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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문제유출 사건, ‘웃지 못할’ 재판 방청기

증거조사 ‘반드시 하겠다’던 재판부… 간이공판절차로 ‘졸속 마무리’

서울중앙지방법원, SAT 문제유출 사건 의혹 제기에 다소 ‘모호한 해명’

‘적법절차’ 지적에… 법원 “재판 중인 사건에 공식적 답변 어렵다”

박지원 의원실, 상임위에서 저작권법 위반 수사·재판 문제 재차 거론 예정
  •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 재판의 증거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해당 사건의 재판 녹취록이 공개되며, 재판 진행과정에서의 다양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한민철 기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의 재판 녹취록이 공개되며, 재판 과정 중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주간한국>이 지난 10월 ‘SAT 문제유출 사건 재판, 초유의 사태 되나’ 등 4차례의 보도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재판부가 공판중심주의 재판의 기본인 증거조사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지피며, 그 진실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피고인 측과 시민단체들이 재판부의 증거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제기하며, 과연 이 재판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전에 <주간한국>은 SAT 문제유출 사건의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해당 사건 및 지난 보도에 대한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간한국>이 보도한 SAT 문제유출 사건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검찰이 내사번호를 게재한 압수수색안내문과 압수목록교부서를 법원으로부터 교부받아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유’ 그리고 ‘이것이 적법절차에 따라 취득한 증거가 될 수 없음에도 법원에서 이를 증거로 채택해 유죄판결까지 내린 점’에 대해 해명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의 적법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해당 사건에서 증거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주장이 있다면 이는 재판부에서 검토해 최종 판단할 내용이라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또 본지가 수차례 지적했던 ‘저작권법 위반 사건임에도 저작권자가 고소를 원치 않았던 사건을 SAT 시험의 운영사인 ETS를 빙자해 수사한 점’ 그리고 ‘저작권자의 당국인 미국에서는 SAT 문제유출에 대해 민사사건으로만 다루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사건으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 과정 및 공소제기의 적절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공식적으로 답변이 힘들다고 말한 이 사건의 수사 및 9차례의 재판 과정을 지켜봐 온 한국NGO연합 사법감시배심원단(이하 사법감시배심원단)은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4차례 실시된 SAT 문제유출 사건의 재판 내용을 녹취했다. 이들은 <주간한국>에 재판의 녹취록를 공개하며 재판부의 증거조사를 둘러싼 자신들의 주장이 ‘합리적 의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으로 열린 사건명 ‘저작권법 위반’의 재판에서는 수차례 고성이 오갔다. 사법감시배심원단과 시민배심원단들이 재판을 방청하며 재판부에 증거조사에 관한 이의를 강력하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법률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피고인들이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유사성을 대조하는 증거조사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당시 피고인은 총 11명으로 이들이 유출했다는 SAT 문제의 분량은 수만장에 달했다. 그만큼 재판부가 대조 조사해야 할 증거는 단시간 안에 처리가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재판부는 ‘상당한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할 것이라 예고하는 등 증거조사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피고인이 자백한다면 증거법에 의거한 철저한 증거조사를 하지 않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수만장의 분량을 대조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했음에도 재판부의 증거조사는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방청석에서는 “판사님 증거조사 안 하십니까”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개된 법정에서원저작물이 적법한 증거인지 그리고 압수한 문제와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방법으로 조사해야 할 증거의 양이 수만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증거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동일성 조사에 대해 재판부가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피고인들과 사법감시배심원단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재판을 담당한 오 모 판사는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증거조사를 곧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그는 여기에 ‘비공개 절차’라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 재판부가 비공개 증거조사를 하는 사건은 그리 흔치 않다. 재판에서 다룰 증거가 국가기밀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거나 공개되면 누군가가 재판이 끝나기 전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등 보안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비공개 증거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밀실에서 이뤄진 증거조사가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공개법정에서 증거를 조사하게 된다.

<주간한국>의 지난 SAT 문제유출 사건 보도의 취재에 응해준 법률전문가는 “과거 군사독재정부 시절 공안사건이나 얼마 전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경우처럼 보안이 철저해야 하거나 바로 공개되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은 증거조사를 비공개로 부칠 때가 있다”라며 “그런데 증거조사와 재판과정을 비공개로 부치면 재판부의 재량권 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보통 사건이라면 비공개로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SAT 문제유출 사건의 경우 해당 시험 저작권자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의 당국인 미국에서는 형사사건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또 <주간한국>의 지난 보도에서도 언급됐듯이 이는 저작권법 위반 사건임에도 저작권자가 한국의 피의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고소조차 하지 않은 ‘보통 사건’에 불과했다. 때문에 방청석에서는 비공개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오 판사를 향해 항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오 판사는 “자, 그러면 (증거조사는) 어차피 지금은 안 되겠다”며 “어차피 원본도 가져오지 않았다”라며 말을 바꿨다.

“판사님, 왜 법원이 가지고 있어야 할 원본이 검사실에 있죠?”

사실 이 공방이 오가기 전 방청석에서는 증거조사 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문제를 재판부에 제기했다. 재판이 진행되기 전 변호인들은 이미 법원으로 보내진 것으로만 알고 있던 원본 증거물들을 ‘검사실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원본 증거는 법원에서 SAT 시험문제의 운영사인 미국 ETS에 요청해 받은 자료로 검사가 이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SAT 문제유출 사건처럼 형사소송의 경우 소송이 시작되면 검사는 단순히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민사사건에서의 ‘원고’에 해당하는 소송당사자로 전환돼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실상 피고인과 동등한 지위가 된다.

때문에 법원에 있는 증거물의 확인과 조사를 재판부가 직접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검사 측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방청석이 들썩일만한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오 판사는 이를 두고 증거조사가 아닌 단순한 ‘열람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 판사의 말대로 이것이 열람절차였다고 할지라도, 재판부가 공정하게 확인하고 조사해야만 할 증거물들이 검사실에 보내졌다는 것부터가 변호인 측에게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방청석에서는 오 판사가 언급한 “어차피 원본도 가져오지 않았다”라는 말의 ‘원본’을 왜 검사실에서 가져와야만 하는지에 대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오 판사는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깜빡 했다면서, 사실조회를 통해 ETS 측으로부터 약식으로 온 자료는 전부는 아니지만 법원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오 판사의 이 말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공판중심주의의 대한민국 법정에서 약식으로 온 자료를 ‘상당한 방법’으로 조사하기 위한 증거로 채택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약식이란 한자의 의미 그대로 ‘간략히 만든 양식’이라는 뜻이다. 법률용어로 ‘정식’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사가 기소를 함에 있어서도 법원까지 가서 죄를 물을 필요가 없고 수사서류만으로 재판을 끝내는 ‘약식기소’와 중대한 사건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정식기소’로 나뉜다. 이는 굳이 법률을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자의 의미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개념이다.

특히 외국과의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받아야 하는 문건은 양국의 법무부로부터 공증절차를 받아야만 그것이 제출 당사자에 의해 작성된 문서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약식으로 온 서류는 명명백백한 증거로 채택하기 부적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사건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방청석에 있던 사법감시배심원단 관계자도 “약식으로 온 것을 어떻게 법정에서 쓸 수 있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 판사는 대답 대신 ‘조용히 하라’며 다른 질문을 차단했다.

2년 7개월 간 ‘다퉈왔음에도’ 간이공판절차로 마무리된 재판

이번 SAT 문제유출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지난 2년 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돼왔다. 특히 지난 10월 14일 대법원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국회 법사위 소속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SAT 문제유출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실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거론한 이 문제점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상임위를 통해 다시 한 번 크게 다룰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 측이 SAT 문제유출 사건의 재판에 대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는 부실한 증거조사와 공판중심주의를 위반했다는 것과 피고인들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간이공판절차’가 숨겨 있었다. 이는 판사의 재량으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증거조사 등의 재판절차를 생략하는 제도로 지난 1973년 1월에 국회 해산 후 비상국무회의에서 증거조사 없이 자백만으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신설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고 있고,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를 ‘악법’이라 평하는 목소리도 있다.

간이공판절차는 피고가 대체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할 요건이 생겼을 때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2년 7개월이라는 준비기일이 있었던 SAT 문제유출 사건의 재판은 조속한 해결을 위해 간이공판절차의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다만 이렇게 긴 준비기일 절차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 상 검찰 측이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못했고 증거확보 등 공소단계에서 소추요건이 부족했다는 의미였다. 또 피고인들이 그만큼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논쟁이 길어졌고, 이에 피고인들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한 것이 아닌, 검사와 피고인 측 간 ‘다툼’이 있어 간이공판절차를 적용하기 적절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판사가 간이공판절차를 적용하려면 미리 이를 시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 측은 대법원 나의사건검색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재판결과에서는 이 재판이 간이공판절차로 진행됐으며 결심처리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피고인 그리고 변호인, 방청석 관계자 어느 누구도 이번 재판이 간이공판절차로 마무리된다는 것을 판사로부터 들은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 측이 보다 철저한 증거조사를 원했음에도 간이공판절차로 재판을 졸속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점, 그리고 그럴 의도였다면 2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재판도 하지 못했다는 점, 특히 상당한 방법으로 적법한 증거조사를 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음에도 결국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낸 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재판부의 이 판결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간한국>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측에 ‘오 판사가 이번 재판의 절차에 대해 문제점은 없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담당 판사로서 법정 외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 절차와 관련해 법률적인 이의가 있는 경우에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불복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복 절차로 위법한 재판과 억울한 피고인들도 항소와 상고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측의 해명대로 시민단체들은 불복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SAT 문제유출 사건에 대한 <주간한국>의 4차례 보도 후 전국 각지의 법조인들을 포함한 SAT 문제유출 사건의 피의자들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독자들로부터 후속보도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에 <주간한국>도 이번 사건의 재판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모순되고 문제가 많은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공정하며 철저하게 파헤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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