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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게이트’ 핵심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국정농단 의혹

학적ㆍ논문 뒤에 숨겨진 ‘불순한 야망’… 최순실 연계 이권ㆍ인사 개입 정황 드러나

석사논문 속 나나걸스 ‘판박이’ 고고로켓씨스타 제작사,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

차은택 석사논문에 ‘최순실 게이트’ 수사 연루 인물ㆍ기관 다수 실려

차은택 측근 인사들 문체부 장관 등 요직에 올라… 결국 ‘문화사업 이용거리’였나
  •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며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광고감독 차은택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석사논문과 학적에는 그에게 던져진 다양한 의혹들의 근거가 숨어 있었다. 그의 논문 내용과 연관된 이들은 '문화계 인사'로 탈바꿈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문화창조벤처단지 현장을 방문한 (앞줄 왼쪽부터) 차은택,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사진=연합)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씨가 구속됐다.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비서관도 구치소로 향하며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동시에 국민들은 또 다른 한 사람의 검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광고감독 차은택(47)씨다.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씨는 최씨와 함께 미르재단 설립·운영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부 문화사업의 황태자로 불리며 미르ㆍK스포츠 재단 특혜와 횡령 및 배임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는 부분은 차씨의 ‘인사개입설’이다. 그는 문화체육부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주요 문화계 공직임명에 입김을 넣어 이 자리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차씨가 모습을 감춰 이 모든 것들이 의혹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주간한국>은 그의 학적과 석사논문의 확인을 통해 이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봤다.

차은택 씨는 강원도 소재 모 대학의 공예학과를 졸업한 뒤 인테리어와 그래픽회사 직원 그리고 조연출로서 활동하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영상제작자 겸 공연연출가로 활동하기 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연극영화학과를 다녔다. 동국대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지난 97년 초부터 2000년까지 재학 중이었지만, 차씨의 학과가 도중에 없어지는 바람에 수료상태에서 동국대 학업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차씨가 향한 곳은 홍익대대학원이었다. 그는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차씨가 뮤직비디오와 광고 제작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도 홍익대 재학 시절이다. 때문에 그는 감독으로서 바쁜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업계에서도 유명한 ‘노력형·자수성가형 인물’로 통했다. 차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부터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주간한국>은 차씨의 학업성과를 확인 하던 중 그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석사논문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 논문은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융합에 관한 연구 : 3D 캐릭터 나나걸스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3년 6월 홍익대 중앙도서관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사실 이 논문의 내용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세간에 드러나면서 차씨를 향한 여러 의혹들 중 하나로 작용했다. 논문 제목에도 제시됐고, 총 120여 페이지의 논문 분량 중 무려 80페이지 가량을 채우고 있는 ‘나나걸스’라는 3D 캐릭터 때문이다.

가수 리쌍의 길 등이 프로듀싱을 맡아 주목을 받았고 지난달 초 서울시 중구 ‘cel 스테이지’에서 대형 쇼케이스 행사를 가진 3인조 3D 캐릭터 ‘고고로켓씨스타’가 차씨 논문 속 나나걸스와 유사점이 상당히 많아 그가 원작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실 고고로켓씨스타의 제작사는 차씨와 과거 광고제작과 전시회 사업을 통해 오랜 인연을 맺어왔는데, cel 벤처단지로도 불리는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지난 1월 입주했다. 문화창조벤처단지 내에는 고고로켓씨스타의 쇼케이스가 열린 cel 스테이지가 위치해 있고, 이곳의 입주 기업은 수억원 대의 각종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문화창조벤처단지의 개관식에는 차씨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었다. 당시 그는 박 대통령과 상당 시간 동행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문화융성위원에 이어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으며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당 한 관계자는 “차은택의 논문에 있는 3D 캐릭터는 그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지만 스스로 정부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과 유사한 것을 지인 회사를 통해 만들어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들어가 ‘간접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은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며 “1급 공무원에 준하는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맡아 문체부 사업에 자신의 사업 아이템과 인맥을 한꺼번에 끼여 넣으려 했다는 의혹, 문체부 예산을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논문 속 나나걸스에 대한 내용은 ‘문체부 사업에 활용하려 했던 주요 아이템’이라는 의혹처럼 차씨가 그 캐릭터에 어느 정도 애착을 가지고 작성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논문의 뒷부분에 실린 ‘전문가 평가’ 부분은 나나걸스에 대한 지인들의 극찬으로 꾸며졌다.

사실 석사논문 이상의 전문가 평가는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자의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 부분은 외국 전문가에 평가를 맡겨 영문으로 실린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차씨 논문에 실린 총 2개의 전문가 평가 중 하나는 현재 그가 대표로 있고 지난달 31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아프리카픽쳐스의 김 모 감독이 맡았다. 전문가로서 김 감독의 평가는 논문 내용의 평가가 아닌, “(나나걸스) 프로젝트의 성공이 기대된다” “나나걸스 프로젝트의 귀추가 주목된다”며 마치 ‘나나걸스 홍보책자’를 읽고 기대감을 드러낸 듯한 글이 다수를 이뤘다.

다른 하나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L사의 당시 제작이사였던 이 모씨는 현재 차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관계로 논문 속 전문가 평가에 역시 주로 나나걸스에 대한 칭찬과 기대감에 관한 내용을 실었다.

석사논문의 원문보기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차씨의 이 석사논문은 국회도서관이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인터넷 논문열람 사이트를 통해 원문보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차은택의 해당 논문은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스캔본을 우리 국회도서관에 넘겨주지 않았거나 본인의 요청에 의해 삭제해 원문보기가 되지 않는다”라며 “석사논문의 경우에는 원문 스캔파일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흔치는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측도 “논문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융합에 관한 연구’는 저자가 원문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원문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실 박사논문은 인터넷 논문열람 사이트에 원문보기를 설정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석사논문은 각 대학원의 교칙과 개인의 의사에 따라 논문의 원문보기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석사논문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대학원 학업 기간을 축약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고, 졸업의 목적이 큰 학사논문과는 달리 자신의 학업성취와 연구결과를 타인에게 제공하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을 널리 알리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때문에 이를 인터넷을 통한 원문보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목소리다.

동국대학교 사범대의 한 교수는 “나도 박사과정도 밟았고, 수편의 석·박사 논문을 냈지만 아무리 석사논문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원문보기를 설정해놓지 않는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대학원은 단순히 졸업이나 취업 스펙쌓기가 아닌 자신의 대학원 기간 동안의 연구성과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로써 추가적 연구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원문보기로 국회도서관 등에 게재해 놓는다”라고 설명했다.

<주간한국>이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발행해 국회도서관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실린 석사논문 130편을 확인한 결과 원문보기 제공을 설정하지 않은 논문은 차씨의 논문을 포함해 총 11개뿐이었다.

홍익대학교 한 관계자는 “석사논문이 원문보기 제공 의무가 없다고 해도, 이를 공유하지 않는 대학원생들은 많지 않다”며 “아마도 원문보기 제공을 거부했다면, 논문 내용에 자신이 없어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거나 논문이 출판이나 영화제작 등 상업화를 앞둬 저작권을 신경 쓰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한국>이 제시한 차씨 논문의 복사본을 접한 모 대학 교수는 “내가 지도교수였다면 이 논문의 석사학위 수여 사인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 누구도 저자의 연구 분야가 옳다 나쁘다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논문 내용의 수준은 판단하지 못하지만, 저자가 논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참고문헌 수를 통해 알 수 있다”라며 “석사논문은 오랜 대학원 기간 동안 자신이 읽은 수십권의 책과 논문들이 집약된 결과물인데, 참고서적 3권에 10편 가량의 논문으로 제작한 석사논문, 아니 학사논문도 이제까지 심사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씨의 해당 논문의 참고문헌 중 도서 및 논문은 3권의 국내 서적과 9편의 국내 논문뿐이었다. 국외 서적과 논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기타 자료 22개는 네이버 블로그·카페와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간행물의 내용 등 인터넷상의 자료가 주로 채워졌다. 도서·논문보다 기타 인터넷 인용 자료가 10건 이상이나 많은 경우였다.
  • 차은택의 홍익대대학원 석사논문과 논문 속 주요 내용에 실린 나나걸스 캐릭터 및 네이버-한국콘텐츠진흥원 웹사이트에서 주로 인용한 참고문헌 목록. 이 논문의 심사위원이자 차은택의 지도교수였던 김종덕 씨는 논문의 인준사인을 한 약 1년 2개월 뒤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발행해 인터넷상 원문보기가 가능했던 최신 석사논문들이 수편의 국내외 도서 및 논문과 각종 신문기사 및 간행물 자료로 채워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동국대학교 사범대 교수는 “논문 내용의 주요 인용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했다면, 독서량이나 연구량이 부족해 인터넷 검색에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인터넷 논문 공개사이트에 원문을 넘기지 않았다면, 저자가 논문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 공개를 안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한 인용 건수는 기타 자료 중 절반을 채울 정도로 비중이 높았고, 본문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참고한 내용이 상당수를 이뤘다. 물론 영상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콘텐츠진흥원에 실린 보고서 및 간행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던 곳이다.

차은택 인맥의 핵심으로 불렸던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이자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포스코 계열의 한 광고사를 인수하려 한 중소기업의 지분탈취를 차씨가 시도하려 하자 이에 개입해 중소기업에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송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기존에 알려진 의혹대로 만약 차씨가 논문 속 나나걸스를 고고로켓씨스타로 탈바꿈시켜 상업화를 목적으로 했다면, 그가 저작권을 고려해 논문의 원문보기를 설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또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차씨의 논문이 대학원 과정의 연구 성과 도출을 위한 것이 아닌, 논문 내용 중 절반 이상이 나나걸스에 대한 소개와 제작과정 등으로 채워져 ‘논문이라기 보다 나나걸스 제작 소개서’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처럼 그는 이 논문이 널리 알려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차은택 논문이 창출한 ‘문화계 인맥’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모 대학 교수가 “내가 지도교수였다면 이 논문의 석사학위 수여 사인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로, 차씨의 지도교수이자 논문의 심사위원장이었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해당 석사논문의 인준란에 사인을 기록했다.

김종덕 전 장관은 약 20여년 전 자신이 대표로 있던 영상프로덕션 ‘영상인’에서 당시 조감독으로 일했던 차씨와 인연을 맺어왔다. 이후 홍익대 교수로 활동하며 차씨 석사논문에 사인을 한 뒤 약 1년 2개월 뒤인 지난 2014년 8월 21일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사실 이로부터 이틀 전이었던 8월 19일에는 차씨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상태였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고, 12월에는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차씨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자마자 문체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그리고 한국콘테츠진흥원장이 그의 지인들로 채워졌다. 특히 그가 홍익대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지난해 1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대학원장인 김형수 교수도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내며 지난달 23일 핵심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차씨의 학적과 홍익대 석사논문에 실린 내용과 인물 그리고 기관의 대부분은 이번 미르재단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야당 한 관계자는 “차은택이 대학원을 여러 번 다닌 것도 그가 학벌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추측이 있지만, 실제로 그에게 대학원은 인맥 형성의 장으로 그렇게 생긴 인맥들을 자신의 문화사업에 유리한 실세로 만들어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이 석사논문에 실은 캐릭터를 문화사업에 써먹으려 했던 의혹부터 그 논문을 심사한 사람이 차은택의 입김이 작용해 문체부 장관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김종덕 전 장관, 그리고 여러 인사권 개입 정황까지 국정농단과 직권남용 등 물어야 할 책임도 많고 그가 해명해야 할 의혹도 많다”고 밝혔다.

한편 차씨는 줄곧 지인들을 통해 귀국의사를 밝혀왔지만 검찰 측의 수사 압박이 거세지자 귀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변호사들과 접촉해 검찰 수사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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