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하일성 그는 누구인가…올림픽 금메달 영광에서 사기 불명예까지

구수한 입담 친근한 이미지로 '야구해설 대중화' 주역
방송계 예능 진출·KBO사무총장 활동 등 전성기 구가
지인과 돈거래 과정에서 사기 혐의 두차례 피소 '암운'
  • 지난해 4월 중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금융감독원 합동 금융범죄 근절 선포식'에서 금융범죄 근절 홍보대사로 위촉된 하일성씨(가운데)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청아 기자] “내가 나중에 세상을 떠나면 묘비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대표팀 단장’을 새겨 달라.”

8일 오전 서울 송파에 소속사인 스카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된 야구해설가 하일성(67)씨가 지난 2009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작직을 그만 둔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회상하며 남긴 말이다.

대한민국 ‘야구해설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산파역을 했던 ‘1세대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며, 자살 사유로 최근 1~2년새 잇따라 지인과 돈거래에서 사기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은데 따른 억울함과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비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숨진 하씨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동고등학교 야구선수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특기생으로 입학했지만 힘든 훈련이 싫어 야구선수의 꿈을 접었던 고인은 대학 졸업 뒤 경기도 김포 양곡고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서울 환일고로 옮겨 체육교사로 교직생활을 해 오던 하씨는 1979년 당시 KBS 배구 해설위원이었던 오관영씨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위원으로 야구해설의 세계로 진출하는 동시에 방송계에 입문했다.

TBC가 없어지자 KBS 야구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프로야구 출범과 맞추어 본격적인 야구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친근한 이미지에 구수한 입담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유명세를 타면서 자연스레 방송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 KBS 대표 예능프로그램이었던 ‘가족오락관’, ‘아침마당’ 등에 고정출연자로 나오는 등 활발하게 방송활동도 펼치며 스포츠 분야를 뛰어넘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활동 영역을 넓혀오던 하씨는 2006년 5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제11대 사무총장에 선임되면서 2009년 3월까지 약 3년간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KBO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야구종목에서 금메달 획득, 이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 등을 값진 성과를 일궈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KBO에서 손을 뗀 뒤 고인은 막바로 KBS 야구해설위원으로 복귀한 뒤 꾸준하게 방송활동도 이어왔다. 이대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직전까지 위성케이블방송 K-STAR의 일본프로야구 이대호 출전경기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스타 야구해설가로서, 다방면의 친숙한 예능인으로 인기를 누리던 하일성씨에게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2002년 심근경색으로 3차례나 수술을 받아 건강상 적신호가 왔으나, 다행히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예전의 왕성한 모습을 보여 스포츠 부문에서 처음으로 2004년 KBS 방송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누렸다.

야구해설 활동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프로야구선수 출신 젊은 해설자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세대교체의 아픔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씨에게 결정적인 악재는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발생한 사기 혐의의 피소 사건이었다.

하씨는 지난 2014년 4월 초 지인으로부터 프로야구단 감독에게 부탁해 지인의 아들을 입단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5000만원을 챙긴 뒤 성사시키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발 당했다.

당시 하씨는 그냥 빌린 돈일뿐 입단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지만, 검찰은 하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올해 7월 역시 지인으로부터 3000만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이미 팔아버린 자신의 건물을 거짓담보로 삼은 게 인정돼 사기혐의로 고발돼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

하씨는 문제의 건물을 부동산업자에게 속아 매각하는 사기를 당해 결국 매각대금은커녕 10억원 상당의 양도세와 세금을 떠안게 되고 자신과 가족이 사채업자의 불법추심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살던 집을 팔아 월세로 옮기고, 승용차도 넘기는 등 채무변제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들이 겹치자 자신의 억울함 등 심적인 고통을 지인과 가족들에게 호소했다는 하씨는 8일 목숨을 끊기 전에 아내에게 “사기혐의 피소는 억울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정황을 미뤄볼 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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