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날을 맞아 청년들의 법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연합)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높아

전체의 약 30% “가난한 사람위해 부자 돈 빼앗는 것은 나쁘지 않아” 응답

청년들 88.40%,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찬성 의견

“우리나라 준법정신 부족하다”라고 생각… 무려 41.67%

국내 청년들 대부분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40% 이상이 우리 사회의 준법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 나눠줘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청년 및 대학생의 법의식' 설문조사의 대상. (사진=법률소비자연맹 제공)
입법·사법감시 법률전문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은 올해 제54회 법의 날을 맞아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휴학생 포함) 4259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한 조사결과를 지난 25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2일 간 ‘청년·대학생의 법의식’을 주제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여부, 우리 사회의 준법정신 정도, 경찰수사권 독립 등에 관한 질의 답변이 이뤄졌다.

우선 국내 청년들의 88.40%가 부정·비리 의혹이 있는 검사나 판사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해 찬성의 의견을 보였다.

이 결과는 수사권 독립(조정)에 대한 청년들의 의견과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이 수사를 함에 있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영장청구 등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3.49%(지난해 69.33%)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답한 이들은 22.09%(지난해 27.32%)에 불과했다.

또 ‘배심제도 도입’ 및 ‘법원장이나 검사장에 대한 주민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견이 각각 77.69% 그리고 56.30%를 차지해 ‘반대한다’(각각 19.51%, 40.20%)는 의견과 차이를 보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한 청년들의 의견. (사진=법률소비자연맹 제공)
특히 변호사들이 사건을 선임할 때 착수금이라는 명칭으로 수임료 전부를 선불로 일시에 받고, 사건종료 후 성공보수를 받고 있는 관행에 대해 20.92%가 ‘전액 선불인 착수금으로 받는 것이 맞다’고 응답했다. 반면, ‘소송 진행 단계별로 받는 것이 맞다’는 응답은 77.01%(지난해 74.07%)로 이는 현재 관행대로 받아야 한다는 응답보다 3배 정도 높아 새정부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청년들 중에는 국내 법 준수 실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상당했다. ‘우리 사회의 법이 대체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33.76%를 차지했다. 물론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라는 응답의 비중이 53.16%로 높았기 때문에 준법정신 정도에 대한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매우 잘 안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이 7.91%가 나와 전체 부정적 의견은 41.67%로 역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를 뒤집어쓴다라는 뜻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88.75%에 달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크다’ 그리고 ‘권력이나 돈이 있으면 위법을 하더라도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 중 각각 75.18%와 79.62%나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돈과 권력이 법에 우선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청년들은 반사적으로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라는 질문에 71.94%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특히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라는 질의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무려 27.47%에 달하며, 청년들의 부자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사회에 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 (사진=법률소비자연맹 제공)
청년들은 국내 정치계와 사법계의 비리 척결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해당 조사 중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척결하여야 할 비리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6.56%가 ‘정치계 비리’를 꼽았다. 이어 ‘사법(검찰) 비리’가 응답자의 13.99%, 경제계 비리의 경우 10.66%로 뒤를 이었다.

특히 청년들은 ‘악법이라도 개정될 때까지 지켜야 한다’는 데 62.22%나 동의하며 법적 안정성을 위해 어떠한 법이라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청년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우리 사회에 법이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는 ‘사법 불신’이 팽배한 것은 사회통합이나 민생경제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기소와 재판과정에 주권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배심제도는 정치제도인 동시에 사법제도인 민주주의의 기본골격임에도 대선후보들이 거론조차 않는 것을 통탄한다”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 나눠주는 것에 대한 조사결과. (사진=법률소비자연맹 제공)
가장 시급히 척결해야 할 비리에 대한 조사결과. (사진=법률소비자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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