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특법 어긴 국방부의 ‘묵인’… 이영복의 땅장사 도왔나

금천구청 계획과 반대로 국방부 지구단위계획안에 이영복 특혜성 내용 담겨

국방부, 징특법 규정 위반한 이영복의 토지 매수 사실상 묵인

이영복 제보자들 “‘엘시티 특검’아닌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의혹 포함한 ‘이영복 특검’ 돼야”

한민철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영복(67) 청안건설 회장의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 제기에 대한 국방부 측의 해명과 새롭게 밝혀진 과거 국방부와 이영복 회장의 ‘석연치 않는’ 토지매매 사실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간한국>은 지난 세 차례의 보도를 통해 이영복 회장의 과거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대한 국방부 측의 해명에 다양한 논리적 근거를 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보도 이후 추가 제보가 들어왔고, 국방부가 독산동 부지로 이 회장의 ‘땅 장사’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정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본지의 지난 수차례의 관련 보도에서 언급됐듯이 이 회장의 독산동 부지 사업의 완성에는 국방부가 있었다.

그동안 취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이영복 회장과 8년 간 소송해 온 A씨, 과거 이 회장과 10년 넘게 동업했던 B씨 그리고 도하부대 이전 당시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했던 금천구 주민 C씨 등 다수의 제보자들이 털어놓은 증언 및 객관적 자료는 이영복 회장의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국방부 관계자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줬다.

물론 국방부는 <주간한국>에 이영복 회장 로비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전 국방부 군사시설국 소속 고위 장교와 도하부대를 지휘 및 관할하던 상급 부대 소속의 고위급 장교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짧게 해명했다.

또 사실상 이 회장이 용도변경 및 토지매매 계약,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해결한 뒤 현재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까지 관여한 점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사업시행자(제이피홀딩스)의 부지 매입 및 개발사업 추진은 국방부와 관계없는 사항”이라며 독산동 부지의 사업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본지는 국방부의 이 해명이 얼마나 ‘납득하기 힘든 것’인지에 대해 지난 세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뤘고, 국방부가 독산동 부지에서 이영복 회장에게 준 특혜의 끝은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한다.

지난 2003년 11월 국방부는 금천구청에 구청사 건설에 필요한 토지 일부 1973평을 우선적으로 내주는 조건으로 독산동 징발토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

당시 군은 금천구청과 ‘육군도하단 토지 매매 기본 합의서’를 작성해 지구단위계획 합의 내용을 실었고, 도하부대 징발 토지 중 ‘시흥대로변에 접한 곳은 상업·업무기능’으로 그리고 나머지 토지는 주거기능으로 지정하며 학교와 공원 및 공공문화시설 등은 법에서 정한 최소로 할 것을 요구했다.


도하부대 이전에 따른 독산동 개발 사업의 한 배를 탄 국방부와 금천구청은 2004년 4월, 합의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지구단위계획에 관한 계획(안) 도안을 각각 서울시에 제출했다.

그런데 당시 두 기관이 서울시에 제출한 독산동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 도안 내용은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국방부가 낸 도면에서 학교와 문화시설 등 공공부지는 43%이하로 설정돼 있었다. 반면, 금천구청이 제시한 도면에는 공공부지가 이 보다 훨씬 높은 61%로 제시돼있었다.


구체적으로 금천구청의 도면에서는 시흥대로 반대편인 철길에 인접한 부지에 공공주택 용지 7686평, 학교 7500평, 공원 5000평, 금천구청사 용지 5133평이 자리잡고 있었다. 반대로 국방부 도면에서는 같은 구간에서 공공주택 용지 7686평은 그대로 설정했지만, 학교 7500평에는 공공주택을 더했다. 또 공원 5000평 대신 상업·업무지구가 들어가는 등 공공부지 비중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중 국방부가 제시한 계획(안)의 일부는 지난 2003년 11월 군과 금천구청 사이에 작성된 지구단위계획 기본 합의서에 부합하지 않았다. 사실 상업·업무기능은 향후 용도변경이 이뤄질 경우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부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 지가 상승을 이뤄내기 위한 상업·업무기능 부지는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을 수 있는 대로변에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지구단위계획 기본 합의서에도 상업·업무기능 부지는 시흥대로변에 접한 곳으로 지정됐고,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도 시흥대로변에는 인도 및 주요 버스노선이 집중적으로 형성돼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방부는 상업·업무기능 부지 5000여평을 구청사 부지 바로 접한 곳에 위치시켰다. 이곳은 당시 철도부지 쪽 이면도로에 있어 노선버스도 없을 정도로 통행이 없는 상태였고, 무엇보다 시흥대로변과는 정반대편에 위치해 합의서 내용과도 전혀 맞지 않은 설정이었다.

특히 국방부가 황당하게도 이곳에 상업·업무기능 부지를 지정하면서 이 기능을 가진 부지의 구성비는 전체의 21.8%로 금천구청의 그것(19.3%)보다 늘어난 상태였다.

이는 두 기관이 제시한 공공부지 비율에 상당한 차이를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합의서 내용까지 위반하면서 상업·업무기능에 포함시킨 해당 부지는 놀랍게도 당시 이영복 회장이 원매수자로부터 수의계약권을 양도받은 지분구역이었다.

상업·업무기능의 인정을 받는다면, 향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상향 변경돼 해당 부지에서의 주상복합 설립이 가능했다. 이 부지는 오는 9월 입주가 예정된 금천 롯데캐슬 2차 주상복합 아파트가 위치한 곳으로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사는 이영복 회장의 실소유사 제이피홀딩스 PFV다.

이영복, 개인 징발토지 매수해 금천구에 비싸게 매각한 사실 드러나

지난 보도대로 삼양사가 원소유주 자격으로 환매권을 보유하고 있던 도하단 징발토지는 5만 8300여평의 육군부대와 10만여평의 공군부대 토지 그리고 도하단 군인아파트 등도 포함돼 있었다.

또 도하단 토지에는 국유지인 약 3000평의 ‘구거(溝渠)’가 형성돼 있었는데, 국방부는 이 구거를 지난2012년 경 이영복 회장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이 매각 과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상당했다. 당시 이 구거가 징발토지가 아닌 애초부터 국유지였기 때문에 향후 군부대가 철수하더라도 민간인에게 수의계약으로 돌려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만약 군이 이 구거를 끝까지 보유했다면, 군은 국유지 3000여평을 내놓고 공공용지인 도로와 공원 27%를 제척한 2200평의 사업용 토지, 즉 준주거지 또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구거 3000평을 2012년 이영복 회장에게 헐값에 양도했고, 이 회장은 2013년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이곳에 고층아파트를 설립할 수 있었다.

군이 지구단위계획에 관한 도면까지 서울시에 제시하며 군부대 토지의 용도변경을 꾀한 것도 ‘부대이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밑지는 장사’를 해가면서 이영복 회장에게 구거를 매각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특히 이영복 회장이 구거뿐만 아닌, 제3자의 피징발토지 3곳의 권리까지 매수한 사실도 새롭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은 삼양사 징발토지도 그리고 국유지도 아닌 타인의 징발토지였다.


도하단 철수 결정으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군부대부지 특별계획 구역’에는 삼양사의 징발토지 외에도 국유지인 구거 3000평과 타인의 징발토지인 시흥동 113-34 및 113-38번지 등 400평, 시흥동 113-142번지 300평이 있었다.

<주간한국>의 확인 결과 시흥동 113-34 및 113-38번지 400평의 원소유주는 H씨였다. 또 시흥동 113-142번지의 원소유주는 L씨였다.


그런데 이 매각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징발 재산정리에 관한 특별 조치법(이하 징특법) 제20조에 따라 군 징발토지가 군사 목적 상 기능을 잃게돼 매각할 재산이 생긴다면, 군은 지체 없이,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이를 고지하고 매각하게 돼 있다.

만약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들이 징발토지를 매수할 의향이 없다고 할 경우, 군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이 징발토지를 수의계약방식이 아닌 일반 공매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매각하게 돼있다.

군은 지난 2007년 12월 삼양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징특법 제20조의 규정에 따라 H씨와 L씨의 징발토지에 대해서도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 등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했어야 했다. 물론 군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7년여가 지난 2014년에야 이 토지를 매각했다.

만약 군이 삼양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2007년 당시, H씨와 L씨 측의 징발토지에 대해서도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면, H씨와 L씨(또는 이들의 상속인) 역시 관련 법규에 따라 자신들의 지분토지에 대해 삼양사와 마찬가지로 평당 700만원에 매수한 뒤 향후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자신들 지분토지에 대해 환지(還地)를 받게됐다.

여기서 환지란, 향후 도하단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이 진행됐을 때 각 토지의 소유주들이 자신의 지분 토지를 내놓고,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도로와 공원 면적을 제외한 사업용 토지(준주거지역 또는 일반주거지역)를 지분에 따라 돌려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내용은 지난 2006년 6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고시에도 명시돼있었다.

황당하게도 국방부는 H씨의 징발토지 400평을 지난 2007년이 아닌, 2014년 10월에 이영복 회장에게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시기상으로도 오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징발자 또는 H씨의 상속인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징특법 규정마저 어긴 것을 조용히 넘어가려는 셈이었다.

국방부는 H씨의 징발토지에 대해 원소유주 또는 그 상속인들의 주소를 파악할 수 없었다거나 그들이 ‘매수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해 이 회장에게 매각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군은 당연히 지난 2007년 국유재산법에 따라 H씨의 징발토지를 공매에 부쳐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팔았어야 했다.

그러나 H씨의 징발토지는 지난 2013년 확정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공공청사(경찰서 부지)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 같은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군이 이 토지를 이영복 회장에게 매각하지 않고, 행정자치부 등에 직접 매각했다면 이 회장 입장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영복 회장이 이 토지를 매수할 2014년 당시 공시지가는 평당(3.3㎡) 273만원 이었으나, 2016년 공시지가는 이 보다 50%나 높은 평당 408만원 이었다. 이영복 회장은 공시지가의 차액으로 보더라도 평당 135만원의 이득을 봤다.

이를 이 회장이 양도받은 면적 400평에 대입한다면, 그는 국방부 덕분에 17억 5000만원의 이득을 본 셈이었다.


한편, L씨 소유의 징발토지 300여평 역시 2007년이 아닌, 2014년에 L씨의 상속인으로 보이는 K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돼 2016년 금천구청이 공공용지로 협의해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L씨의 상속인들이 토지의 소유권을 넘어 받은 2014년 당시 공지지가는 평당 365만원이었고, 같은 시기 이영복 회장이 넘겨받은 토지의 공시지가는 평당 275만원이었다. 그런데 2016년 L씨의 상속인들이 넘겨받은 토지의 공시지는 평당 400만원 그리고 이 회장이 넘겨받은 토지의 공시지가는 평당 408만원이었다.


때문에 금천구청도 이영복 회장이 양도받은 토지의 공시지가는 싸게 책정했지만,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에 높게 책정한 것이 명백했다. 반대로 L씨가 양도받은 토지는 높게 책정했지만, 소유권을 넘겨받을 때 이영복 회장의 토지보다 오히려 낮게 책정해 매수한 꼴이었다.

제보자 A씨는 “국방부는 징특법 규정을 교묘하게 어겨가면서, 이영복이 타인의 징발토지를 헐값에 매수하도록 했고, 이영복은 이를 나중에 행정관청에 더 비싸게 판 것”이라며 “국방부는 독산동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자치단체의 권한사항으로 국방부가 깊게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도시개발 사업에 한 배를 탄 두 국가기관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이영복의 땅장사만 도와준 꼴”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금천구는 L씨 소유의 징발토지 300여평을 문화시설 부지로 개발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국방부가 해당 징발토지에 대해 국가기관 간 직접적 매각을 시도하거나 금천구 역시 이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사업에 지정했다면, 이영복 회장이 중간에 나서 더 높은 매매대금을 가져가게 할 리도 없었다. 이영복 회장은 국방부 덕분에 해당 부지를 싼 값에 매수해 금천구청에 더 비싸게 매각했다.

부산 엘시티 사업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인·허가를 이뤄냈지만, 사실상 공사중단 가능성이 높았고 분양 역시 불투명했다. 반면 도하부대 이전 등으로 이 회장이 손에 넣은 독산동 징발토지의 경우 용도변경 및 소유권 이전을 손쉽게 이뤄냈고, 개발 사업도 큰 차질 없이 해낸 그에게 ‘노다지 땅’이나 다름없었다.

이와 같은 의견은 <주간한국>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이영복 회장 그리고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관해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여러 제보자들의 공통된 반응이 있었다.

제보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말해준 대로 이영복 회장이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을 통해 얻은 사업의 규모와 이득은 엘시티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컸고, 안정적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지난 20일 국회 4당 합의 하에 결정된 ‘엘시티 사건 특검 수사’가 잠정 합의되자 해당 특검이 단지 엘시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영복 특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특검이 엘시티만이 아닌 독산동 도하부대 로비의혹에도 시선을 넓힌다면, 이영복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각종 의혹만을 남긴 국방부도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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