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은성PSD 등 일감몰아주기, 취업ㆍ복지 특혜성 계약

‘메피아’ 수사…‘구의역 사고’ 스크린도어 업체 비리 ‘정조준’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를 하다 숨진 김모(19)씨 사고를 계기로 경찰 수사가 안전관리 문제를 넘어 서울메트로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이 기관 출신의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실태와 비리 규명을 파헤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강남경찰서는 9일 오전 10시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를 비롯해 은성PSD, 또 다른 용역업체인 유진메트로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들이 맺은 계약서류와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고 관련 업무를 맡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임직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모씨를 파견한 은성PSD, 지난해 강남역 사고 때 숨진 직원이 소속된 유진메트로컴 등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와 강남역ㆍ구의역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달초 구의역 스크린도어 안전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한 결과, 서울메트로가 자사 퇴직 임원들이 대거 근무하는 은성PSD 등과 특혜성 용역 계약을 맺고 사업비를 과다 지급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와 특혜성 계약을 맺어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100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며 수사 내용에 따라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 사이의 특혜 규모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유진메트로컴가 특혜성 계약을 맺은 배경에 의혹이 이는 만큼 경찰은 이 부분을 철저하게 밝힌다는 입장이다.

은성PSD는 2011년 서울메트로 출신 90여명이 만든 회사로 350억원대 일감을 맡긴 것으로알려졌다. 서울메트로는 또 은성PSD에 영향력을 행사해 고용계약서에 자사 출신 직원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하고 기존 임금의 60∼80%를 보장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38명은 은성PSD가 자체 채용한 직원과 달리 지난해 총 1억 원의 복지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메트로는 유진메트로컴에도 수익 사업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진메트로컴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총 24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운영하며 광고 매출 2560억원, 당기순이익 271억원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서울메트로를 비롯한 은성PSD 낙하산 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메트로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사장과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 김종원 이숙현 조중래 오윤식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 등을 박 시장 관련 인사로 꼽았다. 서울메트로의 비상임이사는 총 7명으로 서울시 공무원 2명을 제외한 5명 중 4명이 박 시장 인사로 분류된 것이다.

또한 서울메트로 출신들은 은성PSD에 우선 채용되고 고위직이 보장되는 점도 ‘메피아’의 전형으로 꼽힌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와 관련자 조사를 통해 특혜성 용역 계약의 위법성, 용역비 집행의 투명성, 안전관리ㆍ감독 책임 등 위탁업무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장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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