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야유·위협에 눈물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우병우 재판 방청하며 장시호에 야유

장시호 퇴정 때에도 “똑바로 살아라” 등 위협 발언 서슴지 않아

재판부, 소란행위자 퇴정 조치… 향후 재판에서 소란 시 감치 예고

한민철 기자

우병우(50ㆍ불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시호(38)씨가 재판 도중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인해 눈물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위증 등 혐의에 관한 2차 공판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장씨는 최순실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인사 세평자료와 최씨가 평소 민정수석에 대해 자주 말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기흥CC(기흥컨트리클럽)에 골프를 치러 갔다는 사실 등에 대해 증언해줬다.

그런데 장씨의 이날 증언 내용 다수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추측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고 말 할 때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로부터 상당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장씨가 특검 조사에서 우병우 전 수석이 넥슨 땅투기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경질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우 전 수석이 최씨가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가 이를 박 전 대통령의 약점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역시 개인적 생각이라고 밝히며 이들 방청인들의 야유 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어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장씨가 과거 특검 사무실에서 아이스크림을 제공받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줬다는 언론보도를 토대로 신문을 이어나가려고 했다.

동시에 이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야유에 이어 웃음을 터트렸고, 장씨는 눈물을 보였다. 곧바로 재판부는 해당 신문내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장씨는 눈물을 닦으며 “답변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증인신문이 모두 끝난 뒤 장씨가 재판정을 빠져 나갈 때도 이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를 향해 “똑바로 살아라” “어디서 감히”라며 큰 소리를 냈다.

이에 검찰 측은 재판부를 향해 “증인에 대한 분명한 위협입니다”라고 호소했고, 결국 참지 못한 이영훈 판사는 장씨의 퇴정 때 그에게 위협적 발언을 한 60대와 70대 여성 방청인 두 명을 일으켜 세웠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당일 퇴정을 비롯해 인적 사항을 취한 뒤 향후 해당 재판에 들어올 수 없도록 통보했다. 특히 이후 재판에서 또 같은 소란행위를 벌인다면 퇴정에서 끝나지 않고 감치시킬 것을 분명히 했다.

장씨는 구속 당시 ‘특검 도우미’로 불릴 정도로 특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특검에 대한 그의 협조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영향을 미쳤고, 특검에 도움을 준 대가로 구속기간 만료 뒤 석방 조치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이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 일부는 재판 내내 장씨에게 크고 작은 야유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전화벨을 울리는 가하면,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입ㆍ퇴정을 반복하는 등의 행위로 법원 경위들의 제지를 수 차례 받았고 타인의 방청과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 것도 분명했다.

특히 재판 소란행위로 영구 퇴정조치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태도에는 반성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말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 지지자들의 방문이 잦아졌고, 그만큼 재판 진행 방해 등으로 퇴정조치를 당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행위는 재판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재판을 방청하는 다른 시민들의 불만을 키울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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