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삶 위한 카페, 다목적 공간으로 변신

JDC, 사회공헌 사업 중요성 인식

카페ㆍ특산품 판매 가게로 마을 발전 지원

곶자왈공원ㆍ새연교 건립 후 제주도로 이관시켜

사회 공헌 통해 JDC만의 정체성 확립해야

지난 2002년 문을 연 제주국제자유도시센터(JDC)는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JDC는 그 어느 때보다 ‘격량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지난 2013년부터 JDC를 이끌어 온 김한욱 이사장의 임기는 6월로 만료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임 이사장을 찾지 못해 두 달 가량 김 이사장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JDC는 그간 제주도신화역사공원, 영여교육도시 등 큰 규모의 사업을 펼쳐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마을 지원 사업엔 조명이 비춰지지 않았다.

JDC는 ‘마을 공동체 사업’을 통해 지역 토착민들과의 상생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현지 자연환경 보존,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 공헌도 펼치고 있다.

제주 마을 주민들, 뮤지컬 무대에 오르다

지난 11일 방문한 제주도는 서울 못지 않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찾아 온 관광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기업인 JDC는 ‘한국형 자유시장 경제 모델’이라는 비전을 갖고 제주도를 국제 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출범했다. JDC의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개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JDC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 전 지역주민들과의 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JDC는 지난 2012년부터 지역정책 및 사업공헌 사업으로 ‘마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JDC는 현재 서광서리 ‘별난가게’, 서광동리 ‘감귤창고’ 카페, 보성리 ‘윤성이네 식당’, 인성리 ‘태양광발전사업’의 문을 열었다.

2014년 12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에 JDC의 마을 공동체 사업 2호점 ‘느영나영 감귤창고 카페’가 문을 열었다. 감귤창고를 개조해 만들어진 이 카페는 서광동리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감귤을 원재료로 감귤 에이드, 감귤차를 비롯해 감귤피자와 같은 신제품 등을 판매한다. 감귤창고 카페 옆에는 방 4개 규모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도 있는데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JDC는 감귤창고의 오픈을 위해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감귤창고의 문이 열자 서광동리에는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광동리에 있는 166가구는 감귤창고를 운영하는 공동 경영자이다. 이만형 서광동리 이장은 “서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제주도 현지 마을 사람들끼리는 친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요 근래 들어선 많이 서먹했었다. 하지만 감귤창고가 문을 연 이후론 마을 사람들끼리 유대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특히 큰 변화는 서광동리에 ‘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단 것이다. 감귤창고에서는 주기적으로 예술가들을 초대해 공연을 연다. 시골 마을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공연을 통해 주민은 물론 서광동리를 찾는 외지인들까지 문화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감귤창고 앞 체육관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는 9월 24일, 서광동리 마을 주민들이 직접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마을 사람들이 겪었던 애환과 슬픔의 역사를 구성한 뮤지컬 ‘광해악의 노래’는 마을 주민들이 배우로 참여하는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제작비는 안덕면 주면참여 예산으로 마련됐다.

이만형 이장은 오는 9월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을 포함해 감귤창고, 게스트하우스 등 서광동리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가 생긴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밝혔다. JDC의 마을 지원 사업이 불고 온 훈훈한 바람이 느껴졌다.

“도민과 JDC의 거리감을 줄일 것”

JDC는 현재 운영중인 마을 지원 사업을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토평동 푸드트럭, 어음2리 허브카페 및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금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초기 예산 지원과 함께 향후 계속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마을 주민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1차 산업 지원을 위해 경쟁력 강화 및 도민소득 향상을 위한 농기계 지원에 27억원을 지출했다. 수산종묘 방류 사업에도 3억을 지원했다. 2016년 8월 기준 JDC가 지역 정책 및 사회공헌 사업에 지출한 누적 연간 예산은 500억원이다.

단순한 예산 지출을 넘어서 JDC는 조직 내부에서도 사회공헌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사회공헌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JDC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JDC와 제주도 지역 도민들과의 거리감을 차차 좁히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마을 공동체 사업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JDC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준공된 곶자왈도립공원은 제주도의 청정 생태보존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에게 체험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곶자왈도립공원에선 신평리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을 주민 해설사’로 나선다. 유년시절을 신평리 숲에서 보낸 마을 주민 해설사들은 자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 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에 나선다. JDC의 ‘예산’과 마을주민들의 ‘삶’이 상승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곶자왈 뿐만이 아니다. JDC는 지난 2009년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한 서귀포항 새연교를 193억원을 들여 건립한 후 서귀포시에 기부 채납했다. 이 새연교는 준공 첫 해 30만명이 방문한 후 매년 100만명이 방문하는 서귀포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현재 JDC가 준비하고 있는 최대 프로젝트인 제주신화역사공원은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뒀다. 제주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뭍으로 나가는 것은 제주도 입장에서도 큰 고민이다. JDC는 제주신화역사공원이 조성되면 총 25만7979명의 고용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 지역 대학생들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JDC는 대규모 사업을 벌이며 높은 부채 비율로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김한욱 이사장 취임 후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부채를 모두 갚으며 실적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제 JDC는 확고한 정체성 확립에 나서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 그 시작은 외부가 아닌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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