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집중력과 전문성 가지고 트렌드 만들어

'덕후'의 원조인 '오타쿠'는 초기에 일본에서 비하의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혼자만의 취미생활에 그치지 않고 '덕질'의 결과물을 다른 덕후들과 함께 공유하고 상품 개발에 참여하는 등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됐다. 그들이 가진 특유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슈를 선도하는 주역이 된 것이다.

치킨 동아리 '피닉스'는 지난해 SBS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회원들이 문어와 치킨을 함께 요리한 '문어치킨'을 공개했다. 치킨 소믈리에라고 불리는 '치킨 덕후'인 피닉스가 문어치킨을 공개하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또한 치킨 브랜드의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참여하고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덕후들은 까다로운 소비자로 그치는 것이 아닌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는 사람이 됐다.

자동차에 관련된 덕후들이 모인 '보배드림'은 약 15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곳이다. 일부 회원들은 전문가 수준의 자동차 관련 지식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만큼 게시판 내에서 자동차 기업에 대한 평가로 인한 여론은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준다. 보배드림에는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많았다.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을 조성했고 현대차는 내수 점유율이 최근 3년 사이 43.1%에서 39.4%로 하락했다. 이에 현대차는 보배드림과 함께하는 현대자동차 7DCT 시승회를 여는 등 여론을 주도하는 커뮤니티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공연 덕후가 활동하는 '디시인사이드 연극 뮤지컬 갤러리(연뮤갤)'는 공연 제작사가 주목하는 모니터링 매체가 됐다. 공연의 티저 영상이나 출연진이 발표되고 난 후 연뮤갤의 여론이 어떨지 확인하며 트렌드를 확인했다.

덕후가 수집하는 '키덜트'(어린 시절 즐긴 장난감·만화 등을 찾는 어른) 장난감도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는 올해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가 5000억 원에서 7000억 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키덜트페어' 행사에 다녀간 관람객 5만여 명 중 80%가 성인이었다. 매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서울 캐릭터·라이선싱페어'는 올해 처음 '키덜트 특별관'을 열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키덜트는 더 이상 덕후 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취미가 됐기 때문에 잠재가치가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키덜트와 관련해 피규어, 레고 등 제품의 종류와 다양성을 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