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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재계 커넥션 '칼' 간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박정식 검사장)가 이달 29일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열어 특별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올해 수사 방향을 논의한다고 지난 19일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번 회의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전국 단위 특수부장 회의다. 대검은 해마다 특수부장들을 소집해 수사 상황을 살피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일선 검찰청 특별수사 전담 부장검사들이 참석한다.

전국 단위 대형비리를 수사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조만간 본격 가동될 예정이어서 집권 3년차를 맞아 사정수사 방향과 강도를 어떻게 조율할지 정관재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수사 타깃으로는 국책사업비 부당증액이나 입찰 담합, 공무원의 직무 관련 금품수수 등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가 꼽힌다. 경영주의 횡령·배임 등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민간분야 고질적 비리도 감시 대상이다.

회의에서는 김수남 총장이 주문한 효율적·체계적 특별수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일단 ‘성완종 리스트’ 재수사에 시선을 모은다. 검찰은 리스트에 언급됐으나 사법처리되지 않은 여권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허태열·김기춘 전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6명에 대한 고발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에 배당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허 비서실장 등은 지난해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메모와 일간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메모에는 이들 6명의 이름 또는 직책과 함께 구체적인 금품액수가 적혀 있었다.

인정사정 없는 특수부 수사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지난 2일 오전 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인 6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은 박성수 법률위원장, 백혜련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등 더민주 소속 법조인 6명 명의로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 이들 6명에 대해서는 ‘무혐의’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이들과 함께 메모에 이름이 적힌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기소했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의 통화녹음 파일, 사망 전 작성한 메모에 대해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더민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기소 처분된 인물들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수 법률위원장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이완구가 유죄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나와 있는 이병기, 서병수 등도 유죄다”라며 “검찰은 즉각 재수사에 착수해서 소환조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KT&G 비리수사 재점화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 16일 KT&G 본사와 거래업체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민영진 전 사장의 구속기소로 끝나는 듯했던 KT&G 비리 수사가 재점화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 대치동 KT&G 본사의 김모 팀장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광고대행사와의 거래실적 등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검찰은 KT&G의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기획사 등 거래업체 10여 곳에도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KT&G가 거래업체들과 맺은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자금 일부가 민 전 사장과 백복인 현 사장 등 KT&G 최고위층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인사를 ‘타깃’으로 하기보다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말해 이미 내사가 상당히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업계에선 ‘KT&G가 민 전 사장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몇몇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수법으로 특혜를 줬고, 여기에 백 사장도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롯데 풍전등화 신세 불안호소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김 팀장은 백 사장이 2011년 마케팅본부장을 할 당시 산하 브랜드팀 직원으로 일하며 J사와 광고업무 일을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이 현 경영진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KT&G 수사의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비자금 조성 과정에 민영진(57) 전 KT&G 사장과 백 사장이 연루됐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KT&G가 J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을 맺은 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민 전 사장의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민 전 사장은 인사청탁 등 명목으로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 해외 계열사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롯데그룹에 대해 법적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어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14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사기ㆍ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고발함에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시민단체는 공정위가 지난 1일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고발을 했고 검찰은 “지난 5일 고발장을 접수해 사건을 형사 1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롯데그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롯데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공정위에 미제출ㆍ허위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이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은 총수와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그룹은 지난해 일명 ‘왕자의 난’이라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일본 계열사 자료를 공정위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의 일본 계열사를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허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는 또 신동빈 신동주 두형제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한 것도 문제 삼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에 대해 “한국 상법에 따라 세금도 내고 직원도 한국인인 만큼 롯데는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민단체는 “롯데가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 회장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은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89.6%에 달하는 지분을 가진 광윤사 등 일본 계열사로 밝혀졌다. 광윤사 등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의 회사를 통해 한국의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그룹은 동일인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1%에 불과하고,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순환출자등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성역없는 정치권 수사

또 검찰은 춘천 레고랜드와 정선 강원랜드의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에 나서 지역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양대 랜드 사건을 겨냥한 검찰의 칼끝이 정치자금과 뇌물 비리, 인사 청탁 등 지역 정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지검은 지난해 7월부터 수사 중인 춘천 레고랜드 사업 추진 과정의 사회지도층 비리 의혹 수사를 재개했다.

지난해 연말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 사건은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춘천시 부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수사에 참여한 검찰 수사관이 금품 비위로 해임된 사실이 알려져 동력을 잃었다.

이후 수사는 검찰 정기 인사와 맞물려 소강 국면을 보였으나 최근 새 진용을 갖춘 검찰 수사라인은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평검사 등으로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형국이다.

검찰의 칼끝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캠프에 합류한 권모 전 도지사 특보가 엘엘개발 시행사 대표인 민 모 씨로부터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전달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최 지사 선거 캠프의 자금 담당자에게도 불법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 규명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 차례 구속 영장이 기각된 춘천시 부시장이 지방선거에 개입했는지도 보강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레고랜드 수사가 한동안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들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강원랜드의 특혜 채용 의혹을 둘러싼 수사도 춘천지검에서 맡았다. 강원랜드가 2013년 518명의 직원을 대거 채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특혜가 있었다는 게 진정서의 내용이다. 이 과정에 도내 국회의원 일부가 인사 청탁과 금품 수수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는 공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역 정치권은 검찰 수사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관련자 주변 조사와 소환 시기, 사실 여부에 따라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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