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승마협회 회장사 삼성, 청와대 방패로 마사회 지원 요구했나

승마협회, 마사회에 말 구입ㆍ수천만원 비용 등 무리한 요구

특검, 청와대-승마협회-마사회 연결고리 증거자료 제시

안종범 수첩 내용, 마사회 보고서와 같은 취지로 작성

마사회, 결국 승마협회 통한 ‘간접적 후원용’이었나
  • 특검이 청와대-승마협회-마사회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하며 박상진(오른쪽) 삼성전자 사장이 현명관 전 마사회 회장 측에 무리한 대회비 지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연합)
한국마사회와 대한승마협회 그리고 청와대 간 석연치 않은 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현명관(75) 전 한국마사회 회장 시절 마사회 승마지원단이 작성해 현 전 회장에 보고한 문건 내용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승마협회를 돕기 위해 마사회의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고, 박상진(64) 전 승마협회 회장 겸 삼성전자 사장은 마사회 측에 소년체전 대회비 지원을 무리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당시 현명관 전 회장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의 독일 승마연수 지원 등을 비롯해 최씨와 삼성전자 간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검찰 조사 후 현 전 회장은 “최순실과 이재용, 박근혜를 잇는 연결고리에 현명관이 있다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당시 마사회와 현 전 회장에 집중됐던 관련 의혹 일체를 부정했다. 또 마사회 차원에서도 “현명관 회장은 삼성전자 지원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인 지난해 12월 현명관 전 회장은 마사회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라는 이름과 직함은 이로부터 약 5개월이 흐른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6회 공판’에서 다시 거론됐다.

이날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는 올해 2월까지 마사회 승마지원단장을 지냈던 송 모씨가 출석했다. 그가 속했던 승마지원단은 지난 2015년 12월 종전 승마진흥원에서 조직개편된 부서였다.

특검 측은 지난 2016년 1월 승마지원단이 작성해 현명관 전 회장에게 보고했던 ‘승마활성화를 위한 2016년 주요 사업계획 보고’ 문건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전년도 12월경 마사회 내부에서 2016년 핵심 과제를 선정해 마사회의 전체적 업무방향 및 사업계획을 정리해, 현 전 회장에 보고하기 위한 문건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의 증인 신문 내용에 따르면 이 보고서의 작성은 마사회 내부에서 이례적인 업무였다. 과거 승마진흥원 시기에는 마사회가 속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보내온 승마 산업 육성지원 세부사업 시행알림이라는 공문을 근거로 개별 담당자별 사업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연합)
그런데 현 전 회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4년경부터 핵심 과제 선정 및 주요 사업계획 보고 업무가 추가됐다. 2016년 보고서에는 현명관 전 회장 및 마사회 기획실의 특별 지시로 ‘승마활성화 과제’가 주요 사항 중 하나로 정해졌다.

현 전 회장이 말 사업본부 직속의 마사회 승마선수단으로부터 올림픽 국가대표 승마선수 지원에 대한 내용 등을 전달받아 승마지원단이 이를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송 전 단장의 승마지원단은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고, 현명관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의 재작성 및 내용 보충 요청을 받은 뒤 ‘승마활성화를 위한 2016년 주요 사업계획 보고’ 문서를 제출했다.

사실 당시 승마지원단의 업무가 국내 승마 활성화 및 지원에 큰 틀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올림픽 국가대표 승마선수 지원에 대한 보고가 말 사업본부 측의 직속 업무라고 할지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단지 지난 1월 20일 특검 조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송 전 단장은 특검 측이 자신에게 제시했던 한 자료를 보고 “의아했다”고 표현했다.

이 자료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의 일부 내용으로 그 중에는 승마지원단이 작성했던 ‘승마활성화를 위한 2016년 주요 사업계획 보고’ 문건의 내용과 동일한 취지에서 작성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연합)
특검 측이 법정 스크린에 공개한 해당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소년체전 승마 종목 지원’과 ‘유소년 승마단 지원’ 그리고 ‘올림픽 출전을 위한 국가대표 승마선수단 지원’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이어 2016년 1월 12일자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VIP(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소년체전 위해 말 구입’과 ‘유소년 승마단 운영지원’ 그리고 ‘올림픽 대비 선수 말 구입’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마사회, ‘누구 입김으로’ 승마협회에 말구입·자금 지원했는가

송 전 단장은 승마지원단에서 작성해 현명관 전 회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을 비교해 보며, 안 전 수석 수첩에 적시된 ‘말 구입’이라는 부분에 대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송 전 단장은 이날 재판장에서 “승마지원단이 소년체전에 지원하는 부분이 말뿐만 아니라 체전 운영과 지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말 구입’이라고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이상했다”라며 “말 구입도 전국체전에서 조건부로 승마협회와 마사회가 협의해 이미 결정이 났던 사항이었기 때문에 굳이 소년체전을 위해 말을 또 구입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사실 당시 대한승마협회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2015년 3월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현명관 전 회장이 삼성 출신으로 삼성이 회장사였던 승마협회와 이전보다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승마협회는 2016년 1월, 마사회에 ‘(마사회가) 3년 동안 시범으로 소년체전 승마종목을 신설해 운영할 것. 각 17개 시도에 말 3두씩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물론 일반 직원들은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송 전 단장도 “당시 대한승마협회의 공문을 보고 마사회가 말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라며 “그런 사실을 안종범 수석이 먼저 알고 있었다고 하니 이상했다”고 밝혔다.

즉, 마사회가 소년체전 지원에 있어 말을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지만 승마지원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에 승마협회로부터 말 구입 지원 요청이 왔었고, 안종범 수석이 ‘승마활성화를 위한 2016년 주요 사업계획 보고’ 내용에 ‘말 구입’을 덧붙여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명시했다는 설명이었다.
  • 박상진 전 승마협회 회장(삼성전자 사장). (사진=연합)
이에 따르면 박상진 사장의 승마협회와 현명관 전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청와대로부터의 지시 등이 없었다면 단순한 우연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승마협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사회가 대신 그 부담을 안게 된 꼴이었다.

특히 승마협회는 마사회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 송 전 단장이 특검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2016년 5월 29일 개최됐던 소년체전 대회비로 50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있었다. 마사회는 말 구입과 함께 승마협회 측이 지불해야 할 대회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당시 소년체전 승마대회를 개최하는 데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했고, 이는 승마협회가 대부분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당시 박상진 사장 측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마사회 측에 대회비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박상진 사장 측은 마사회 측에 8000만원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지만 마사회가 역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결국에는 5000만원 지원의 협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특검 측은 “대한승마협회 박상진 회장은 승마협회와 현명관을 연결해 승마협회에서 필요한 것을 마사회에서 지원하라는 청와대의 언질을 받고, 마사회에 소년체전 대회비를 요구했고, 현명관도 일부를 부담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현명관 전 회장 등이 당시 승마협회의 회장사가 삼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청와대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해 사실상 마사회를 ‘간접적 후원용’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단 감독이 최씨와 현명관 전 회장이 긴밀히 접촉했다는 증언을 쏟아내며,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현명관 전 회장 시기 승마협회에 대한 마사회의 석연치 않은 지원 현황과 마사회와 청와대 간 연결고리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삼성과 정유라 승마지원 의혹에 있어서 현 전 회장이 떠난 현재 마사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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