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타인토지 용도 낮춰 이영복 토지 상향 변경 정황… 재산권 침해 소지는?

이영복에 주어진 독산동 징발토지 사업 마지막 과제, 용도변경

LH, 금천구 도시개발계획 세부사항수립 단계에서 시행예정자로 참여

타인 소유 토지의 용도 낮추며, 이영복 토지 용도 높이려 한 시도 나타나

한민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과거 엘시티 이영복(68ㆍ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이 소유의 독산동 부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주간한국>이 앞서 수차례 보도했던 이영복 회장의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회장이 도하부대 철수로 해당 부지 수만평 규모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 후 자신의 토지에 대한 용도를 상향 변경하려고 시도한 사실을 파악하면서, LH가 사실상 이를 도와주는 데 역할을 한 정황도 알 수 있었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지난 2006년 6월,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이후 해당 부지의 개발에 관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및 고시했다.

동시에 당시 도하부대 징발토지 중 2만 9000여평에 대한 수의계약권을 소유하고 있던 이영복 회장은 허위로 꾸민 권리포기각서를 통해 징발토지 원매수자의 상속인 및 채권자들의 권리를 가져갔다.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개발사업에 발을 들인지 약 10년만에 징발토지 원매수자가 소유하고 있던 5만 7000여평의 권리를 자신이 모두 가져갔다.

이영복 회장은 같은 해 11월 28일, 자신이 확보한 5만 7000여평의 권리를 현재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사로도 잘 알려진 제이피홀딩스PFV의 전신인 제이피엔터프라이즈 등에 승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음해 12월에는 국방부로부터 독산동 424-1 19필지 등 총 5만 754평의 토지를 3500억원에 양도받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아무탈 없이 급물살을 타는 줄로만 알았던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개발사업에 있어, 이영복 회장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지구개발계획에 따른 ‘토지 용도변경’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독산동 도하부대의 경우처럼 군부대 철수로 징발토지가 해제된다면, ‘징발 재산정리에 관한 특별 조치법’ 제20조의 2의 규정에 따라 국방부는 해당 징발토지의 원소유주 또는 그의 상속인들에게 이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해야 한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군부대 완전 철수를 앞둔 지난 2003년 11월, 국방부로부터 금천구청사 건설에 필요한 토지 일부 1973평을 우선적으로 내주는 조건으로 독산동 징발토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후인 2006년 6월 서울시와 금천구는 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및 고시하며 특별계획구역의 사업방식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정했다. ‘도시개발사업’이란, 개발 가능한 도시 지역에서 주거지와 상업지 또는 준주거지, 공업지역 등으로 기능을 나눠 개발에 들어가는 사업을 뜻한다.

여기서는 한 가지 조건이 생긴다. 도하부대 징발토지의 수의계약권을 소유하는 이들은 피징발자와 그의 상속자 그리고 이들로부터 권리를 사들인 개인 등이다. 다시 말해, 징발토지의 소유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들이 아무리 많은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토지의 용도변경이다. 토지의 용도변경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 등의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토교통부가 그 결정권을 쥐고 있다.

다시 말해 징발토지가 해제된 후 이곳의 소유권은 한 개인이 가질 수 있지만, 그곳에 아파트나 공장 등을 짓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용도의 지정 또는 변경이 있어야만 한다.

만약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주상복합을 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국가에서 해당 토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지정해준다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반면, 국가에서 공업지역으로 지정해준다면 목표를 공장 설립으로 바꾸거나 공장을 짓기를 원하는 타인에게 매각해버릴 수밖에 없다.

지자체 등에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및 고시하면, 지구단위계획의 세부 사항 수립 및 본격적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의 세부 사항 수립부터는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주’가 주도해 하게 돼있다. 이후 국가는 토지 용도의 지정 및 변경을 실시하게 되고, 땅 소유자들로부터 이의신청을 받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난 뒤에 관할 지자체에서는 이에 대한 열람공고를 한 뒤 고시로 확정하게 된다.

당시 이영복 회장 입장에서는 5만 7000여평이라는 방대한 토지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던 만큼 지구단위계획을 결정권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용도변경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회장에게는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했다.

이 난관을 극복해간다면, 부산 엘시티 사업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영복 소유 땅 용도 상향변경 시켜주려 했던 LH

과연 이영복 회장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려 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가 2006년 당시 허위 권리포기각서를 작성, 독산동 징발토지 원매수자 채권자들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 측에 진술한 조서에 명백히 드러났다.

지난 2016년 4월 1일 이영복 회장에 대한 검찰조서 내용에 따르면, 2010년 6월 28일 국토해양부장관(현 국토교통부)은 (중략) 도시개발방식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해 지형도면을 고시하고, 시행예정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지정해 개발하게 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토해양부가 2010년 6월 28일 고시한 ‘금천구심 도시개발구역 지정(개발계획수립) 및 지형도면 고시’에 따르면 시행예정자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 전 사장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LH가 시행예정자로 추가가 된 시기, 해당 지구단위계획 사업은 ‘세부 사항 수립’ 단계가 분명했다.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독산동 토지의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도 주도해 참여할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LH가 구상해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던 ‘용도지역 결정(변경) 사유서’에서는 놀라운 사실이 담겨 있었다.

당시 LH의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서 기존 준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독산동 산221-3 일대 4만 3710㎡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 변경하려 했다. 또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독산동 468-1 일대 7만 5151㎡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바뀐 상태로 계획에 넣었다. 이어 시흥동 113-95 일대 2만 1287㎡ 기존 준공업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가 상향변경된 채 계획에 짜여 있었다.

LH로부터 모두 한 단계 높은 토지로 용도변경이 제시된 독산동 산221-3과 468-1 일대 그리고 시흥동 113-95 일대는 이영복 회장 소유의 토지인 도로와 공원 등을 제외한 사업부지였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했다. 이영복 회장 소유의 토지가 한 단계 높게 변경돼 준공업용도의 토지가 줄어든다면, 서울시 조례에 따른 준공업지역 총량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른 토지의 용도를 변경시킬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 이영복 회장 토지의 용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토지 용도를 의도적으로 낮춰야만 한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LH는 당시 시흥동 113-16 일대 5374㎡, 시흥동 110-4 일대 4022㎡ 등의 용도를 하향 조정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준공업지역 총량비율을 위해 기존 준주거지역(시흥동 110-4 일대의 경우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강등해 준공업지역으로 바꾼 것이 명백했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한 법률전문가는 “이는 특정 개인의 권리에는 집중적 혜택을 주고, 그 반대로 타인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명백한 사유 재산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자신들이 변경 계획한 용도지역 결정(변경) 사유서를 담은 지형고시(안)를 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토해양부는 불법적 소지가 다분한 용도변경 사유서를 제대로 검토를 했는지 여부가 의심될 정도로 이를 민간자문위원회의 심의에 상정했다. 물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로 구성된 서울중앙부처 도시계획 심의위원들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 부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에 해당 사실을 제보해준 A씨 등은 “부산 엘시티는 타인이 소유한 토지 용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영복 회장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용도 변경을 이뤄낸 경우였다”라며 “반면 LH가 계획한 이영복 회장이 소유한 독산동 토지의 용도변경은 타인의 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이 회장 재산의 가치를 올리려고 했던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간한국>은 당시 이영복 회장 소유 토지의 용도변경에 대한 LH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취재요청을 했지만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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