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끌려 자학행위… 페북 혐오 불러 자기 대소변 먹고 유두에 불 붙이고… 혐오 동영상 일파만파동물학대, 자살공약 등 불법·비윤리적 행보에도 팔로워 수십만 명단순히 관심 끌기 위한 것vs광고 따내기 위한 돈벌이 수단

페이스북 유명인 신모씨가 압정이 깔린 바닥에 누운 채 한 남성에게 짓눌리고 있다. 신씨는 이를 촬영해 자신의 페북 페이지에 지난 2일 업로드했다. 사진=동영상캡처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게시물들을 보게 된다. 나와 친구를 맺은 사람이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나의 타임라인에 해당 게시글이 자동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개를 수간(獸姦)하는 동영상부터, 살아있는 생쥐를 먹는 동영상, 자신의 유두를 태우는 동영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게시물들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는 운영자들에 의해 올려진다. 어떤 이들에게는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페북스타'로 불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들의 백태를 알아봤다.

페북 유명인 도 넘은 엽기 행각

"좋아요 10만이 넘으면 OOO을 하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겠습니다."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의 운영자 신모(23)씨는 요즘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유명인사다. 신씨가 운영하는 페북 페이지를 팔로잉하는 사람은 94만 명에 육박한다. 94만 명이 신씨가 새로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그것을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받아 본다는 말이다. 대체 어떤 게시물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신씨의'자기학대'동영상이다.

신씨는 지난 1월 "좋아요 15만이 넘으면 차 바퀴에 깔리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15만을 훌쩍 넘긴 20만 명의 페이스북 유저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신씨는 이후 공약을 지키기 위해 승용차 밑에 자신의 다리를 넣고 차를 그 위로 지나가게 했다. 이 동영상은 14만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더 엽기적인 일도 있다. 신씨가 자신의 유두를 스스로 태운 것. 지난달 24일 신씨는 "좋아요 30만이 넘으면 지포 기름(휘발유) 젖꼭지에 붓고 젖꼭지 태우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겠다"고 약속하고 어김없이 이를 행동에 옮겼다. 이 외에도 신씨는 자신의 대소변을 먹거나 개처럼 목줄에 묶여 시내 한복판을 기어 다니는 등 갖가지 기발한 엽기행각을 벌여왔다.

지난 1월 신씨가 본인의 페북 페이지에 올린 공약 게시물.
또 다른 페북 유명인 김모(19)씨도 기행으로 신씨에 뒤지지 않는다. 김씨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지에서 좋아요 30만이 넘으면 자신의 성기를 자르겠노라 공언했다. 글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좋아요 수가 30만을 돌파했지만 김씨는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기를 잘랐으나 폭력성이 짙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측에서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믿지 않는 눈치다. 댓글에서 "지킬 수 없는 공약은 하지를 마라" "기대했는데 열 받는다" 등 아쉬움(?)을 표현한 댓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변기에 라면을 부었다 그것을 다시 먹거나 겨드랑이에 밥을 비벼 먹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혐오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한심하다며 비난을 하는 쪽이거나 재미있으니 그만이라는 쪽이다. 주목할 점은 연령층이 낮을수록 이 같은 페북 유명인들의 엽기 행보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페북 페이지 관리자 신씨는 "10대들은 내 동영상을 재미있어서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말처럼 신씨를 팔로우한 사람들은 10대와 20대 초반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페북 유저들은 신씨 같은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서도 이들을 '관심종자'로 치부하며 손가락질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시 중구에 사는 40대 주부인 박모씨에게 신씨가 차 바퀴에 깔리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박씨는 경악했다.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중학생, 고등학생인 아들들이 이런 동영상을 보고 행여 따라 하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동이 멋지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10대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어른들이 교육하고, 이 같은 게시물이 처음부터 올라오지 않게 하는 여과장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불법에도 아랑곳 않는 페북스타들, 왜?

페이스북 페이지가 원래부터 무모함을 겨루는 결투의 장은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차츰 인기를 얻어가던 초기에는 '할아버지 제주도로 여행 보내드리기' '난치병 환자를 위한 기부' 등 선행을 위한 좋아요 공약을 내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점차 몇몇 페이스북 관리자가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그 강도도 세졌다. 급기야 성추행, 동물학대, 자살 등 불법의 영역을 향해 발을 내딛기도 했다.

스스로를 페북 제1 관종(관심종자)이라 소개한 박모씨는 지난해 살아있는 생쥐 새끼들을 산채로 씹어먹는 동영상을 게재해 페북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생쥐가 다 씹었는데 팡팡 터지네. 레알 밥이랑 먹으면 밥도둑임"이라는 망언까지 했다.

지난달에는 한 페북 페이지 운영자 김모씨가 암캐를 수간하는 동영상을 올려 동물보호연대로부터 고발당했다. 김씨는 해당 동영상이 자신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 받아 올린 것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김씨를 음란물유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좋아요 몇 만이 넘으면 자살하겠다는 공약을 걸거나 자고 있는 여성을 성추행하는 동영상을 게재하는 운영자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페북스타들이 이처럼 불법도 서슴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에 갈급한 나머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이유를 '돈'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팔로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페이지에 붙는 광고단가가 올라가고 또 해당 페이지를 고가의 돈을 지불하고 통째로 사들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팔로워 94만 명을 거느린 신씨의 경우 광고로만 1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다. 신씨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좋아요가 늘어나면 광고가 더 많이 들어온다"면서 "영상광고는 한 개당 150~200만원을 받는다고"밝혔다. 그러나 신씨는 돈 때문에 무모한 동영상을 찍는 것은 아니라면서 "꿈이 개그맨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미친 짓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