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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문제유출 사건’ 본질적 문제점은?

검찰 저작권법 위반 조사 ‘심각한 오류’… 저작권자 아닌 운영사에?

저작권자 국가 미국에서는 민사사건 vs 한국은 형사처벌

저작권법 위반 조사, 저작권자 칼리지보드 통해 실시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가 고소를 원치 않았던 사건… 피의자는 또 다른 피해자로
  • SAT 문제유출 사건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크게 거론되며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검찰의 초기 수사과정에서 SAT의 저작권자를 둘러싸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이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며 다시금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간한국>은 지난 제2647호 ‘SAT 문제유출 사건 재판, 초유의 사태 되나’ 제목의 기사 등 2차례 보도에서 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보도 이후 SAT 문제유출 사건의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이번 일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킨 한국NGO연합 사법감시배심원단(이하 사법감시배심원단)을 통해 보다 자세한 사건 경위와 그들의 입장을 <주간한국>에 전해 왔다. 이들은 검찰 측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피고인들을 기소한 내용과 절차에 큰 오류가 있었고, ‘SAT 시험지 브로커’로 불린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정보는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질적 문제, ‘저작권법 위반’ 조사를 저작자에게 하지 않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SAT 문제유출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과 의혹을 지적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해당 사건이 공소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에도 2년을 넘게 끌며 피고인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 공판중심주의 위반과 검사의 사실조회회신서 은닉 의혹 등을 질의했다.

박 위원장은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질의에 응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도 한미형사공조에 따라 회신된 사실조회회신서의 전달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공판중심주의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 사건의 변호인과 사법감시배심원단 측은 국감장에서 나온 박지원 위원장의 질의 외에 가장 본질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는 공소사실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013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발표한 ‘SAT 시험 문제 유출사건 수사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출문제 브로커’ 8명은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한 SAT 기출문제를 다른 브로커와 학원강사 그리고 일반 응시자에 총 358회에 걸쳐 판매했고, 그 대가로 2억원이 넘는 이득을 취득하며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어학원 원장과 강사 등 16명도 SAT 문제의 저작권자인 미국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해 역시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SAT 문제의 저작권자가 칼리지보드라는 사실은 검찰 측의 보도자료 외에 검사의 공소장에도 ‘SAT 시험지의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의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주간한국>의 확인 결과 미국저작권 사무소(US Copyright Office)에 등록된 SAT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자는 분명히 칼리지보드였다.

변호인 측은 <주간한국>에 전달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검찰 측의 이 발표내용이 큰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와 공소장 내용대로 SAT 문제의 저작권자가 칼리지보드라면,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수사협조 역시 칼리지보드를 통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이 사건 수사를 위해 저작권 침해 증거자료를 요청한 곳은 칼리지보드가 아닌 SAT 시험 시행의 관리ㆍ운영을 담당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었다.

사실 검찰 측은 저작권법 위반 외에도 어학원 원장 등 4명에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들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등에 문제를 암기 또는 촬영하도록 지시, 이를 유출한 혐의가 있었고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였다. 때문에 검찰 측이 업무방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수사협조를 ‘업무방해 피해자’ ETS 측에 요청했다면 절차 상 문제는 없었다.

반면 SAT 문제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피해자는 칼리지보드로, 피고인들의 시험지 유출과 판매 행위에 대해 고소할 자격은 이들에게 있었다. 또 사건수사를 위한 자료제출 및 증거조사 등은 칼리지보드를 통해야만 성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 제기 후 2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저작권법 위반 사건에서 칼리지보드에 그 어떠한 자료요청이나 재판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침해된 저작권이 없는 ETS 측에 SAT 문제 저작권 침해 증거자료인 원저작물을 제출하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ETS 측도 자신들이 SAT 문제에 대한 저작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피해자로서 증거를 제출하거나 고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변호인 측이 입수한 지난 2013년 5월 ETS 직원 미국인 N 씨가 우리 검찰에 출석해 진술한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칼리지보드로 저작권 위반과 관련해서는 법률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 측도 한국 측의 SAT 문제유출 사건 수사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또 우리 정부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적극적 수사요청을 하지 않았고, 법정에서 증언을 해줘야 할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재판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재판 참고인과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은 모두 ETS 관계자들이었다.

물론 국내 저작권법은 지난 2006년 12월 개정돼 저작권 침해죄 일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고발만으로도 처벌 가능한 비친고죄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개정법으로 인한 대규모 고발사태 등 부작용이 생겨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반발하자, 현재 국회 내에서는 저작권법의 경우 친고죄 적용을 원칙으로 할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SAT 문제유출 사건은 ‘고소인이 없는, 아니 피해자가 고소를 원치 않았던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를 원치 않았던 사건… 왜?

<주간한국>의 지난 보도에서도 다뤄졌지만, 미국의 경우 저작권법 위반 분쟁은 검찰이 인지수사를 하거나 형사처벌까지 이르는 경우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1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음원공유 사이트 ‘냅스터’의 저작권 문제가 결국 저작권 위반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형사고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이는 SAT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SAT 시험 기출문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시험지를 매매 또는 공유했다고 해서 개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전혀 없다.

사실 미국의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는 SAT 기출문제가 마치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처럼 저작권법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공유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SAT 정보공유 대표 사이트인 ‘cracksat.net’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2015년 11월까지 20년 동안의 SAT 기출문제가 모두 공개돼 있었다. 물론 다운로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서 이 사이트에 올라온 문제에서 동일한 시험문제가 반복출제된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ETS 측은 올해 3월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다운로드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 형사고소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이는 사법감시배심원단이 녹취한 사건 재판 내용 중 ETS 관계자 N씨의 증언에도 나타나 있었다. 지난 7월 18일 열린 해당 사건의 재판 녹취록에 따르면, 피고인 측이 칼리지보드에서 저작권 위반을 했을 경우 형사기소를 한 사례가 있냐고 묻자 N씨는 “미국에서는 이런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다룬다”라고 답했다.

N 씨는 지난 2010년 5월 14일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ETS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일을 하지 않고, 부정행위에 있어 성인들이 연루돼 대리시험이나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훔쳐와 정답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형사문제를 삼는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SAT 시험과 관련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시험지 절도와 대리시험 등 ‘업무방해’에 해당되는 사례뿐이었다. 심지어 이 사례는 극소수로, 지난 2012년에는 16차례나 SAT 대리시험을 본 한 학생이 적발돼 논란이 됐지만 미국 법원은 그에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회봉사명령’만을 내렸을 정도로 처벌의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

SAT 문제에 대한 매매와 유출 행위의 정도가 심하다면 이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때 소송의 주체는 ETS가 아닌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였다.

사실 ETS는 SAT 시험 시행기관으로서 시험 응시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직접적 연관이 없는 문제의 저작권에 있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되도록 많은 응시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입장이다. 때문에 ETS와 칼리지보드 측이 SAT 시험문제 공유나 판매행위를 법적으로 크게 문제삼지 않는 이유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변호인 측과 사법감시배심원단은 ETS와 칼리지보드 측에 피해를 끼친 이들은 피고인들이 아니라 검찰 측이라고 주장한다. 저작권 침해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던 미국 사기업의 소중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검찰의 적극적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가 오히려 이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사건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013년에는 매년 6회 실시했던 SAT 시험이 한국에서만 4회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ETS 측은 영업손실을 입게 됐고, 시험의 권위와 공신력 역시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기출문제’ 풀면 전과자가 되는 나라… 피고인은 분통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들이었다.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질의한 내용처럼 공판준비기일 절차만 2년 6개월을 끌고 가며 피고인들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기 때문이다. 신속한 재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상 가장 중요한 인권보장의 원리로 이 문제는 인권침해로까지 번지며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수차례 지적받았다.
  • 검찰 측은 SAT 문제유출 사건에 대해 수사하며,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가 아닌 시험 운영사인 ETS 측에 수사협조 등을 요청했다. 특히 저작권자이자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칼리지보드 측은 우리 정부에 이번 일을 수사해줄 것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사진=칼리지보드)
특히 검찰 측은 사건의 내사단계에서부터 피고인들에게 출국금지와 계좌압류 조치를 단행했다. 출국금지가 재판 때까지 이어지자 외국 유학을 목표로 했던 다수의 피고인들은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학을 포기하거나 해외여행조차도 갈 수 없었다. 이에 올해 초 한 피고인은 재판의 장기화로 법정다툼을 포기, 처벌을 내려달라며 별도 재판을 요구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 측이 의견서를 통해 <주간한국>에 전한 이번 사건의 피고인 김 모씨 등의 경우에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 당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나온 그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 김씨 등은 검찰 측의 조사결과 ‘기출문제 브로커’ 8인으로 지목되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물론 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SAT 문제를 습득한 적이 있었고, 이 문제를 타인과 유료 또는 무료로 공유한 적이 있지만 문제를 유출하고 판매하는 브로커가 될 목적은 전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미국 뉴욕주립대와 뉴욕대, 보스턴대 등 7개 명문대에 합격했었고, 대학 입학 후 전과목 A학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업성취를 이뤘다. 그러나 그는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고, 학비지원을 받는 장학생으로 가기 위해 여러 번 SAT 시험에 응시했다. 이 과정에서 SAT 문제지를 습득했고, 훗날 ‘기출문제 브로커’이자 ‘저작권법 위반자’인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변호인 측은 “김씨는 SAT 문제 습득 당시 자신이 가지게 된 문제가 칼리지보드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SAT 기출시험지 원본인지, 인터넷이나 학원에서 강의용으로 만들어 떠돌아다닌 편집본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며 “구입단계에서 첫 페이지만 SAT 문제가 나오고 나머지는 다른 시험문제가 실린 가짜 시험지로 수차례 사기를 당해 이를 판매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놓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특히 변호인 측은 검찰 조사결과 당시 21세 청년에 불과했던 김씨가 SAT 시험지 판매 브로커로서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범죄수익 은닉 등의 범법행위를 한 악질범으로 매도당했다는 사실에 법조인을 떠나 한 개인으로서 가슴 아파했다.

실제로 추가 조사결과 김씨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것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이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밝힌다며 그의 4촌까지 계좌추적을 실시했지만 이 역시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감시배심원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저작권자 오인으로 인한 착오와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피고인 인권침해 등 수많은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변호인 측, 다수의 법조인들 심지어 국정감사에도 지적할 정도로 일방적 주장이 절대 아니다”라며 “수사 첫 단초에서부터 여러 불법적 정황이 명확했고, 만약 저작권 침해에 대한 확고한 입증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면 이 사건은 법원의 신뢰까지도 훼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소기각으로 가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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