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졸음에도 지지자에는 ‘활짝’… 이재용, 마라톤 재판에도 ‘멀쩡’

‘재판 적응 덜 된’ 박근혜, 재판 중 졸거나 잠 깨기 위한 행동 눈에 띄어

‘재판 완벽 적응된’ 최순실, 재판 도중 실소… 특검 측에 도발성 발언도

이례적 새벽 재판에 텅 빈 방청석-피고인석 졸음에도 미동 없는 이재용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공모해 삼성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재판이 증인 신문 과정에 들어갔다.

이에 검찰 측의 증인 신문과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 그리고 양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재판 시간이 10시간에 달하면서, 재판정 내 ‘다양한 볼거리’가 생기고 있다.

피고인석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는 얼굴이 포착되는가 하면, 재판 방청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재판정 내 규칙을 어긴 채 소리를 지르거나 여러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 재판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웃거나 말이 많아지는 등 여유로운 모습과 함께 특검 측에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재판에도 하품 한 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방청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전직 대통령 뇌물죄 등 관련사건 3회 공판’에 참석한 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재판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증인으로 출석한 주진형(59)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증언 내용에 오전 내내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 측의 날카로운 신문이나 주진형 전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이 나오면, 자신의 변호인들과 상의를 하듯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든 채로 장시간 눈을 감고 있거나,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등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12시간에 달하는 재판에서 얻은 피곤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날인 30일 같은 재판의 4회 공판에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판에서부터 다소 지친 얼굴을 보였다. 재판 중 고개를 든 채 눈을 감고 있는가 하면, 잠을 깨기 위한 행동인 듯 오른손을 펴서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피고인석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오후 재판에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재판부가 제시한 피고인 발언권을 포기한 채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 방청석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재판정 입장 전 방청권 배부 장소에서 줄을 서며 다른 지지자들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의 문제점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재판정 내에는 태극기 집회에서 활용했던 소형 태극기를 소지한 채 들어가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가방 속에 넣어놨던 태극기를 꺼내 법원 보안검색대에 맡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방청인은 재판 시작 전 “재판정에도 태극기를 걸어놓고 있으면서 왜 우리에게는 태극기를 못 가지고 들어오게 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하면서, 재판이 시작돼 박 전 대통령이 입장하자 기립해 법원 경위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연일 재판에서 대부분의 좌석을 차지했는데, 이들은 오후 재판이 마무리되고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사랑해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도 피곤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인사로 화답했다. 물론 다른 방청석에서는 이를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한숨을 쉬며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그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방청인들 사이에서도 재판 진행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해당 재판의 방청 유의사항에 대해 평상시와 비교해 검색을 강화할 것이라고 미리 밝혔지만, 재판정 내에서도 법원 경위 등 보안 인력들을 방청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판 방청에 참석한 한 언론사의 기자는 “평소 다른 재판에서는 경위들이 많아야 3명 정도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경위들만 9명 정도가 되는 것을 보고 굳이 그렇게 충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라며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돕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취지라는 것은 공감이 가지만, 많은 경위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마치 이들로부터 감시받는 기분이 드니까 방청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다른 방청인도 재판 후 법원에서 지나치게 방청석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재판이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정하기 전까지 방청석 앞자리에 않아있던 경호원들이 일어서서 대통령의 얼굴 보는 것조차 가리고, 경위들은 엄연히 재판이 끝났음에도 방청인들에게 앉아있으라며 위협적으로 나와서 불쾌했다”라며 “경위도 여러 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정 때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경호원들이 방청석을 10석 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방청 당첨 경쟁률이 8대 1이나 된다는 것을 법원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정 내 경위 외에 10여명의 경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 재판 방청석에 앉히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고 그가 퇴정할 때까지 방청석과의 사이에서 ‘안전 칸막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굳이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고 하는 방청인들에 대한 지나친 제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崔, 여유로운 태도… 실소 짓고, 특검 도발하는 발언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과 병합해 같은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는 지난달 23일 첫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조우 등으로 인해 불편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씨는 어느덧 반년 가까이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 만큼 연일 재판에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진행된 재판에서는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69·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이 지난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새벽을 넘겨 8시간이 넘게 진행된 조사 시간을 들어, 그가 당시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신이 정신력이 맑았지만, 착각으로 인해 일부 진술이 어긋난 점에 대해 인정하면서 “검사님이 날밤을 지새우는 것 같아서 검사가 측은하게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서 크게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최씨 역시 실소를 짓는 얼굴을 띠었다.

최씨는 이날 오전 재판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변호인을 통해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의 돌발행동에 방청석이 잠시 웅성거렸지만 재판부는 이를 허락했고, 휴정은 하지 않은 채 재판을 이어나갔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증인들의 증언에 집중하면서 변호인과 자주 상의를 하거나 마이크를 잡고 직접 재판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최씨는 이상영 전 부회장에게도 마치 변호인들이 반대 신문을 하듯 그의 증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거나 추궁하는 형태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또 재판장이 증언과 관련이 없는 발언이라며 제지에 나섰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은 전부 토해냈다.

특히 최씨는 과거 수개월 전 특검 측의 신문에 자신이 억울하다는 점을 해명했던 것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특검이 잘 모르고 말을 하고 있다” “추측하지 말고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 해달라”는 등 특검 측을 도발하며 조용한 박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눈도 마주지지 못하는 상태였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동시에 입정하거나 퇴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퇴정 시 그가 나갈 때까지 아무런 불만 없이 조용히 기다렸다.

새벽을 넘기는 마라톤 재판에도, ‘철옹성’ 이재용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돼 다른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시간이 새벽을 넘기는 이례적인 강행군에도 경이로운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총 21차를 이어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의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은 지난달 26일 열린 19차 공판에서 새벽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오후 2시에 시작한 공판은 약 15시간 동안 재판이 진행되며 다음날 27일 새벽 1시경에 마무리됐다. 같은 달 24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총 30시간이 넘게 진행됐기 때문에 26일 밤 9시경 한 방청인은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며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29일 20차 공판과 31일 21차 공판도 각각 다음날 새벽 2시를 넘어 재판이 끝났다. 특히 31일 재판에서는 오후 8시경 재판부가 증인으로 출석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재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날 오전에 속개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이에 박원오 전 전무가 “다음날 아침 약속이 있으니 그냥 하겠다”라고 말하자 재판정 내 기자석에서는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새벽까지 넘어가는 강행군에 방청석을 비롯해 검사 측, 피고인 및 변호인석 모두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신기할 정도로 하품 한 번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재판 진행에 집중하는 태도를 나타내며 방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매번 재판에서 내내 상체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표정에 변화도 주지 않은 채 특검 측 신문과 증인의 증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가끔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거나,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유명해진 ‘이재용 립밤’을 30분 주기로 발라주는 것 외에 특별한 미동도 없었다.

지난달 31일 20차 공판의 오후 휴정 사이 한 방청인은 “(재판에) 한 번 참석해 방청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이재용 부회장의) 체력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재벌이라서 거만해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할 줄 알았지만, 입정할 때 멈춰서 판사들에 90도 인사하는 것과 재판에만 계속 집중하는 것에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6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을 주 4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판부는 검토할 서류 증거가 방대하며 신문해야 할 증인도 수백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주 3회 공판을 해달라’라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도 1심의 구속 기한이 6개월로 제한된 만큼 심리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당분간 오후에 재판을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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