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시설 약속 깨고 무리한 주택공급… 일방통행식 조치에 불만 고조

편익시설 약속한 부지에 청년임대주택 들어서…주민 불만 토로

주택공급 포화상태에도 주민 동의 무시한 ‘속전속결’의 리츠사업 강행

뉴타운 자녀들, 교실 부족에 컨테이너에서 수업 받아

뉴타운 주민들 “은평구청장 입김 작용했을 것”… 불신 커져

국책사업을 신뢰하며 신개념 보금자리를 꿈꿨던 은평뉴타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을 한숨짓게 한 것은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 주택자회사 SH공사가 추진 중인 ‘은평뉴타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사업’이다. 이는 SH공사가 자본금을 출자해 리츠를 설립하고 민간기업으로부터 투자받아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공익적 취지의 사업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서울시가 과거 뉴타운 분양 당시 내걸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공익성보다 은평구와 SH공사만의 이익을 위한 리츠사업을 강행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로 이미 주택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편익시설이 들어서기로 예정됐던 토지가 공동주택용지로 변경된 점, 그리고 은평구와 SH공사가 일방적으로 개최한 ‘의미 없는’ 공청회 등 주민 반발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상당수 드러났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진행된 리츠사업이 서울시와 SH공사의 문제뿐만 아니라 김우영 은평구청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의 중심지는 ‘은평 편익시설용지3’인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235-28 1만1196㎡의 부지 등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이곳과 ‘은평 도시지원시설용지’ 6334㎡ 등을 포함한 3개 부지를 서울리츠 1호 사업지역으로 지정했다. SH공사는 지난 6월 29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사업에 대한 설립인가를 받았고, 오는 2018년까지 임대주택용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을 예정이다. ‘은평 편익시설용지3’는 제2종 주거지역으로 아파트 372가구 그리고 ‘은평 도시지원시설용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주거용 오피스텔 642가구 등 총 1512가구가 들어선다.

물론 설립인가 과정에 큰 잡음이 있었다. ‘은평 편익시설용지3’ 인근 은평뉴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와 SH공사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진관동 235-28 부지 등에서 리츠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민원을 서울시와 은평구청에 수차례 제기했고, 급기야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주간한국>과 만난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8년 전 이곳 은평뉴타운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정부와 언론에서 밝힌 뉴타운의 ‘리조트형 생태전원도시’라는 계획이 실현되기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현재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이라는 공익적 사업을 반대하는 님비(NIMBYㆍ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까 불안해 했고, 그동안 서울시와 은평구 그리고 SH공사에 보내왔던 신뢰에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서울시와 SH공사 등이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리츠사업에 대한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 정황 등 다양한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은평뉴타운 H아파트 주민 송 모씨는 ‘은평 편익시설용지3’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이 부지가 주거시설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편익시설이 들어오기로 예정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분양 당시 은평뉴타운의 조감도와 뉴타운 계획을 접했을 때 이곳에 주택과 동시에 다양한 편익시설도 제시돼 있었고, 그것이 가정에 불과했더라도 뉴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택과 편익시설의 조화는 누구나가 기대할 수 있었다”며 “뉴타운이라는 것이 판자촌처럼 사람들 여럿이 몰려 사는 공간이 아닌 신개념 거주공간을 뜻하는데 주거시설만 몰아넣은 곳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서울시가 은평구 구파발 일대 359만 3000㎡에 주거와 생태ㆍ문화ㆍ상업 등 복합기능을 갖춘 ‘환경친화적 뉴타운’ 계획을 제시하며 은평뉴타운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강남과 강북 간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사업의 일환으로 은평뉴타운에서의 복합상업시설과 문화시설, 공연장 등 중심상업지를 개발한다는 ‘알파로스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SH공사 측에서 공공연하게 밝혀 온 사업목표였다. 이에 강북 최고의 주거공간이자 상업ㆍ위락지구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고조시키며 은평뉴타운에 입주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구파발역에는 대형마트 등 일부 편익시설 설립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으로 이곳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이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또 뉴타운 박석고개와 편익시설용지3 주변에는 제대로 된 공원 산책로조차 없었다. 이곳 주민들을 위한 편익시설이라고 한다면 축구장 등을 포함한 은평구민 체육센터가 유일한 정도였다. 주로 주택가와 입점이 완료되지 않은 상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편익시설용지3으로 지정된 진관동 235-28에는 인근 은평소방서까지 가설펜스가 넓게 세워져 있었고, 이 펜스는 뉴타운 아파트 샛길과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송씨는 “가설펜스 내 8년 동안 방치된 부지는 우범지대였는데, 여기서 흘러나오는 흙먼지와 자갈이 인도를 훼손할 정도로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래도 ‘편익시설이 들어오겠지’라는 생각에 모두 참아왔지만, 이제는 주변에 넘쳐나는 주택을 또 짓겠다고 하니 강남ㆍ강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뉴타운을 만든다는 취지는 기만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서울시와 SH공사가 은평뉴타운 도시계획 상에서 밝힌 예상 인구수는 4만 5000명으로 현재는 이보다 약 20%가 많은 5만 4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주택 공급량 초과는 이미 실현된 상태로 은평뉴타운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이 40%로 타 지역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었다. 때문에 주민들은 편익·교육시설, 교통로 등의 확보도 없이 임대용 주거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뉴타운 내 교육시설 부족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고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갔다.

주민 박 모씨는 “뉴타운 1지구 쪽 E초등학교의 학생 인원계획이 원래 500명이었는데 1000명이 넘게 들어와 교실이 부족해 1년 가까이 컨테이너에서 수업 받는 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중학교 역시 부족하다 보니 E초등학교 졸업생들이 근처의 J중학교가 아닌 뉴타운 기자촌 근처에 위치한 S중학교에 배정받는 일이 벌어졌다. J중학교와 S중학교 사이에는 진관공원이 길게 펼쳐져 있어 버스를 환승해야만 갈 수 있는 먼 거리였다. 특히 E초등학교와 J중학교 주변에는 내년 2월과 6월에 각각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학교 내 교실대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 본래 박석고개 삼거리 근처 S고등학교 뒤편에는 뉴타운 거주민 자녀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D초등학교가 생길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은 최근 은평구청장과의 만남에서 이 부지가 리츠사업 용도로 계획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박씨는 “어린이집도 많지 않아 갈현동으로 아이들을 보냈고 주변 주민들 대부분이 그랬다”며 “리츠사업으로 들어올 주민 중에 젊은 부부들이 많아 자녀들이 초ㆍ중학생이 많을 텐데 학교가 부족한 상태에서 또 입주민이 생기면 혼란을 누가 수습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은 교육시설 부족뿐만 아니라 교통문제도 입주 초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은평구 통일로에서 종로구 자하문길을 잇는 5.72㎞ 도로 ‘은평새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서울 서북부 지역 상습적 교통 정체 구간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종로구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6년 째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은평새길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종로구민들의 반발과 예산문제에 막혀 뉴타운 주민들은 심각한 교통체증을 여전히 지켜만 보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뉴타운 내 입주민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이었다.

공청회 개최부터 진행까지 주민들 의견 무시한 정황 드러나

리츠사업에 대한 뉴타운 주민들의 반발을 은평구청과 SH공사가 모를 리 없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은평구 진관동 주민센터에서 은평구청 도시환경국과 SH공사 택지사업부 관계자 그리고 뉴타운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는 은평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에 대해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공청회가 행정절차법에 어긋나는 ‘불법공청회’로 오히려 주민들을 기만한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본래 공청회란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정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주민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듣고, 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행정절차법 제38조 ‘공청회 개최의 알림’에 따르면 공청회를 개최하기 위해 행정청은 개최 14일 전까지 공청회 제목과 일시·장소, 주요내용, 발표자에 관한 사항, 발표신청 방법 및 신청기한 등의 사항을 공청회 참여 당사자인 주민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특히 이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관보ㆍ공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나 일간신문 공고를 통해 널리 알려야 한다.

주민들은 공청회 공고부터 참석자 선정, 진행 과정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평구청은 공청회가 열리기 약 보름 전인 지난해 10월 5일 석간지인 A신문에 ‘은평 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 공청회 개최’라는 제목의 작은 공고문을 게재했다.

물론 주민들은 이 공고가 어느 신문에 언제 실렸는지 대부분 알지 못했다. 은평뉴타운 주변 신문가판대와 편의점 어느 곳에도 A신문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고, 은평구 공공시설에도 이 신문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 특히 많은 주민들에게 공청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신문 공고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문 게재가 더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과 SH공사, 은평구청 홈페이지에도 공청회 개최에 대한 공지가 없었다.

때문에 5만 4000여명의 은평뉴타운 주민들 대부분은 이 공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중 20명 남짓만 공청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특히 편익시설용지3 관련 안건을 주장하려는 주민들은 불과 5명밖에 없었고, 이중에는 공청회 개최 2시간 전에 전화로 요청을 받아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주민들은 이를 두고 행정절차법 제38조 중 ‘널리 알려야 한다’라는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공고문 내용과 공청회 진행과정 상에 있었다. 주민들은 당시 은평구청 등이 A신문을 통해 게재한 공고문을 제시하며 이곳에 명시된 주요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 박 모씨는 “공고문을 보면 촉진구역의 주소를 ‘은평구 진관동 일대’라며 모호하게 적었고, 계획변경 세부내용도 불분명했지만 동사무소를 통해서도 관련 내용을 얻지 못했다”며 “공청회 개최 목적을 보면 은평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청취인데 아무도 보지 않는 석간신문에 공고를 내다보니 참여자가 적었고, 주민대표라고 나온 3명 중 일부도 편익시설용지3와 관련이 없었고, 주민들이 대표로 위임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SH공사 등에 요청해 받은 ‘주민공청회 개최결과’ 문서 내용을 살펴보면 은평뉴타운 주민대표로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은 공원화 추진위원장과 은평 수영 동호회 회장, 주민참여 예산위원장이었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받은 질의 자료에는 공청회 진행 중 오고 갈 질문과 답변이 미리 제시돼 있었다.

박씨는 “주민대표로 공청회에 나온 3명이 누군지 몰라 찾아봤더니 일부는 뉴타운 기자촌 주민들이었다”며 “공청회에서는 질문과 답변서가 이미 마련돼 주로 그것을 보고 그대로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것이 무슨 주민 의견청취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주민대표로 공청회에 참여했던 이들이 거주하는 기자촌 인근은 북한산국립공원을 바로 등진 은평뉴타운 11단지 일대다. 사실 서울리츠 1호 사업을 위한 임대주택 건립 기존 부지는 이곳 기자촌 인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자촌 주민들은 주변 편익시설 부족과 북한산 조망권이 침해받게 된다며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기자촌 주민들은 오히려 임대주택이 들어설 곳의 공원화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올해 초 기자촌 내 약 450억원 투자 규모의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밝혔다.

문제는 기자촌에 설립이 지정됐던 임대주택을 대체하기 위해 편익시설용지3 등으로 옮겨 오게 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밖에 없었고, 이미 SH공사는 이곳의 토지용도변경 절차를 마친 상태였다. 주민들은 여기에 김 구청장에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 구청장이 현재 기자촌 인근 주민으로서 이쪽은 김 구청장뿐만 아니라 단체장, 학교장 등 소위 돈 많은 사람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아무리 토지와 사업결정에 서울시와 SH공사에 힘이 있더라도 구청장이 사는 인근의 주민들이 임대주택 설립을 반발하니 곧바로 중단됐고, 반면 우리 쪽 주민들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임대주택을 떠넘겨버렸으니 SH 측이 구청장을 피해갔다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은평구청 측은 반발했다. 김우영 구청장도 기자촌 인근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은평구가 서울시 리츠사업에 의견만 제시할 뿐 관여할 수 없고, 기자촌 공사도 SH공사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은평구의 권한이 없다”며 “현재 한국문학관 유치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모 중단으로 지시가 들어와 답보상태지만, 이것이 들어오면 더 좋고 구청장님도 기지촌 주변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현재 대형마트와 대학병원도 짓고 있고 신분당선도 유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은평구청은 구청 내 예산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원했던 편익시설 중 하나인 ‘은평뉴타운 도서관’을 지난해 9월에 설립해 민원 해소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뉴타운에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던 MB정부 시절 편익시설이 부족했지만, 김우영 구청장이 취임 이후 지하철과 대형마트, 병원, 문화시설과 공공도서관까지 유치해 뉴타운 주민들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현재 반발하고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집값하락으로 대부분은 편익시설보다는 베드타운식 조용한 분위기의 동네를 원하고 있다”며 “교육시설 역시 수요가 없는데 교육청 예산을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임대주택 설립이 확실히 결정되고 나서 교육청과 종합적으로 계획을 짤 것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은평구청 측은 E초등학교에서 교실 부족으로 학생들이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받았고, 인근 중학교가 부족해 먼 곳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반면 뉴타운 주민들은 은평구청 측의 해명이 전부 잘못됐다며 보다 강력히 반박했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주민들은 지난달 13일 김우영 구청장과 최초로 면담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구청 측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김 구청장은 자신이 기자촌 반대편에 있는 J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편익시설’을 ‘편의시설’로 잘 못 알고 있어, 주민들이 이 두 용어의 차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상가시설 등의 편의시설의 입점을 원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주민들은 편의시설이 아닌 노인정과 학교 그리고 도서관 등 주민들을 위한 공공적 성격의 시설인 편익시설이 뉴타운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박씨는 “구청에서 주민들이 집값하락 때문에 이런다고 매도하지만, 편익시설 대신 주택이 또 들어온다는 것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주민들이 베드타운을 원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은평뉴타운이 베드타운화 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SH공사에 권한이 있고 은평구는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기자촌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은 왜 은평구에서 막아준 것이며, 구청장이 기자촌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찬성한다면 서울시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데 바라는 대로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은평구청이 리츠사업의 권한이 서울시와 SH공사에 있다고 해명한 것에 “주민을 구해주지 않는다면 구청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재산세를 힘이 없는 은평구청이 아닌 주민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다른 힘있는 구청에 내면 되겠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신분당선과 대형마트 유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신분당선의 혜택이 편익시설용지3 인근 주민들에게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은평구청이 추진한 신분당선은 교통난을 겪고 있는 통일로 부근이 아닌 기자촌과 가까운 폭포동에 라인을 두고 있다. 때문에 편익시설용지3 인근 주민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고, 이들과 함께 대형마트와 병원 이용자들도 주로 구파발역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신분당선 혜택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주민 송씨는 “대형마트도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주민들이 집단소송에 들어가자 L사와 계약을 맺고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들이 자료를 가지고 있고 현재 이 소송건은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있다”며 “도서관도 책이 부족하고 좁아서 주민들과 아이들의 불만이 많고 무엇보다 굉장히 먼 곳에 위치해 이용하러 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은평뉴타운 도서관은 구파발역과 편익시설용지3에서도 차량으로 10분 이상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구청장의 거주지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송씨는 “은평뉴타운 도서관이 그렇게 주민들이 원하던 편익시설을 만들어준 것이라면 주민들과의 공청회를 통해 뉴타운 주민들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만들었어야지 기자촌 인근 주민들만이 가서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위치를 시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이 서울리츠가 신혼부부 및 사회초년생 등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라 했고, 이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한다”며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뉴타운 밖에 직장이 있어 교통문제 해결이 필요하고 젊은층이라면 거주시설 주변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과 편익시설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기존 은평뉴타운 5만 4000명의 주거환경 역시 고려해야 할 텐데 이것은 마치 ‘집약된 거대 주거촌’으로 서로가 주거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SH공사 측은 청년임대주택 공급을 기대하는 정부의 기대에 서울시와 SH공사가 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뉴타운 주민 공청회에 대해서는 SH공사 관계자들이 참여 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은평구에서 실시했을 뿐 자신들은 공정회 과정을 책임지거나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회에서 나온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청년임대주택 입주 후 기존 주민들이 겪게 될 편익시설 부족과 교통난에 대해서는 기계적이며 추측성 강한 답변을 내놨다.

SH공사는 “서울리츠 청년주택 사업으로 인한 인근 주민요구 사항이 있으면 검토 하겠다”며 “당초 편익시설용지에서 공동주택용지로 용도변경에 따른 장래 교통량 변화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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