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성 소송’ 겪고 있어도… “청춘 바친 오리온의 정상화를 위해”

“회삿돈으로 산 베이징 파크하얏트, 담철곤 회장 사택용으로 사용” 주장

담철곤 회장 아들 담서원씨에 대한 과거 군 복무지 이동 관련 폭로 이어져

조경민 전 사장 “오리온이 보복성 소송으로 압박하고 있어”

한민철 기자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검찰에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며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이 탄원서에는 전직 임원들이 주장하는 담 회장의 비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커지기까지 그 중심에 선 인물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다. 조경민 전 사장은 <주간한국>과 나눈 지난 인터뷰 보도에 이어 과거 자신과 전직 임원들이 겪었던 담철곤 회장 및 일가에 얽힌 추가 폭로를 이어 나갔다.

- 전직 임직원들의 탄원서를 보면, 조경민 전 사장 등이 말하는 담철곤 회장의 비리가 중국과 연관돼 많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 파크하얏트 문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말해줄 수 있는가.

“담철곤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파크하얏트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회삿돈으로 샀다. 그런데 탄원서에도 나와있듯이 엄연히 회삿돈으로 산 곳을 사실상 업무와는 무관한 담 회장의 사택으로 쓰고 있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굉장히 큰 규모의 펜트하우스를 담 회장의 아들 담서원 군의 중국 유학시절 숙소나 담 회장 일가의 중국 일정 중 휴식 용도로 주로 사용했었다. 특히 담 회장이 그곳에서 임원들을 모아놓고 시계 전달식을 했던 적이 있는데, 시계의 모델넘버가 펜트하우스 호실번호인 5xx1과 일련으로 된 5xx2라서 기억에 남는다.”

- 시계라고 말하니,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던 담철곤 회장의 시계 ‘프리패스’ 사건이 떠오른다. 이에 대해서도 조 전 사장 등 전직 임원들이 폭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 시계가 바로 모델넘버 5xx2의 시계다. 일부 언론에서도 보도가 된 내용이긴 한데, 담철곤 회장의 베이징 펜트하우스 입주식 기념으로 지난 2008년에 서울 소재 면세점에서 약 16억원의 ‘파텍 필립’ 시계를 비자금으로 샀다. 시계의 세금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있었는데, 해당 시계를 오리온 중국 직원에 넘기고 그로부터 선물 명목으로 다시 받았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착용하고 경찰들의 에스코트를 받은 채로 세관을 프리패스 해서 국내로 반입했다. 당연히 세관 신고도 없이 입국했고, 8억여원의 관세와 특별소비세 등을 포탈한 혐의로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당시 관세청에서는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반년이 넘게도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 사실이라면 정말 기가 막힌다. 영화에서나 접해본 이야기다.

“더욱 기가 막힐 이야기는 앞서(인터뷰 <제1부>) 말했던 담 회장의 아들 담서원 군의 군 복무 관련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탄원서에 싣지 않았지만, 어차피 시원스럽게 폭로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 <주간한국>은 지난 1월 초, 오리온 측에 담철곤 회장의 아들 담서원씨가 과거 군 복무 중 대리인을 통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에 있어 국가공무원법 및 군인복무규율 위반 소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오리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답변서를 보내왔고, 여기에는 ‘현역 사병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이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직접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라며 담서원씨의 군 복무 중 회사 설립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오리온의 법률대리인 측은 국방부가 지난 1998년 내린 ‘군인이 영리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의 성실성 및 공정성 등을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규정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들어 서원씨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담서원씨에 대한 보도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권리보다 우월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는 판례를 들어, 서원씨의 행위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사실에 대한 보도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민법상 구제, 형법상 구제 방법까지 언급하는 동시에 ‘언론보도가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신용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언론사 및 담당기자 등을 고소할 수 있다’라는 내용까지 실어가며 마치 관련 보도를 한다면, 법적으로 크게 문제 삼겠다는 위협적 답변을 해왔다. 때문에 <주간한국>도 오리온 측의 입장을 반영해 담서원씨의 군 복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려 했지만, 조경민 전 사장 측이 본지에 말해주려고 하는 내용은 ‘홍콩 페이퍼컴퍼니 설립’ 그리고 ‘군인복무규율 위반’과는 다르게 국민들의 알권리가 충분히 우선시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야기 해줬다.

- 본지가 담 회장의 아들 서원씨의 군 복무와 관련해 오리온 홍보팀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그가 본래 강원도에서 복무하다 중간에 용산으로 복무지를 옮겼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대해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아 의문을 제기했지만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해서 옮길 수 있었다’라고 설명해줬다.

“(인터뷰 응해준 사람들 모두가 크게 웃음)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내부 회의를 거쳐 쥐어짜낸 담서원 군대에 대한 해명이 겨우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전직 임원들 중에는 담서원 군의 부대 이동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이가 있다. 담서원 군이 복무했던 강원도 부대와 중간에 옮겼던 용산 부대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는데 콕 집어서 말을 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혹시 그 홍보팀 관계자라는 직원에게 담서원 군이 용산으로 옮긴 부대에서 무슨 보직을 맡았다는 것은 말해줬는가?”

- 그것은 아니었다. 무슨 보직이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 해서 옮겼다고 말하니, 영어와 관련된 통·번역을 해주는 병사가 아니었겠는가.

* 조경민 전 사장은 갑자기 누군가에 전화를 걸었고, 본지 기자 역시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게 해줬다. 조 전 사장은 상대 통화자가 전직 오리온 영업 파트 담당자라고 말하며, 그가 과거 담서원군의 군부대 이동과 관련해 전 과정을 지켜봤던 당사자라고 소개해줬다. 조경민 전 사장은 담서원 군이 강원도에서 복무를 하다가 도중에 용산으로 부대를 옮겨 무슨 일을 맡았고 그것이 영어와는 상관 있는 보직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강원도에서 용산으로 옮겼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전 오리온 영업 파트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서원이가 강원도에서 굉장히 짧게 군생활을 했다. 당시 xx여단에 있었는데 주변 지역 영업소를 통해 그 부대에 위문품도 전달하고 했었다. 이후 용산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대북선전 관련 부서의 보직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영어를 잘한다고 더 유리하지도 않고, 못한다고 불리한 임무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대북선전 전담 부서인데, 북한군들이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 상대 통화자인 전 오리온 영업 파트 담당자에 따르면, 담서원씨가 이렇게 부대를 옮길 수 있도록 주선해준 이는 전임 육군 고위직 장성으로 당시 군 내부에서 전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사건이 터지자 사임한 인물이었다. 그는 담서원씨가 용산으로 부대를 옮겼던 시기에 사임한 육군 고위직의 조카가 오리온 계열사 공채에 응시해 입사 면접을 직접 평가했는데, “해병대 중위 출신임에도 태도가 좋지 못해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서원씨의 부대 이전에 힘을 써준 인물로 지목한 육군 고위직의 조카가 오리온 계열사의 공채 응시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이도 알고 있다며, 그의 이름까지 언급해줬다. 자신뿐만 아니라 담서원씨의 군 복무 과정을 지켜보며 자세히 알고 있는 오리온 전현직 관계자들의 이름도 공개해줬다.

- 여러 부분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 오너 일가와 관련된 일에 직원들이 동원되는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지금 오리온의 큰 문제는 직원들이 담철곤 회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데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직원들은 ‘아 당연히 오너니까 그의 말에 따르는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를 포함한 전직 임원들 모두가 그랬다. 우리들도 담 회장과 오리온의 미래를 위해 총대를 멨지만, 그에게 속아 팽 당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지금 언론에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억울한 우리들이 온갗 비리를 저질러 오리온을 나오게 된 형편없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현재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됐을 때 후회할까 걱정될 수밖에 없다.”

* <주간한국>이 보도한 지난 조경민 전 사장의 인터뷰 제1부 이후, 조 전 사장 및 전직 임원 측은 해당 기사에 반영된 오리온 측의 해명에 대한 반박 입장을 즉각 내왔다. 당시 오리온 측은 조경민 전 사장 등이 배임과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 퇴임했고, 이에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전 사장 등의 전직 임원들을 ‘오리온에 큰 손해를 끼친 이들’로 표현하며, 이들이 근거없는 주장으로 오리온과 임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보도에서 오리온 측은 조경민 전 사장 등 전직 임원들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특히 조 전 사장 등의 부정 행위로 인해 오리온이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잃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포츠토토 횡령 건은 민사 재판에서 다시 진실이 밝혀져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스포츠토토 담당 직원들 누구에게 물어봐도 제가 횡령을 저질렀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오리온 측도 재판에서 이에 대해 말해줄 증인을 세우지 못했고, 증거서류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오히려 2014년 4월 스포츠토토가 차기 수탁사업자의 고용 승계 문제로 논란이 되자, 스포츠토토 노조들은 대주주였던 담철곤 회장 등이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당시 담 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1년이 지났던 시기로 그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오리온이 스포츠토토 사업 재입찰에서 배제됐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상태였다. 제가 오리온의 대표도 아니었고, 막말로 회사가 꼬리자르기 식으로 해고시켜버리면 그만인 입장이었는데 저 때문에 오리온이 계열사 재입찰에서 실패했다는 말은 뒤집어 씌우기에 불과하다. 인터넷에 당시 관련 보도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 최근 오리온으로부터 거액의 민사소송이 걸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제가 스포츠토토 시절, 600억원을 배임했다는 혐의로 민사 소송을 걸어왔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자면, 지난 2008년 5월에 오리온의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가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해 한 지역 100만평의 부지를 510억원에 샀었다. 그때 리만브라더스 사건으로 금융위기가 오기 전이었는데, 골프장 사업은 물론 부동산 시장이 전부다 호황으로 내부에서도 사업 전망이 나쁘지 않았다. 저도 이 골프장 사업을 추진한 당사자는 맞지만, 골프장 라이센스를 받기 위한 절차에 있던 2010년에 이미 사업에 손을 뗀 상태였다. 그러던 중 오리온이 이곳의 골프장 사업을 중지하고 지난해 토지평가를 받아 190억원에 해당 부지를 팔아버렸다. 토지를 510억원에 샀는데 작년에 190억원에 팔았으니 이를 두고 저에게 매입 과정 중 25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횡령했다며 오리온 측에서 검찰에 투서를 넣었고, 소송을 제기했다. 쉽게 말해 190억원밖에 되지 않는 토지를 제가 압력을 가해 510억원으로 부풀려 샀는데, 나머지 차익을 저와 일부가 착복했다는 주장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 골프장 부지의 매입가와 매도가가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져 지가가 급락한 원인도 있고, 무엇보다 당시 사업 추진과 토지 매입이 오리온 이사회의 정상적 절차와 실사 가치평가를 통한 결정이었는데 어떻게 배임이 성립된다는 말인가. 저는 골프장 사업 추진 초기 대표이사도 아니었다. 제가 지난 2012년경 구속기소가 됐던 시기, 검찰로부터 투서 내용에 대한 조사를 받았었는데 검사가 저에게 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관련 수사를 중단했었다. 당시 담철곤 회장은 자신이 이런 투서를 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고 저에게 말했다. 그러나 당시 오리온 강원기 대표가 회의를 주재하며 해당 토지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샀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수차례 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 그런데 왜 또 소송을 건 것인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 관련 내용을 자세히 파악을 해보니, 사실상 이건 오리온과 담 회장이 자신들을 자극하는 저를 괴롭히는 개인 보복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큰 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특히 600억원 청구 소송이다 보니 변호사 수임료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설령 제가 오리온으로부터 승소를 한다고 할지라도, 오리온은 저에 대해 법원 소송비용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저는 이겨도 손해다.”

- 모든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저라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탄원서에서도 반영했지만, 저를 포함한 전직 임원들은 청춘을 바쳤던 오리온이 하루 빨리 담철곤 회장으로부터 벗어나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에는 담철곤 회장을 지키는 것이 곧 오리온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묘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어리석은 결정을 했었다. 이렇게 오리온을 떠나야 했던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다수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하는가. 저희 전직 임원들은 담 회장이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저희 개개인에게도 큰 물의와 피해를 끼쳐놓고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보복성 소송에 대해서도 더 이상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대응해 나가겠다.”

한편, 오리온 측은 조경민 전 사장 등 전직 임원들이 주장한 탄원서 내용에 대해 거의 모든 주장이 허위이며, 오리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 측은 조 전 사장의 주장은 과거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사실과 다른 비방으로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법행위라는 입장이다. 2012년 검찰 수사 당시 줄곧 담 회장의 책임 및 지시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던 사람이 회장님을 위해 위증을 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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