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전 잇단 말바꾸기 & 제2태블릿PC 의혹은 남은 과제로

검찰조사ㆍ국회 청문회 때 없다가… 특검 가자 ‘끼워 맞춰진’ 박근혜 전 대통령

朴-崔, 전화한 것 본 적 없다던 장시호 “새벽에도 전화 받았다” 말 바꿔

의혹투성이 제2태블릿PC, 석방 전에 의혹 해명 가능할까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오는 6월 7일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씨의 1심 재판에 대한 피의자 최대 구속기간인 6개월이 이날 도래하며, 검찰 측이 그에게 더 이상의 남은 범죄 혐의가 없어 추가 기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장씨의 석방이 결정된다면 검찰 측이 그에게 더 이상의 범죄혐의가 없다고 간주한다는 의미로, 향후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에 장씨에 대해 문제 삼을 부분이 정말로 없는 것인지, 그가 체포 및 구속 중 남긴 의문점은 무엇인지 역시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시호씨는 이모 최순실씨 측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쳤다.

우선 양측은 ‘위’의 개념을 두고 수차례 진실게임과 같은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이 공개한 장씨의 진술조서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의 설립과 운영 그리고 삼성전자로부터 수억원의 후원금을 받아낸 이가 영재센터의 실소유주인 최순실씨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장씨는 지난 2015년 7월 23일 최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영재센터 직원 김 모씨와 함께 최씨의 집에 들렀다고 진술했다.

이날 장씨는 최씨로부터 영재센터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동시에 이 사업계획서에 대해 “‘위’에 갈 것이니 잘못 쓰면 안 된다”라는 당부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 측은 장씨에게 “당시 피고인 최서원이 말한 ‘위’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장씨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위’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던 사업계획서는 2015년 7월 24일 완성돼 최씨에 건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특검 측이 “증인(장시호)은 피고인(최순실)이 사업계획서를 누구에게 줬는지 알고 있나”라고 신문했다.

이에 장씨는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대통령에게 줬다고 알고 있다”라며 ‘위’가 대통령이었다는 자신의 의견을 거듭 밝혔다.

당시 ‘위’의 정체가 대통령이었다는 장씨의 발언은 ‘삼성→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 간 뇌물 수수의 연결고리를 밝히기 위해 특검 측이 필요로 했던 증언 중 하나였다.

만약 장씨가 ‘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이외의 인물을 언급했다면, 최씨와 대통령 간 공범임을 입증하는 특검 측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장씨는 이 사업계획서가 전달될 ‘위’라는 대상에 대해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18일 장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과 삼성의 특혜성 후원금 20억여원을 받아낸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당시 검찰 조서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2015년 7월 23일의 ‘위’에 대해 단순한 ‘고위 간부’로만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나중에 특검 조사에 들어갔을 때, 갑작스럽게 ‘위’의 정체를 단순한 고위 간부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말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최씨 변호인 측은 재판에서 장씨가 ‘위’에 대해 말을 바꿨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조서에 나온 핵심내용을 번복하는 것임에 동시에 바뀐 진술이 최씨 측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씨는 ‘위’를 처음에 고위 간부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처음 특수본에서는 변호사도 없었고, 혼자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어떤 것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다”라며 “대통령을 언급하기에는 혼자서 (부담스러워) 잘 몰랐고, 특검에서는 변호사가 새로 선임돼서 상의를 하면서 네가 알고 있는 사실대로 진술했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장씨가 특수본 조사에서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 최씨와 최씨 측 변호인들은 “담당 변호인이 없을 때 더 사실대로 말하지 않겠는가”라는 막연한 추측만을 하며 ‘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은 채 넘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장시호씨는 뒤늦게 참석해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던 ‘위’와 관련돼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영재센터를) 삼성이 후원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가”라고 질문하자, 장씨는 “네, 왜냐하면 최순실씨가 삼성에 가져다 줄 서류(사업계획서)이니까 정확히 만들라고 했다”라고 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씨에게 있어 사업계획서가 전달될 ‘위’라는 존재는 대통령이 아닌 삼성이었다.

장시호씨는 이날 재판에서 국회 청문회 출석 전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국정조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벌금만 내면 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만큼, 특수본에서 조사를 받을 때와는 다르게 청문회 시기 장씨에게는 담당 변호사가 있었다.

때문에 이때는 ‘변호사가 없어서 어떤 것까지 이야기 해야하는 줄 몰랐다’라는 이유가 통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를 가져다 줄 ‘위’의 정체에 대해 고위 간부나 삼성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사실대로 말했어야 그의 말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있었다.

사실 사업계획서는 영재센터의 소개와 예산 관련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후원금을 받기 위해 작성한 목적이 가장 컸다. 때문에 실제로 후원금을 집행해준 삼성에 서류가 가는 것이 상식적으로 더 옳았지만, 장시호씨는 마치 특검이 원하는 답변을 무리하게 해주듯 ‘위’가 삼성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증언으로 법정 내에서의 논란만을 키웠다.

검찰조사ㆍ청문회 때는 없다가 특검 진술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박근혜 끼워넣기’

장시호씨의 말바꾸기는 사업계획서를 전달받은 ‘위’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7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씨에게 최씨가 대포폰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장씨는 최씨가 자신과 차를 타고 가면서 누구랑 통화를 할 때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거나, 항상 차를 세워 내린 다음 통화를 하기 때문에 누구랑 통화하는지 알 수 없고, 때문에 대통령과의 통화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장씨의 해당 발언은 지난달 24일 재판정에서 또 다른 말로 바뀌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지난 2015년 9월 23일 새벽 3시경 장시호씨 그리고 영재센터의 이사였던 이규혁 전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시했다.

당시 장씨는 이규혁씨에게 “나 오늘 미쓰 사표내고 지금껏 이야기하다가 왔어, 이번에 느꼈어. 이러다 오빠까지 문제되겠어. 사단법인에서 벌써부터 삼성에서 스폰 받기로 했다고, 그 이야기가 돌아서 그게 미쓰 귀에 들어가서 떠벌리고 다닌다고 뺨 맞고 울고불고 매달렸는데”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씨는 특검 조사에서 이 메시지에 나온 ‘미쓰’에 대해 영재센터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라고 설명했다. 장씨와 동계스포츠 직원들은 김종 전 차관을 ‘미쓰’, ‘팬더’라는 별명을 붙여 자신들끼리 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재센터가 삼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돌아 김종 전 차관이 이를 최순실씨에게 알렸고, 최씨가 새벽에 자신을 거실로 불러내 파일철로 머리를 때리는 등 2시간 동안 심하게 혼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후원과 관련된 소문을 장씨가 퍼트리고 다녔다는 이유였다.

이후 장씨는 울면서 밖으로 나가 해당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규혁씨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장시호씨는 이날 재판에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에 관한 소문을 최씨에 전달한 이가 김종 전 차관이 아닐 것이라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장씨는 “제가 그렇게 (특검에서) 진술한 것이 맞지만, 그 시간을 보시면 새벽 3시다”라며 “김종 차관이 피고인 최서원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데 그 시간에 그 이유(삼성 후원금 소문)로 전화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새벽 3시에 최순실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최씨가 전화를 끝낸 뒤 그 늦은 시간에 자신을 불러내 2시간 동안이나 혼을 냈다는 점을 본다면, 당시 최씨가 김종 전 차관과 통화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최씨에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할 수 있고, 그 사람과의 전화 통화로 최씨가 흥분해 조카인 자신을 호되게 혼낼 정도였다면 김종 전 차관보다 더 위에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에 특검 측은 “지금 생각에는 최서원 피고인이 새벽에 누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을 질책한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장씨는 “피고인이 새벽에 통화하면서 그 정도로 화를 낸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동시에 장씨는 최씨가 과거에도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물론 최씨는 “저는 새벽3시에 김종은 물론이고, VIP(박근혜 전 대통령)와도 전화한 적이 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당시 장씨의 증언은 어떻게든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에 대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고, 이 후원이 은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특검 측의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언임에 틀림 없었다.

물론 최씨가 새벽에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장씨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전화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석방 후에도 밝혀야 할 ‘장시호의 제2태블릿PC’ 의혹

장시호씨가 ‘특검 도우미’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그가 지난 1월 특검 측에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를 제출하면서부터다.

소위 제2태블릿PC로도 알려진 이 기기는 지난 1월 11일 당시 이규철 전 특검보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이 태블릿PC는 삼성전자 제품 갤럭시탭 SMT-815 기종으로 연락처 이름에는 최순실씨가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이 나타나 있었다.

기존 JTBC가 확보해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PC는 최씨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사용한 것으로, 장씨가 제출한 제2태블릿PC는 최씨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제2태블릿PC에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그리고 최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비드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승마협회 부회장),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과 최씨가 주고받은 이메일 및 첨부 파일 등이 담겨 있었다.

또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원금 수수 관련 자료, 부동산 구매를 위해 최씨가 변호사들과 주고받은 문건 그리고 앞서 언급한 2015년 10월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대통령 말씀자료 중간수정본도 저장돼 있었다.

다시 말해 최씨에게는 ‘극비’이자 ‘중요한’ 자료가 이 제2태블릿PC에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장씨가 재판정에서 이 제2태블릿PC를 입수하고 특검 측에 제출하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존 특검 측의 발표에서 나타나지 않은 사실에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4일 재판에서 진행된 특검 측의 증인 신문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JTBC가 최초 태블릿PC에 대해 보도했던 지난해 10월 24일경 독일에 체류하고 있던 최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최씨는 장씨에게 자신이 살고 있던 강남구 삼성동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브라운스톤에 가서 방 금고 안에 남은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장씨는 최씨의 운전기사인 방 모 과장으로부터 아파트 열쇠를 받아 최씨의 자택에 향했고, 장씨는 최씨 방의 금고 안에서 그의 유언장과 여러 서류들을 발견했다. 또 책상 위에 데스크톱 컴퓨터와 그 옆에 태블릿PC 한 대가 놓여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장씨는 이 태블릿PC가 새 것이라서 가지고 나왔다고 했는데, 최씨가 자신에게 이것을 “그냥 알아서 (처분)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주간한국>의 지난 ‘최순실 제2태블릿PC에 담긴 의문의 파일명’ 제하의 보도 등에서 다뤘듯이 장씨의 이 발언은 크게 설득력이 떨어졌다. 평소 꼼꼼한 성격의 최씨가 대통령 말씀자료와 삼성과의 사업 내역 등 ‘극비’·‘중요’자료가 담긴 기기를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씨가 발견한 이 태블릿PC 옆에 놓여있던 테스크톱 컴퓨터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파장을 몰고 오자, 최씨가 자신의 운전기사인 방 모씨에게 지시해 망치로 부숴 전부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국정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시기 최씨는 ‘극비’·‘중요’자료가 담긴 기기를 “알아서 하라”고 말할 정도로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장씨가 이를 특검 측에 제출한 경위에 대한 증언은 더욱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사실 장씨는 재판에서 이미 자신이 제2태블릿PC와 관련해 한 번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검 사무실 17층에서 조사를 받을 때, 특검 측 조사관들로부터 자신이 최씨 브라운스톤 자택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받았다.

장 씨는 당시 특검 측 조사관들이 자신에게 화면 속 가지고 나오는 물건 중 통신기기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이 “거짓말을 했다”라는 말은 한치의 왜곡없이 재판정에서 장씨의 증언 중 나온 ‘정확한 워딩(Wordingㆍ표현)’이었다.

이후 장씨 변호인과 상의를 통해 솔직하게 말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변호인을 통해 제2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특검 측은 장씨가 제출한 제2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장씨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정도로만 기기의 최종 소유주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재판에서 장씨는 제2태블릿PC를 자신이 보관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들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왔을 때 그에게 이 기기를 줬다는 이외의 증언했다.

당시 이 태블릿PC는 최씨만 알고 있는 패턴형식으로 잠겨있었기 때문에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장씨 아들의 친구는 약 두 달 간이나 패턴도 풀지 못한 채로 ‘식물기기’를 넘겨받아 보관하고 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 된다. 실제로 이 기기는 특검에서 입수한 뒤 전문가를 통해 잠금상태를 푼 것이 아니었고, 장씨가 평소 최씨가 설정해 놓던 ‘엘(L)자’ 패턴을 기억해내 최초로 풀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 중요 증거는 특검 측이 직접 압수수색 형식을 통해 입수한 것이 아닌, 장씨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해 기기를 보관하고 있던 장씨의 아들 친구로부터 이를 전달받았고, 다시 장씨 아버지가 이를 변호인에게 건네, 특검으로까지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가 특검에 전달되기까지 많은 인물들을 거쳐갔기 때문에 기기의 내용물에 부당한 수정이나 변경이 없었다는 ‘무결성’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증거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증거수집 절차에 상당한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씨는 최근 재판에서 “태블릿PC에 대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장씨 측의 태블릿PC에 관한 증언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지가 지난 2차례에 걸쳐 보도한대로 제2태블릿PC에는 최씨가 직접 개통을 하러 갔다는 증언부터 기기에 저장돼 있던 정체가 불분명한 파일명까지 특검과 장씨가 태블릿PC에 대해 부정하는 최씨 측 그리고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해명해야 의혹이 다수 남아 있다.

장시호씨가 특검의 도우미로 불리며 수사에 실질적 도움을 줬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장씨의 말 바꾸기와 제2태블릿PC에 관한 의문점이 남아 있는 등 특검 측과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에게 진정으로 추가 범죄혐의에 대해 물을 수 없어 석방을 결정하기 전, 남은 잡음은 충분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