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일부 지역 시행사 ‘청안건설’ 의혹

청안건설, 본래 시행사와 사무실 주소 겹치며 ‘동일회사’ 추정돼

롯데캐슬 해당 지역 시행사, 이영복과 수상한 관계 의심 정황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 인허가 비리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지난 12일 구속됐다.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며 ‘청안건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을 주도하며 청안건설을 시행사로 지정, 이를 통해 총 2조 7000억 규모의 엘시티 사업 과정 중 약 5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정관계에 거액의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청안건설은 실소유주 이 회장과 함께 박수근 대표가 구속됐고 청와대 측의 강력한 검찰조사 지시가 내려지며 분해직전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청안건설이 최근까지 맡았던 사업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첫 삽을 뜬 후 10층 이상 지어진 엘시티 공사의 지속 여부는 포스코가 책임준공을 약속하며 해결된 상태다. 그러나 과거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의 일부 공사현장의 시행사가 청안건설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롯데캐슬의 일부 지역 공사현장에서 ‘청안건설이 시행사’라는 소식이 들려온 시점은 지난 6월경이었다. 이때 한 경제지에서는 청안건설의 엘시티 개발 소식을 다루며, 이들이 용인시와 서울시 서남부지역에 입주 또는 입주예정이었던 롯데캐슬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간단한 정보전달의 의도가 강했지만,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내용 중 거론된 해당 지역 롯데캐슬 입주자 대부분에게 이는 충격이자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준공 초기부터 입주자들이 롯데건설 측으로부터 소개받은 시행사는 청안건설이 아닌 다른 회사였다. 특히 당시 엘시티 비리와 함께 이영복 회장이 잠적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상태로 롯데캐슬 입주자들이 청안건설에 느끼는 거부감을 당연했다.

실제로 일부 롯데캐슬 입주예정자들은 대검찰청에 해당 의혹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청안건설의 시행사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또 롯데가 성장한 지역이 부산이기 때문에 부산에 연고가 있는 청안건설에 시행을 맡기게 된 것인가라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청안건설과 롯데캐슬과의 관계에 대한 주무관청 및 롯데건설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피켓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롯데건설 측이 해당 주장에 대해 ‘청안건설은 시행사 자격으로 롯데캐슬의 준공사업에 참여했다’라는 사실은 인정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간한국>이 롯데건설 측에 확인한 결과 이는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해당 지역 롯데캐슬의 시행사는 분양 및 준공 초기부터 입주예정자들에게 고지해왔던 J사와 K사일뿐 청안건설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 사업장은 청안건설과 관계가 없다”라며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명했다. 이들은 일부 지역 롯데캐슬 입주예정자들이 청안건설과 롯데건설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실과 경제지에서 보도한 내용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주간한국>은 청안건설이 롯데캐슬의 공사에 관여했다는 일부 주장을 입증할 만한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제보와 취재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주간한국>에 롯데캐슬 및 청안건설과 관련된 정보와 청안건설이 일부 롯데캐슬 공사현장의 시행사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에 대해 털어놨다.

이 제보자는 청안건설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며 실제로 청안건설이 시행사라는 의혹을 받았던 두 지역 롯데캐슬의 본래 시행사인 J사와 K사가 청안건설이 가장한 회사는 아니지만, 이들 회사가 청안건설과 연관이 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공개한 청안건설의 지난해 12월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용인시 지역에 위치한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알려진 K사의 경우 지분법적용 피투자회사로 지정돼 있었다. 청안건설은 엄연히 피투자회사인 K사에 대한 지분율을 절반 이상 가지고 있었고, 이는 곧 청안건설과 K사가 밀접한 관계사라는 것을 의미했다.

또 서울시 서남부지역에 준공예정인 롯데캐슬은 J사가 시행사로 알려져 있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J사가 해당 지역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선정됐지만 실질적으로 청안건설이 시행을 담당한다고 들었다”라며 “청안건설은 부산에 사무소가 있지만, 서울에 따로 둔 사무소는 J사와 같은 건물을 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라고 밝혔다.

J사는 K사의 경우처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청안건설과의 관련성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보다 더 쉽게 청안건설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주간한국>이 확인한 J사의 주소는 서울시 논현동 인근 한 빌딩의 5층에 나타나 있었다. 이어 인터넷 검색서비스인 구글에서 청안건설을 검색한 결과 J사의 서울 논현동 주소와 ‘번지수마저 같다’는 사실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제보자는 “청안건설이 J사와 같은 서울사무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주변에는 이 사실에 대해 전파하는 것을 꺼려했다”라며 “특히 청안건설이 이영복 회장과 관련된 경찰수사를 받을 때 J사 직원들은 대부분이 휴가를 내고 잠적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청안건설의 수사를 맡은 부산지역 검찰이 J사까지 수사력을 뻗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주간한국>은 이영복 회장이 도피 중 은신하며 체포된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의 논현동에 위치한 청안건설과 J사가 공유하고 있다는 사무실을 찾아가봤다. 그러나 오후 4시에도 이곳의 문은 굳게 잠긴 상태였다.

건물 관계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해당 사무실은 얼마 전 비워진 상태로 현재는 건물 내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롯데건설 관계자가 ‘롯데건설 사업장은 청안건설과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한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 중에는 아파트 시공에 들어가기 전에 PFV(프로젝트금융회사)라는 이름을 붙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시행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라며 “건설사 입장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지만 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이 페이퍼 컴퍼니 시행사를 부도 내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행사의 이름에 PFV가 붙는다면 이는 통상 페이퍼컴퍼니로 주로 자금관리를 도맡는 역할을 한다. 청안건설이 담당했던 해운대 엘시티 역시 시행사명은 ‘엘시티PFV’로 이는 엘시티 사업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건설에서 확인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해당 시행사의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J사의 경우 회사명에 PFV라는 명칭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를 시행사로 지정해 분양 및 시공에 들어가는 일은 종종 있긴 하고, 실제 시행사가 어디라고 알려지면 이를 입주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옳은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안건설이라면 건설사 입장에서 공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라며 “의혹이 꼬리를 물게 되면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감소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영복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최순실ㆍ최순득 자매와 같은 친목계를 한 사실이 맞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와 관련된 선긋기에 나서며 검찰은 청안건설의 비자금 조성 및 엘시티 시공허가와 관련된 이들의 색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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