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뚜쟁이’ 소개팅 앱 부작용 많아

단시간에 많은 이성 볼 수 있어 인기몰이 중

조건만남 등 성범죄 이용, 다른 사람 사진 도용도

기혼자도 기웃기웃… “불륜 양산한다” 지적 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남과 여를 이어주는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소개팅 앱’ 이야기다. 일상에서 원하는 이상형을 찾지 못하거나 남자친구ㆍ여자친구 찾기에 긴 시간을 쏟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소개팅 앱이 ‘뚜쟁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개팅 앱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소개팅 앱을 통해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현상에 회의적이다.

소개팅 앱 170여 개ㆍ회원수 330만 명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현재 소개팅 앱은 170여 개를 웃돈다. 시장규모도 최대 500억원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330만 명이 넘는다.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소개팅 앱 ‘이음’이 미혼남녀 40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개팅 앱 사용자들은 ‘주위에 이성이 없기 때문에’ 소개팅 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것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동성이 절대적으로 많거나 이성이 있어도 마음에 드는 이성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이성 가뭄현상’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소개팅 앱은 만남 주선자나 다름없다.

3개의 소개팅 앱에 가입해 이틀에 한 번 꼴로 해당 앱을 사용했다는 직장인 최모(28)씨는 소개팅 앱의 또 다른 장점을 ‘횟수’에서 찾았다. 실제 주선자가 나서 여성을 소개시켜 주는 것보다 앱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여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씨는 앱에서 알게 된 여성을 실제로 4~5번 가량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이 중 한명인 동갑내기 김모씨와 현재 교제 중이다.

최씨는 “실제로 소개팅을 하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선자에게 외모, 나이, 성격 등을 다 물어야 하고 이후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랬는데도 만약 소개받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동안 들인 시간은 낭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에 반해 소개팅 앱은 그 사람의 외모나 나이, 직업, 사는 곳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은 거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씨의 여자친구인 김씨도 “처음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스마트폰을 통해 만난다는 것이 ‘사이버 연애’ 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고 하면서도 “결혼정보업체에서 결혼할 상대를 찾는 세상인데 남자친구라고 다를 게 뭐 있겠냐 싶어 딱 한번 이성을 만났는데 그게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기쁘다”고 했다.

성매매ㆍ사진도용ㆍ사기…범죄 수단 이용도

최씨와 김씨처럼 소개팅 앱의 사용이 해피엔딩을 맞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각양각색의 ‘배드엔딩’ ‘더티엔딩’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개팅 앱을 이용한 범죄행위다. 그 중 하나로 성매매를 들 수 있다.

범죄전문가들은 과거 인터넷 채팅사이트 등에서 성구매자를 찾던 성매매 종사자들이, 최근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PC보다 더 ‘시장’이 큰 스마트폰 앱으로 둥지를 옮겨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PC에 비해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파고들었다.

앞서 언급한 최씨도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성매매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최씨가 사용한 앱은 마음에 드는 이성과 대화할 수 있는 메시지 보내기 기능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라고 최씨는 설명했다. 최씨는 “쪽지를 보낸 여성 중에는 자신을 10대라고 소개한 여성도 있었다”면서 “소개팅이나 만남 앱의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조건만남이나 성매매 등 성범죄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있는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 사람은 23.8%에 달했다.

남의 사진을 이용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소개하는 ‘도용’문제나 직업ㆍ 나이까지 완전히 속여 소개팅 상대자의 돈을 갈취하는 등의 행위도 또 다른 범죄 유형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지명수배자인 이모(42) 씨가 외국계 기업 임원을 사칭해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들을 상대로 사업비 등을 요구하며 수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붙잡힌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20대 여성 A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가 새로운 여자친구 B씨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둘을 갈라놓기 위해 B씨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도용해 한 소개팅 앱에 가입한 일도 있었다.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 김모(37ㆍ여)씨는 “가입자가 자신이 소개한 직업이나 학벌 등이 진짜인지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 소개팅 앱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여과장치가 없으니 거짓으로 게재한 정보를 그대로 믿고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불륜의 징검다리? 스펙사회 만든다 지적도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불륜 등의 일탈행동이 일부 소개팅 앱에 의해 이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월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는 기혼자들을 위한 만남 앱까지 등장했다.

대학원생 박모(26ㆍ여)씨도 소개팅 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다가 졸지에 ‘불륜녀’딱지가 붙을 뻔했다. 박씨는 2년 전 한 소개팅 앱을 사용할 때 자신을 30대 초반의 미혼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남자 C씨를 알게 됐다. 연락을 주고받던 박씨와 C씨는 실제로 몇 번 만나 데이트를 했고 정식으로 교제하기 바로 직전 단계까지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박씨에게 자신을 C씨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40대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 보니 C씨는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었고 나이도 박씨에게 소개한 것보다 더 많았다. C씨의 아내는 박씨에게 “제발 부탁이니 가정을 유지하도록 남편을 그만 만나달라”는 부탁까지 했았다. 박씨는 “기혼자들이 미혼으로 속이고 소개팅 앱에 가입해 미혼자들을 만나려 시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하면서 “그런 불쾌한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아무리 소개팅 앱이 신분인증 등의 단계를 거친다고 해도, 사용자의 신분을 믿지 않게 됐다”고 했다.

한편 몇몇 소개팅 앱이 이른바 ‘스펙 사회’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좋은 학벌과 직업을 가입 필수조건으로 내세운 앱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모 대기업 사원 신모(26ㆍ여)씨는 “연애를 하는데도 조건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스마트폰 앱에서조차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반대의 의견을 내비쳤다. 또 그는 “내가 가입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굳이 사용해 보고 싶지는 않다”고 하면서 “스펙으로 사람을 거르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