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MBㆍ유영하 거론… ‘후폭풍’은

김경준 “박근혜 변호인 유영하가 기획입국 제안”

SNS에 일방적 주장…검찰 “허위 주장 되풀이” 일축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자신에게 ‘기획입국’을 제안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BK 사건, 나에게 기획입국을 실제 제안한 자가 박근혜 변호사 유영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획입국을 실제 제안하려고 나에게 온 사람이 박근혜 변호사라고 김기동 검사에게 하자, 그는 ‘듣기 싫고 민주당이 한 것에 대해 진술하라’고 했다며 “기획입국 제안을 한나라당이 하면 괜찮고, 민주당이 하면 범죄라는 것이 김기동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BBK 동영상을 무마시키기 위해 MB 측이 조작한 것이 ‘가짜편지’이고, 검찰은 조작을 확인하고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2007년 17대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BBK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돼 있고, ‘가짜 편지’는 조작된 것이며, 유영하 변호사가 관련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을 총괄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홍준표 전 경남지사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BBK 주가 조작 사건’은 1999년에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 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개입됐는지 여부가 큰 논란이 됐다.

김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이명박 후보는 자신도 김경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은 김씨를 기소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혐의 처분했으나, 주가조작에 이용된 자금의 실소유주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BBK 가짜편지’는 2007년 대선 당시 김씨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여권(새정치민주연합)과의 교감 아래 국내에 들어왔다는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했다. 이 편지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07년 12월13일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김씨의 기획입국 증거라며 그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도소 수감생활을 함께한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신씨는 편지가 공개된 직후 자신을 찾아온 기자에게 “편지를 직접 작성했다”고 거짓말했고, 한나라당은 이 편지가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로부터 3년3개월 후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의 고백을 통해 이 편지가 날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김경준씨가 ‘BBK 가짜편지’와 관련된 민ㆍ형사 사건에서 전부 승소하면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기획입국설’이 고도의 정치공작이었을 가능성을 의심케 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4월 실시된 19대 총선 때 당시 민주통합당은 논평에서 ‘BBK 김경준을 미국 교도소까지 찾아가 기획 입국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라고 폭로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유영하 후보 출마 지역을 전략지역을 선정하고 박근혜 위원장이 특별히 세번이나 지원 유세를 했다.

최근 김경준씨가 BBK 사건 당시 자신에게 기획입국을 제안한 사람이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하면서 또다른 논란으로 불거질지 주목된다. 김씨의 주장은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폭로와도 일치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제1 대상으로 과거 정권의 부패ㆍ비리를 겨냥하고 있고, 특히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 사업인 ‘사자방’(4대강사업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어 이 전 대통령이 타깃이 되고 있다,.

또한 2007년 대선에서 BBK 사건을 진두지휘한 홍준표 클린위원장은 자유한국당 7ㆍ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유력시되고 있다.

김씨의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지만 ‘현재성’을 지니고 있고, 2007년 대선 후 BBK 사건을 둘러싼 의혹,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휘발성 높은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모두 허위로 판단됐다”며 “김기동 검사는 당시 BBK 사건의 주임검사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유영하 변호사도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알 일”이라며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투자자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나면서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등이 더해져 9년 4개월을 복역한 김씨는 올해 3월 출소 후 미국으로 추방됐다.

김씨는 ‘가짜편지’소송에서 승리한 후 더욱 적극적으로 “BBK사건이 왜곡, 조작됐다”며 이명박 정권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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