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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 환경의 중요성 깨닫다…"지구온난화 막기 위한 온실감축 정말 힘드네요"

11일 서울사대부중서 모의 유엔기후변화협상 프로그램... 자식세대 환경교육 중요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오늘 게임은 정말 현실적이었고 재미있었어요.”

“전 세계가 다같이 노력해 기후변화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많이 낮아지질 않았어요. 지금부터 노력해도 전 세계에서 지대가 낮은 나라들은 바다에 잠긴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인간으로서 무력감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나라의 대표가 돼 회의를 진행해보니 부담감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나라로 돌아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회의를 하다 보니, 답답하지만 국민들이 정말 깨어있지 않는한 협상대표들이 회의에서 대단한 실행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소재 서울사대부중(교장 박란정)에서 열린 모의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마친 학생들의 소감이다.

지구온도상승 2도씨로 묶을 수 있을까?

학생들은 하나같이 지구를 살리자는 마음을 갖고, 지구 온도를 낮추려고 각기 자신이 속한 가상 나라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3도씨 밑으로 낮추기도 어려웠다는 사실에 분노와 슬픔이 교차했다.

학생들은 또 100세 시대인 점을 감안할 때, 2100년까지의 시기는 자녀 손주는 물론 본인들이 직접 겪을 문제라며, 새로운 기술개발, 생활속 에너지 절감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이 경험한 환경교육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유엔기후변화협상 게임’.

대표적인 복잡계 연구방법론인 시스템다이내믹스 이론을 미국 MIT 존 스터만 교수와 연구진이 기후변화에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전세계 63개 국가에서 2만300여명을 대상으로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창권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연구교수팀이 위급한 지구환경의 실태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중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연구하기 위해 환경 담당자, 대학원, 중고교, 기업 등을 찾아다니며 실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사대부중 학생들은 모의 협상 총회장을 들어오자 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곳곳의 책상위에 과일과 빵, 음료수 등이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에 앉으려 했지만, 곧 진행자들에 의해 재 배치됐다. 모의총회게임 진행 측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 차려놓은 것은 유엔 기후변화 협상 현장과 매우 흡사합니다. 각국 협상 팀은 자국의 경제력에 따라 숙소나 음식이 다릅니다. 미국이나 EU 등의 경우 회의가 열리는 호텔에서 지내며, 회의 중 휴식을 하기도 하지만 이외 나라들은 회의장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숙소 잡는데만해도 어려움을 겪었지요.”

학생 모의 유엔당사국 총회, 실제 상황도 유사진행

결국 테이블위에 올린 음식은 학생들이 체험하는 모의 총회가 실제 유엔당사국 총회에서 진행되는 회의 내용과 결과, 협상 분위기 등이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한 예인 것이다.

테이블은 미국, EU,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 캐나다 등을 포함한 선진국 그룹, 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 등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졌다.

미국과 EU의 경우 먹을 것이 많았지만, 개도국의 경우 테이블 없이 맨바닥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각 팀별로 비밀문서가 전해졌다. 각기 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을 담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개도국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더 써야하고 이 때문에 온실가스는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석유산유국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들이 현재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마어머한 상황(중국 세계 1위, 한국 7위)에서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다.

미국이나 EU는 온실가스 감축의 책임이 큰 국가이다. 현재에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개도국에 비해 월등하다. 하지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서두르는 상황이다.

이런 각 국가들의 현실과 입장을 모두 숙지하고 협상에 임하라는 것이다.

목표는 지난해 파리기후변화총회에서 197개 당사국이 합의 결정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를 2도씨 이내로 낮추는 것이다.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줄일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인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산림 회복은 얼마만큼 할 것인지, 범지구적 온실감축을 위한 재원으로 합의한 118조원(한화 기준)에 대해 얼마큼 부담할 것인지도 팀별 나라에서 토론을 거쳐 가상 나라의 대표들은 확정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 협상과 개별협상을 통해 각국의 역할과 부담을 져야 한다.

기후변화협상따라 시뮬레이션 변화 보여줘

토론과정에서 각 국가별로 제시한 감축목표와 양은 실시간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지구온도를 얼마큼 낮출 수 있을지 보여준다. 해수면 상승 높이와 속도 역시 협상결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된다.

최종 협상결과, 학생들은 지금의 여건상 최대한의 노력을 했음에도불구하고 지난해 파리기후총회에서 합의한 ‘2도씨 이내, 최대한 1.5씨가 가능할 수 있도록’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결과(3.2도씨)가 나온 것에 대해 낙담했다.

학생들은 이후 자신이 협상과정과 협상후 느낀 개인적 감정(나라 대표가 아닌)을 돌아가면서 발표했다.

한 학생은 “선진국과 불공평하게 대우를 받는 개도국 상황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기후변화문제는 결국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좌절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어떤 학생은 “중국이나 인도 대표가 저런 주장을 하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협상에 임하는 사람은 지구라는 큰 틀을 보지만, 우리나라 언론이나 국회, 국민들이 못 알아듣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기차. 대중교통 이용. 누진세강화, 생활전기절약 등의 대안 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을 섭외하고 참관한 이 학교 이경은 부장교사는 “올해부터 도입된 자유학기제 실시를 계기로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는데, 환경교육이어서 흥미도 그렇고 내용도 어려울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관심도 많고 알고 있는 것도 많아 뿌듯했다”며 “교사로서 기후변화에 대해 오히려 잘 몰랐는데, 진심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학생들, “지구온난화 국민 관심 중요성 깨달아”

이 프로그램을 주관한 정창권 교수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는 2050년 이후 우리 자식세대 생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 실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온실감축 효과는 생각과 달리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라 시급히 감축을 위해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런 생각을 하는 글로벌 시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구온도 상승 그래프는 꺽일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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