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ㆍ경찰ㆍ국세청ㆍ공정위ㆍ감사원 등 사정기관 전방위 조사

청와대 ‘특별요청’ ‘특별접근’ 기업리스트 주요사업 특혜 의혹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 ‘통영ㆍ평택ㆍ삼척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검찰 수사

롯데 집중조사, CJ 관련자 소환…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자금 760억원 추적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사정기관의 조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7권을 추가로 확보해 내용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 씨 등으로부터 수첩 사본을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번에 확보된 수첩은 그동안 특검이나 검찰 수사에서 제출되지 않은 추가분이다.

특히 2015년 9월13일자 ‘대통령 지시사항’ 란에는 ‘이상화’라는 이름과 독일 현지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삼성이 최순실(61)씨 모녀에게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씨는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대출 편의를 봐주고 현지 부동산 구매를 도운 인물로 알려진 핵심 조사대상이다.

삼성은 수첩에 기재된 날짜 바로 다음 날인 14일 KEB하나은행 독일 계좌로 10억 8000만 원을 최씨에게 입금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초 박영수특별검사팀은 최씨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정찬용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조사했다. 이씨는 최씨에게 미얀마 대사로 고려대 동문인 유재경씨를 추천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검찰수사 새 국면 맞나

특검은 우리 정부가 미얀마에 공적개발원조(ODA)자금 76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최씨가 개입해 이권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이 부분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들도 검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 관심을 모았지만 특검팀의 활동기간 제약 등으로 조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검찰은 조만간 안 전 수석을 불러 메모가 작성된 경위와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여부를 추궁할 예정이다. 조사 내용에 따라 이번에 확보된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자금 제공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57ㆍ사법연수원 23기) 검사는 특검에서 활동할 당시 검찰의 추가수사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수사는 거의 확정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삼성 특혜 지원의 수혜자인 정유라 씨를 덴마크에서 강제송환한 뒤 한차례 조사를 벌였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추가 수사 단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력한 증거물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재수사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검찰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불거진 위증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인 K스포츠재단 관계자 3명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K스포츠재단 정동춘 전 이사장과 노승일 전 부장, 박헌영 전 과장 등 세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세 사람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22일 진행된 5차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위증교사 여부를 두고 엇갈렸던 진술의 진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부장은 “박헌영 전 과장이 나에게 ‘정 이사장 왈, 이완영 의원에게 전화 왔는데 태블릿 PC는 절도로, 고영태씨가 가지고 다니는 걸 봤다고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전 이사장과 박 전 과장은 노 전 부장의 이 같은 증언을 부인했다.

청문회에서 위증 의혹이 확산하자 이완영 의원은 야당의 압박에 국조특위에서 하차했고, 올해 초 노 전 부장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 불 지피는 검찰

최순실게이트 수사와 관련, 기업들의 부적절한 협력에 대해서도 검찰이 추가 조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 정권과 가까웠던 특정 기업과 해당 기업들의 최순실 지원정황을 검찰이 추적할 것”이라며 고강도 기업수사에 대한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그 시작은 건설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담합 수사다. 검찰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통영ㆍ평택ㆍ삼척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3번째로 리니언시(자진신고)를 한 한양의 류모 상무가 지난 4일 소환통보를 받고 지난 8일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담합에서 1순위 리니언시는 2014년 5월 13일 두산중공업이 했고 2순위 리니언시는 포스코건설이 했다.

1순위 리니언시 회사는 과징금 100%를 면제받고, 2순위 리니언시를 하면 50% 감면받는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자격에 대한 위법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언시는 두 가지의 요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는 담합 관련 모든 내용을 숨김없이 공정위 조사에서 밝혀야 하고, 두 번째는 리니언시 한 사실을 제 3자에게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당시 두산중공업의 이모 상무는 두산중공업에 유리한 2~3차 입찰에 대해서만 리니언시 하고, 1차 입찰시 담합 내용은 회사에 불리해 감추다가 차후에 인정했다.

또 리니언시를 한 다음날인 2014년 5월 14일 리니언시 한 사실을 다른 건설사에게 “담합을 자진신고 했으니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라”고 발설했다.

이에 2015년 11월 공정위 사무처는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지위를 취소했다. 그러나 2016년 4월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사무처의 결정이 번복되어 두산중공업은 리니언시 1순위 자격을 회복했다.

당시 공정위는 “두산중공업의 자진신고가 공정위 조사 착수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제출자료가 중요하고 상세했다”면서 “리니언시 사실의 제3자 누설은 개인의 일탈행위로 본다”고 번복 사유를 밝힌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자격 회복과 관련해 당시 두산중공업의 고위 경영자의 동생이 여권 실세였고 아마 그러한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업계에 파다하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 절차에서 정당한 변론을 통해 최종 의결 결과를 받은 것이라는 게 두산중공업의 입장이다.

리니언시 1순위인 두산중공업은 과징금 700억원 전액을 면제받았고, 2순위인 포스코건설은 50% 감면 받아 70억원을 물었다. 1순위인 두산중공업이 리니언시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리니언시 한 한양은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자격 회복으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과징금 300억원을 모두 물었다.

당시 리니언시 한 두산중공업 이모 상무는 루게릭병으로 올 3월 말 사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올해 11월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사속도를 높이고 있다.

13개 건설사의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LNG 저장탱크 기지의 공사규모는 3개 기지에 걸쳐 총 3조5495억원에 달한다. 강원도 삼척시 LNG 기지가 1조7876억원으로 가장 크고, 경기도 평택시 LNG 기지 9862억원, 경남 통영 LNG 기지 7757억원 순이다.

과징금 총액은 3516억원으로서 2014년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의 4355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이 부과 받은 과징금이 73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 692억원, 현대건설620억원, 대림산업 368억원, GS건설 325억원 등이었다.

대기업수사 어디까지?

지난 7일 오전 9시 30분께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국정농단’사건 관련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담합 수사를 시작으로 다시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업의 불분명한 자금집행이 드러난 만큼 해당 자금의 용처와 함께 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업수사를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 외 나머지 대기업에 대해서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통한 뇌물 공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 독대한 뒤 정부가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이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67ㆍ사장), 지난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59ㆍ사장)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특혜를 받기는커녕 잠실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2일 재단 출연 과정 등에 책임을 지고 관여한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재단 출연 경위 등을 캐묻는 등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신 회장 출석 일정을 조율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막바지 확인 작업으로 보는 것이다.

롯데 수사를 매듭짓기 위해선 작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그동안 검찰 입장이었다.

검찰은 당시 독대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 지와 관련해 신 회장으로부터 직접 진술을 들은 뒤 다음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삼성, 롯데 이외에 뇌물 의혹이 제기됐던 CJ의 경우 손경식 회장의 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현 CJ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의 추가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검찰은 2014년 11월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손 회장을 상대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롯데 수사 결과에서 삼성처럼 대가성 정황이 드러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에 이들 대기업이 건넨 지원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 십억 원 출연,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 특허 부활 등의 사건들 사이에 청탁과 대가성 등이 확인되면 언제라도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도 재계와 법조계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