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계부모 아동학대 후폭풍

계부모 학대 급증…이혼부부 ‘부모교육’실효성 논란

최근 아동학대 사망 6건 중 4건 계부모… ‘아동학대 방지교육’ 의무화

왜 이혼 앞둔 부부만? “편견 조장” “불공평한 처사” 비판 봇물

가해자 대부분 친부모…계부모 무서워 신고 않는 아동 많아 실효성 없어

최근 아동학대ㆍ살해 사건들이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를 뜯어고치고 ‘부모다운 부모’의 자격을 갖춘 부부만이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화답하듯 지난달 27일 서울가정법원은 재판상 이혼, 협의이혼 등 절차를 진행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을 받는 것을 오는 5월부터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국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새로운 방침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고 있다.

잇단 계부모 아동학대…이혼 부부 ‘부모교육’ 실시

지난해 말 인천에서 11살짜리 여아가 아버지와 그 동거녀의 학대에 못 이겨 집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여아가 부모로부터 학대당하는 동안 학교에 장기결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장기결석아동 및 미취학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중 또 다른 학대 피해아동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발화점으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다.

부천에서는 6살 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한 엽기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고, 한 달 뒤에는 여중생 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1년간 시신을 방치한 목사 부부가 검거됐다. 이후 고성(살해현장은 용인)에서 친모에게 폭행당해 숨진 뒤 암매장된 7세 여아의 시신이 발견됐고, 평택에서는 부모가 일곱 살배기 아들을 화장실에 가두고 숨지게 한 이른바 ‘원영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또 4살 난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딸이 숨지자 이를 암매장한 계부가 청주에서 검거됐다. 가장 최근에는 5살 의붓아들이 잠을 자는 데 방해를 한다며 밀쳐 사망하게 한 계부가 오산에서 체포됐다.

올 들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만 6건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위 6건 중 ‘부천 엽기부부’사건과 고성 사건을 제외한 4건이 재혼가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부천 목사부부 사건과 원영이 사건은 계모가 친부와 함께, 청주 사건은 계부가 친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오산 사건은 계부의 단독범행이다.

이렇듯 계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여론이 들끓다 보니 ‘이혼을 앞둔 부부’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부모교육의 첫 대상이 됐다. 서울가정법원은 5월 1일부터 가사재판 및 협의이혼 시 진행되는 ‘자녀양육 안내’절차에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자녀양육 안내 절차는 법규의 일종인 대법원 예규로, 강제성을 띤다. 부모가 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혼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후 이 제도의 성과가 좋을 경우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가해자 80% 친부모, ‘이중잣대’ 성토

그러나 이 같은 법원의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혼한 부부를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항변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는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피의자가 계부ㆍ계모인 것보다 친부모인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개한 ‘2015 아동학대 주요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피해사례 1만1709건 중 5368건(46%)의 학대행위자는 친아버지였다. 이어 친어머니가 3473건(30%)으로 둘째로 많았다. 아동학대 피해자의 대부분이 친부모(76%) 임을 알 수 있다. 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는 236건(0.2%), 계모에 의한 것은 238건(0.2%)에 불과했다. 이는 보육교직원(423건, 0.4%)이나 256건(0.2%)을 기록한 유치원 종사자보다 적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혼부부에만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재혼가정의 불만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25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몇 년 후 새 가정을 꾸린 이모(55)씨의 가정이 그랬다. 23년 간 남편과 남편의 전처 사이의 딸을 키웠다는 이씨의 아내 김모(53)씨는 요즘 TV에서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계부모는 아동학대를 하기 쉽다는 사회적 편견을 고착화시킬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이혼부부 부모교육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행여 모든 계부모들이 아동학대의 가해자로 비춰질까 무섭다. 사실 아동학대는 친부모일 경우가 훨씬 많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계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데 법원까지 나서면 재혼가정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성토했다. 김씨는 또 “우리나라에서 매년 십 몇만 명 이상의 재혼부부가 나오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다 아동학대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혼부부에 앞서 친부모들부터 교육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고 안 하는 피해아동 많아…실효성 의문 지적도

일각에서는 계부모에게 학대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계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혼을 앞둔 부부에게 아동학대 방지교육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계부에게 10년 가까이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모(22ㆍ여)씨는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이씨의 친아버지와 이혼하고 몇 년 뒤 현재 이씨의 계부와 재혼했다고 했다. 이후 이씨가 중학생이 되고서부터 계부의 끔찍한 성추행과 폭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씨는 경찰이나 학교에는 물론이고 친어머니나 남동생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네 식구가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황에서, 잘못하다간 엄마와 동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씨는 “나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단순히 새아빠, 새엄마가 무서워서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많은 건 당연하다. 계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보다 친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단순히 신고 건수만을 놓고서는 계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발생률이 낮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 자체가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1시간 남짓 하는 교육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한국아동학대협회 부회장인 이명숙 변호사는 “아동학대를 하는 부부들은 1시간짜리 이 교육을 그저 ‘통과의례’로 여길 뿐”이라고 하면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비행청소년을 교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가족상담, 자녀상담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동학대 예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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