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崔 전화통화 목격·대기업 총수 독대 일정표 기억 등 의혹만 가득

‘특검 도우미’ 장시호, 석방 예정에도 플리바게닝 지적 여전

국회에서는 “朴-崔 전화 본 적 없다” vs 특검에서는 “여러 차례 봤다”

1년 6개월 전 독대 일정 작성해낸 ‘초인같은 기억력’의 장시호… 증언의 신빙성은?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석방될 예정이다. 오는 7일 1심 재판에 대한 피의자 최대 구속기간이 도래, 검찰 측이 장씨에게 새로운 범죄 혐의가 없어 추가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장씨는 ‘특검 도우미’로 불렸던 만큼, 장씨의 석방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증언에 대한 일관성과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유죄 인정과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다른 인물들에 대해 무리한 증언을 하는 대가로 구치소 문을 일찍 나가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간한국>은 제2679호 ‘석방 가능성 높아진 장시호, 말바꾸기·제2태블릿PC 의혹 재조명’ 제하의 기사에서 석방을 앞둔 장씨의 그동안 일관되지 못했던 증언 그리고 그가 특검 측에 제출한 제2태블릿PC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본지는 해당 보도에서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와 지난 4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4회 공판’에서 나온 장씨의 증언을 비교하며 그가 위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가 대포폰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최씨가) 차를 타고 가면서 누구랑 통화를 할 때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거나, 항상 차를 세워 내린 다음 통화를 하기 때문에 누구랑 통화하는지 알 수 없다”라고 증언했다. 때문에 대통령과의 통화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장씨는 4월 24일 재판정에서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를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9월 23일 새벽에 최씨가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을 거실로 불러내 영재센터의 삼성 지원과 관련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며 2시간에 걸쳐 혼을 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당시 최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가라는 특검 측 질문에 “피고인이 새벽에 통화하면서 그 정도로 화를 낸 것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닐까요”라고 증언했다.

또 최씨가 과거에도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장씨의 증언은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에 대해 최씨와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이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고, 이 후원이 은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특검 측의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언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 사례 외에도 장씨는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수차례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4월 24일 재판에서 특검 측의 “증인(장시호)은 평소 최서원(최순실) 피고인과 대통령이 자주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는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장씨가 특검 측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그 나라 콘센트 구멍이 3개인데 구멍이 3개가 있는 콘센트를 구해줄 수 있는지 최순실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씨가 목욕탕에서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전화를 받은 사실이었고, 2015년 초순 경 최씨가 그의 딸 정유라(21)씨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박 전 대통령과 전화로 상의한 적도 있었다. 장씨는 이 전화 통화가 최씨가 운영하던 테스타로사 커피숍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특히 장씨는 최씨가 정유라씨의 남자친구였던 신주평씨를 군대에 보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 전화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전화를 끊고 최씨가 자신을 향해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청문회와 재판에서 드러난 장씨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매사 자신의 전화 통화를 주변 사람에게 숨기기 위해 차를 타는 도중 라디오를 크게 틀거나 차를 세워 내린 다음 전화를 한다는 최씨의 상세한 전화 내용까지 기억해 내는 장씨는 매우 귀가 밝거나 독심술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최순실씨는 장씨의 증언에 강력히 반발하며, 자신이 장씨를 거실로 불러내 혼낸 적도 없고 늦은 시간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평소 특검의 증인 신문과 증인의 증언에 대해 변호인들과 조용히 상의하는 모습을 보인 최씨였지만, 이날 재판에서만큼은 매우 억울해 하며 자주 한숨을 쉬는 얼굴이 보였다.

공교롭게도 장씨는 자신이 안민석 의원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전화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재판정에서 증인 장시호씨는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지만, 기억이 나는 것을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사항을 기억이 나는 것처럼 대답한다면 모두 위증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초인 같은 기억력’ 보인 장시호, 증언의 신빙성은 있나

4월 24일 재판에서 장씨는 최씨 측 변호인들로부터 “증인의 진술이 자꾸 왔다갔다 한다” “진술이 모순된다”라며 장씨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실제로 장씨는 최씨의 지시로 자신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예산안에 대한 검찰조사 과정에서 20억원이라고 답했지만, 재판 때 “숫자를 잘 못 봤다”라고 해명하며 실제 예산은 200억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사소한 숫자마저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 장씨였지만, 그는 특검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초인적인 기억력’을 발휘해 냈다.

재판에서 공개된 장씨의 진술조서에서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특검 조사실에서 2015년 7월 24일 최씨의 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와 관련된 자료들을 봤다고 진술했다.

장씨의 진술 및 증언 내용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5년 7월 24일 아침 최씨로부터 포스티잇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평소 포스티잇이 보관돼 있던 최씨의 안방에 들어갔다.

장씨는 최씨 책상 위에 놓여있던 노트북 컴퓨터 밑에서 A4용지를 발견했고, 여기에는 2015년 7월 24일과 25일 이틀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하는 일정이 표 형식으로 명시돼 있었다.

장씨는 해당 A4용지 첫장 위쪽에 24일이라고 적혀 있었고, 아래에 있는 표에 ‘정몽구 현대자동차’와 ‘2시’라는 글자 그리고 다른 대기업 그룹과 총수 이름 그리고 시간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어 그는 A4용지의 다음 장을 넘겨봤는데 25일에는 ‘김승연 한화’ 그리고 빨간색 글씨로 ‘집행유예 보류’라는 글씨를 봤다. 두 번째 페이지에서도 다른 대기업 그룹과 총수 이름 그리고 시간이 나타나 있었다.

특검 측은 자신들이 실제로 확인한 결과 장씨가 진술한 해당 날짜에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단독면담이 있었고, 실제 면담 시간을 확인해보니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4일 14시로 장씨의 기억이 정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의 8.15 사면 논의가 있었던 시기인 점을 비춰보면,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나아가 여기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기업의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물론 장씨의 해당 진술에는 쉽게 믿기 힘들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했다.

우선 최씨와 최씨 측 변호인들이 장씨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200억원을 20억원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이름과 회사명 그리고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해 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이 독대 일정은 지난달 17일 열린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14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자신이 최씨에게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일정에 대해 전화로 알려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씨에게 정확한 일정에 대해 언급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독대 일정이 청와대에서 확정된 날짜가 7월 20일에서 21일경이었고, 이때 최씨는 독일에 체류 중으로 23일 오후에 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 측은 장씨가 당시 최씨 방에서 발견한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일정표를 그리도록 했고, 이를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더욱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증거를 특검 측은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장씨의 증언에 대해 최씨와 최씨 변호인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던 만큼 당시 최씨와 정 전 비서관과의 국제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해 제시한다면, 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음에 분명했다. 전적으로 장씨의 주장만을 담아 기억에 의존해 직접 그리게 한 일정표를 증거로 삼았다는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특검 측은 “증인(장시호)은 평소 과거에 봤던 것들을 정확히 기억해 다시 기억하는 편인가”라고 물었다.

장씨는 “제가 아는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고 제가 관심없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최씨 측 변호인이 “증인은 그렇게 기억력 뛰어난가”라고 묻자, 장씨는 “제 스스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최씨 변호인 측은 장씨가 해당 독대 일정과 관련해 특검 측에 진술을 했을 시기에는 이미 독대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다 공개가 됐었으니 굳이 기억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로부터 들어서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장씨는 “저는 당시 변호인이 없어서 언론을 볼 수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명백한 위증이었다. 장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와 관련된 자료들을 봤다고 특검 측에 진술했을 때는 2016년 12월 31일로, 12월 초에도 담당 변호사가 있었고 말일경에는 다른 변호사로 변경된 상태였다.

특히 장씨는 이날 재판에서 “제가 회장님(최순실) 물건을 함부로 가지고 왔다면 저에게 화를 내셨겠죠”라며 자신은 최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씨는 포스티잇을 가지고 오라는 최씨의 지시에 그의 안방에 들어가 어쩌면 극비 자료가 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일정표를 이곳저곳 살펴봤다.

또 장씨는 2016년 7월경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최씨의 집에서 평소 그가 각종 문서를 넣고 다니던 에르메스 가방에서 서류 20장을 꺼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류는 ‘민정수석실’과 ‘대통령비서실’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인사 세평 양식이었다. 여기에는 이철성 경찰청장과 우리은행장 후보, 박정욱 KGC 인삼공사 대표에 대한 세평 등이 담겨 있었다.

최씨로부터 혼이 날까 봐 그의 물건을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는 장씨었지만, 간단한 소지품도 아닌 각종 극비 문서를 마음대로 살펴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 증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

재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최순실)은 친족으로부터 사실과 다르고 불리한 증언을 증인(장시호)으로부터 들어서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이모임에도 불구하고 증인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질문했다.

이에 장씨는 “제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 및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온 장씨의 진술과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재판정 내에서 그의 증언은 다양한 논란거리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특검 측과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으로 인해 석방이 결정됐다는 잡음이 일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해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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