서울북부지검에 민화값 5000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이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윤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올해 1월 30일 각하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상황이 어렵게 된 현씨는 지난 3월 이씨를 찾아가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그때 이씨는 “사실도 아닌 이우환 위작 건으로 문제를 일으켰느냐”며 현씨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현씨는 “지난 일은 내가 잘못했으니 화를 풀어달라”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민화를 담보로 돈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씨는 2011년 초 현씨를 만난 이후 현재까지 관계해온 일들을 전하면서 “내가 왜 상관도 없는 이우환 위작 건에 휘말려 장기출금까지 당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지금이라도 나를 조사하면 되지 않느냐”며 격분했다.

‘키(Key)’맨 ‘위작설’에 답하다

언론보도에 이우환 위작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는 자신이 위작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을 도무지 알 수 없다면서 몇가지 가능성을 추론했다. 즉, 현씨가 2013년 8월 인사동 골동가게에서 ‘이우환 위작’얘기를 꺼낸 후 일파만파 확산된 것에 대해 나름의 추정을 한 것이다.

현씨는 2013년 8월 임모씨 골동가게에서 “내가 2010년 일본에서 그린 이우환 위작으로 현씨가 큰 돈(80억∼100억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돌려준 게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씨는 “왜 허위(위작설) 내용이 유포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현씨가 호리다시(값을 떨궈 편취함) 당했다고 생각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2년 현씨가 1톤가량의 민화 및 고서화, 골동품을 부산으로 보낼 당시 매우 뛰어난 중국산 민화 30여 점이 있었는데 현씨가 민화 1점당 가격을 50∼60만원으로 계산했고, 이후 이씨가 중국 민화를 1점 당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현씨가 ‘호리다시 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현씨 스스로 민화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호리다시 당한 모양이 돼 창피한 상황이 되자 차마 민화 대금을 얘기하지 못하고 이우환 위작 얘기를 지어낸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씨는 “현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우환에 대한 허위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볼때 그렇게 추정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일본에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수십억대의 고미술 거래를 해왔는데 고작 100만원 내외의 이익이 예상되는 위조 서양화(이우환 위작)를 취급하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씨는 “고미술업계에 종사한지 50년이 돼가고 있고 90년대 후반에 일본으로 건너가 골동품 등 고미술판매업을 하면서 점당 10억 이상 작품을 수없이 거래했고 1회 거래에 소개료만 1억 이상이 되는 경우도 숱하게 있었다. 그런 연유로 일본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잡았고 한국에도 수십 명의 고급 고미술품 거래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양화는 진품이라고 해도 판매처를 알지 못하고 위품은 고작 점당 100만원 내외의 이익이 예상되는데 왜 위조서양화를 취급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간혹 고미술계 종사자가 조잡한 서양화 등의 이미지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화를 냈다고 했다.

이씨는 2013년 8월 ‘이우환 위작설’ 논란 이후 현재까지 이우환측 인사들로부터 삼엄할 정도로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내 거래처 20∼30명을 다 조사하지 않았느냐. 이우환 작품 1점이라도 나왔느냐”며 그간의 통한을 털어놨다.

실제 2012∼2013년 이우환 작품 거래를 확인한 결과 소장자 중 이씨와 거래를 한 경우는단 1명도 없었다.

이씨는 언론이 자신을 마치 위작 판매책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특히 격노했다.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경찰과 일부 미술관계자의 말만 듣고 범죄인 취급한 것에 대해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맨이 알고 있는 위작범 이성0의 정체

‘위작설’ 논란의‘키’맨인 이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위작범 이성0과는 일면식도 없다. 단, 그가 현씨와 연루된 것과 관련해 몇몇 사항들에 대해선 국내 상인들을 통해 분명히, 또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이씨는 현씨와 이성0이 7∼8년 전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들었지만 무슨 그림을 위조하거나 위조그림을 판매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이성0이 단골화방을 드나들면서 액자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이 이 점을 조사하면 이성0이 어떤 그림을 위조해 액자 등을 맡겼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씨는 이성0이 여러 번 경찰을 들락거리며 마치 아르바이트를 한 것처럼 가장해 갖가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얼마 전 다시 출석해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는 풍문 가운데 이씨와도 관계있는 것처럼 사실 아닌 진술까지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며 답답해 했다.

이씨는 “나를 불러 이성0과 대질을 시키면 이성0의 허위진술이 밝혀 질 것”이라며 “이성0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전혀 관계가 없기에 이성0의 사실 아닌 진술은 쉽게 가려질 것이다”면서 이우환 위작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씨는 “현이 이성0에게 나에게 판매한다고 속여 이우환 위작을 제작하게 한 후 자기들끼리 판매하다가 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이성0이 현의 말에 속아 막연한 추측, 또는 알고서도 자기 범죄를 감추기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씨는 수사 당국이 이런 부분을 제대로 밝혀야 하고 경찰이 불러주어야 그런 부분을 진술할 수 있다며 조사가 지연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회사 부도 위기…”법적 대응 하겠다”

이모씨가 10월 15일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경찰의 불합리한 출국규제로 인한 재산상 손해발생' 민원.
키맨 이씨는 5개월 이상 출금된 상태다. 국내는 물론 일본 거래처까지 막히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 이씨는 “어렵게 설립한 일본내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상황이라며 풀어주던지 하루빨리 조사를 하든지 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씨는 “고미술계 실력자의 눈 밖에 나서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요청까지 했으나 조사는 하지 않고 출금만 계속해 일본 기반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 나도 인권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 10월 15일 국민신문고에 ‘경찰의 불합리란 출국규제로 인한 재산상 손해발생’이란 민원까지 넣었으나 ‘기다려 달라’는 회신만을 받았다며 이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이씨는 “현이든 이성0이든 대질 심문을 해달라. 경찰은 왜 조사를 안하는지 답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씨를 심문할 경우 ‘위작설’이 허구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경찰이 조사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는 “연말이 다가오고 출국금지도 6개월이 돼가고 있다. 출국금지는 조사를 하기 위해금지시키는 것인데 조사를 하지 않고 출금 연장으로 부도가 나면 어쩌나란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변호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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