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전담 변호인 특혜 논란… ‘약자 대변인’ 맞나, 에 법개정 촉구

국선전담 변호인, 일반 국선변호인에 비해 보수·대우 측면 특혜 심해

사실 법원 재판부에 종속된 국선전담 변호인, “피고인에 공정한 변론 한계” 지적받아

일반 국선변호인 제도 일원화 및 국선전담 변호인 선임·감독권 이양 등 해결책 제시

한민철 기자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의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 변호인’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선변호인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과 법률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변호인 측의 독립성이 배제된 채 사실상 법원의 절대적 권한으로 좌지우지되는 국선전담 변호인에 특혜가 집중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선전담 변호인에 편중된 제도로 인해 공정한 재판이 설득력을 잃게 되고, 국선변호인 제도 존재의 필요성까지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2014년부터 관련 법 개정 촉구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재까지 개정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될 분위기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적절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고,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됐다.

이 국선변호인 제도는 현행법 상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 변호인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일반 국선변호인의 경우 형사소송규칙 제14조 1항에 따라 법원이 관할구역 내 사무소를 둔 변호사 또는 구역 내 공익법무관 등을 대상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들은 사건별로 일정액의 보수를 지급받게 되는데, 구속영장 단계에서 15만원 그리고 제1심 형사합의공판사건의 경우 40만원이 주어지게 된다.

반면 국선전담 변호인는 지난 2006년 정식으로 도입된 제도로 형사소송규칙 제15조 2항에 따라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 또는 그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둘 예정인 변호사 중에서 국선변호를 전담하는 변호사를 지정해 운영하게 된다.

이는 보수지급도 일반 국선변호인과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선전담 변호인 제도는 국선변호인이 구체적 재판절차를 통해 법원에 의해 선임되고 개별사건당 정해진 보수를 받는 것과 달리, 사전에 법원과의 위촉계약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정액수당을 받아가며 국선변호를 전담하게 된다.

쉽게 말해 일반 국선변호인은 개인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건별 수당을 받고, 국선변호인 사건을 수임하게 되는 일종의 ‘프리랜서 변호사’다. 반대로 국선전담 변호사는 법원공무원은 아니지만, 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채용돼 건별 수당이 아닌 월급 형식의 계약금을 받고 국선변호 임무를 맡게 된다.

국선변호 수임 변호인으로 신청이 된다면,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맡고 싶은 사건을 임의로 고를 수 없다. 변호사들의 독립성은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 배당은 오로지 법원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때문에 일부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호사 측이 수임 거부권을 가지지 못한 채 이뤄지는 현행 국선변호사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 변호인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점에서 파생되는 문제 역시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국선전담 변호인은 엄밀히 말해 법원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피고인의 편에 서서 변론을 해나가야 하는 변호사가 법원 재판부에 휘둘려 공정하지 못한 변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재판부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선변호인들만을 선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4년 당시 정재룡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출한 ‘2015년도 대법원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는 국선전담 변호인의 선정과 대우 등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 담겨 있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선전담 변호인 신규 선발에서 재판연구원 출신은 26명으로 전체 선발 인원 중 42%에 달했다. 이중 92.3%에 해당하는 24명이 자신이 소속해 있던 고등법원의 국선전담변호사로 선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법원이 재판연구원 출신에게 경력법관 임용에 유리한 법조경력을 부여하기 위해 국선전담 변호사로 선발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는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어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 변호인에 다르게 제공하는 보수 및 대우에서도 특혜 의혹이 지적됐다.

정재룡 전 전문위원의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일반 국선변호인의 경우 자신의 비용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월평균 1.6건의 사건을 수임하고 사건당 30만∼4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었다. 반면 국선전담 변호인은 월별 사건 수임 건수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약 800만원의 정액 보수뿐만 아니라 업무용 사무실 및 50만원의 사무실 운영비를 제공받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 국선전담 변호인들이 받는 보수는 연 1억원에 가깝다. 지난 2015년 이재협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사법정책연구원 개원 1주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로펌 변호사의 평균연봉은 1억 8168만원, 중형로펌의 경우 1억 1510만원, 소형 로펌 변호사는 7212만원 그리고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는 6904만원이었다.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인 국선전담 변호인들은 6904만원을 훨씬 뛰어 넘는 동시에 중형로펌에 조금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국선전담 변호사가 법원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선변호인과 같은 개인사업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수임 건수와 무관하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받는 등, 법원이 국선전담 변호인에게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선전담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재위촉’을 받기 위해 재판부의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 2014년 7월 대법원이 공고한 관보 내용에 다르면 2012년 현직 판사가 국선전담 변호인에게 증거동의를 강요하다가 국선전담 변호사 측이 이에 불응하자 변론종결 후 즉시 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해당 국선전담 변호사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됐고, 재위촉이 되지 않았다는 사례가 뒤늦게 밝혀져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에 일부 정치계 인사들과 법조인 그리고 법률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선전담변호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선전담 변호사 선발과정에서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오고 있다.

이는 2014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크게 거론됐고, 같은 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현직 국선전담 변호사 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국선전담변호사 선발시스템의 절차가 투명한가’라는 질문에 631명의 응답자 중 40.9%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신규 위촉 또는 재위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56.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국선전담 변호사들도 국선전담 변호사 선발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다는 결과였다.

사법감시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의 관계자는 “사법감시 모니터링을 하면서 국선변호인들의 변론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재판에 임하며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태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라며 “국선변호인이 사실상 법원 재판부가 결정권을 쥐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고르는 형식으로 돼있다 보니 이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결국 피고인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조계 등에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국선변호인 제도를 일반 국선변호인 제도로 일원화하거나 국선전담 변호사 선임 및 감독권을 제3의 기관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국회에 관련 법안을 채택을 촉구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규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고 일반 국선변호사 수도 점점 증가하면서, 국선전담 변호사의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라며 “소수의 국선전담 변호사에게 특혜를 부여하면서까지 국선변호인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꾸준한 지적이 있음에도 대법원은 국선전담 변호사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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