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 2년간 감금해 굶기고 때려
학대ㆍ배고픔에 ‘맨발 탈출’, 온몸에 타박상 16kg에 불과
게임에 빠져 학교도 안 보내고 동거녀와 11살 딸 감금ㆍ구타
아동학대 차단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해

초등학생 딸을 2년간 감금한 뒤 때리고 굶긴 30대 친아버지가 지난 24일 인천지검으로 이송됐다. 초등학생 딸 A양(11)은 지난 12일 노끈에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혼자 노끈을 풀고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집 밖을 탈출했다. 추운 겨울 얇은 긴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맨발로 발견된 A양은 11세의 초등학교 나이지만 키는 120cm, 몸무게는 16kg였다.

A양이 2학년 1학기 이후로 학교를 나가지 못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 사실이 파악되지 않은 것이 알려지며 전국의 장기 미 등교 아동에 대한 실태 파악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좀처럼 줄지 않는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동거녀와 함께 초등생 딸 감금·굶기고 때려

초등학생 딸 A(11)양을 2년 동안 집에 감금해 때리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아버지 B(32)씨가 24일 검찰로 송치됐다. 폭행에 가담한 B씨의 동거녀 C(35)씨와 그의 친구 D(36ㆍ여)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B씨 등은 2013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의 한 빌라 내 화장실과 세탁실 등에 딸을 감금하고 굶기는 등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 C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A양보다 키우던 개의 안부를 먼저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지난 12일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혼자 노끈을 풀고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해 인근 상점에서 빵을 훔치다가 상점 주인에게 들켰다. A양은 수돗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참다가 탈출을 감행, 배를 채우고자 빵을 훔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양은 늑골이 부러지고 다리와 팔 등의 신체 곳곳이 멍들어 있는 상태였다. 경찰에서 A양은 아빠가 일주일이 넘게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최소한의 영양 섭취도 하지 못해 A양은 초등학교 5학년의 나이임에도 키는 120cm, 몸무게는 16kg였다. A양을 보고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슈퍼 주인은 “6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맨발로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고 신고할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다. 엄동설한에도 얇은 반바지와 반소매 상의를 입고 맨발로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B씨는 약 8년 전 아내와 이별한 뒤 동거녀 C씨와 살며 직업도 없이 온종일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빠져 산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경찰에서 “아빠는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자 배가 고팠던 A양이 집에 남은 음식을 찾아 먹으면 B씨는 “아무 음식이나 먹는다”며 손과 발로 딸을 때리고 옷걸이를 걸어두는 행거 쇠 파이프로도 때렸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에 대한 2년여 간의 학대 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경찰에서 “처음에는 아이가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때렸고 나중에는 꼴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D씨도 경찰 조사에서 A양이 집에서 탈출한 12일, A양의 손과 발을 빨간색 노끈으로 묶고 세탁실에 가둔 사실을 인정했다. C와 D씨는 A양이 탈출한 오후 9시께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딸이 사라졌다”며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등은 A양이 집에서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12일에 도주했다가 나흘 만에 차례로 경찰에 체포됐다. B씨 등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인천 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2년간 잠적했지만 학교·지자체 찾지 못해

A양은 2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녔지만, 아버지 B씨는 인천으로 이사한 이후 A양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집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발표를 잘하고 독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던 학생이었다. 학업 성적도 중상위권인 학생이었으나 결석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학년 2학기에 부천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1학년 때는 65일, 2학년 때는 20여 일을 결석했다. 2학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아예 등교하지 않아 담임교사는 3차례 A양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이웃들은 “그 집이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9월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 A양의 친할머니는 “손녀가 어디로 이사갔느냐”며 물었고 “아들이 내 인감도장을 훔쳐 집을 팔고 도망갔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놀란 담임교사는 인근 경찰 지구대로 달려가 실종 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부모나 조부모 등 친권자가 아닌데다 A양이 부모와 함께 이사를 갔다는 이유로 실종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학교는 비어 있는 A양의 집으로 출석 독려문을 보내고 주민센터에도 통보했지만 A양의 집을 찾아갔던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무도 없는 빈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인천으로 이사한 뒤 전입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학할 학교장이 전입신고를 통해 A양의 주소 변경을 확인하고 이전 학교에서 건강기록부를 전달받는 등의 절차가 사라졌다. 의무교육을 방해하는 학생의 보호자에게 취학이나 출석을 독촉할 자격이 있는 읍ㆍ면ㆍ동장이나 교육감도 A양의 존재를 알지 못해 손을 쓸 수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A양이 2년 동안이나 학교에 가지 않았음에도 관련 기관 어디서도 그런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아동 관리 실태에 큰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초등학교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3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제2의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을 막고자 전국 1만여 개 초중고교 가운데 우선 590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 결석 아동 현황 파악에 나서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결석 사유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매년 집계하는 ‘학업중단학생’ 통계로는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결석이나 학업 중단 등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각 학교의 장기결석 아동 명단을 바탕으로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이를 토대로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동학대 처벌 수위 논란

어린 딸을 2년간 감금하고 폭행한 A양 사건이 알려지며 좀처럼 줄지 않는 아동학대와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법원은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힌 범죄자들에게 예전보다 형량을 높여 판결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판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시행돼 1년이 지났지만, 국민 정서에 비하면 법원이나 수사 당국의 기소·처벌이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결이 내려진 아동복지법 위반 사건 총 116건 중 징역형 등 자유형이 선고된 것은 20건(17.2%)에 불과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아동실종 신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을 위해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장기결석 아동 관리, 경찰 초동수사 전문성 강화, 복지부 소속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여성가족부의 해바라기아동센터 통합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